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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탈난 ‘탈북자 외교’

‘탈북 외교’는 없다

중·러에 뒤통수 맞아… “탈북자 처리 원칙 다시 세워야”

‘탈북 외교’는 없다

‘탈북 외교’는 없다
1월13일 오후 5시 반경 외교통상부 8층 장관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대사를 만난 홍순영장관의 표정은 어두웠다.

우다웨이 대사가 러시아에서 인계받은 탈북자 7명을 1월12일 북한에 송환했다고 통보했기 때문. 이 소식은 즉각 청와대로 급보됐다.

개각 발표를 불과 25분 앞둔 오후 6시35분. 총리 이취임식 참석후 장관실에 도착한 홍장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청와대 한광옥비서실장이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한실장은 정중하게 ‘경질’사실을 통보했고, 홍장관은 1년5개월의 임기를 이렇게 마감했다.

그동안 대과 없이 외교부를 이끌었던 홍장관의 전격 경질에 대해 청와대측은 탈북자 처리 실패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탈북자사건이 홍장관 경질의 명분을 제공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외교부에 국민여론과 야당의 비난과 뭇매가 쏟아졌고 “4강외교를 잘하고 있다”고 외교안보팀을 칭찬하던 청와대마저 “문제가 있었다”고 등을 돌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탈북자사건에 관한 한 외교부는 할 말이 없다. 교섭대상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이중플레이’에 말려 ‘뒷북 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러시아는 이번에도 ‘외교하기 힘든 나라’임을 유감없이 입증했다. 러시아는 시종 온탕과 냉탕을 오락가락하며 외교부 당국자들의 ‘혼’을 뺀 뒤 정부 당국자들의 기대를 차버렸다.

지난해 11월10일 국경수비대에 붙잡힌 탈북자들에 대해 처음 러시아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개입을 허용했고 이들의 ‘난민판정’을 묵인, 12월8일 탈북자들에게 출국비자까지 내줬다. 주블라디보스토크 한국영사관은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가능해졌다고 판단해 이들의 비행기표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출국시한인 12월18일까지 러시아 국경수비대는 탈북자들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았다. 러시아측은 “외무부 담당직원의 실수로 출국비자가 발급됐다”며 “직원을 문책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놀란 이인호 주러시아대사가 그레고리 카라신 러시아외무차관을 면담했고 카라신 차관은 “냉각기를 가지고 얘기하자”며 이대사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러시아는 밀레니엄 이브를 하루 앞둔 12월30일 탈북자들의 신병을 돌연 중국측에 인계했다.

한국대사관측이 이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러시아 외무부측은 “국경수비대가 러-중 국경조약에 따라 우리에게 통보도 없이 신병을 중국에 넘겼다”는 어이없는 변명만 할 뿐이었다.

카라신 차관의 답변에 마음을 놓고 있던 외교부에 비상이 걸린 것은 이때부터였다. 공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

외교부측은 특히 12월31일부터 1월3일까지의 연말연시 기간 중 중국측이 이들의 신병을 북한측에 넘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중국측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홍장관이 1월4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에게 친서 메시지를 급송했다. 홍장관과 탕부장은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서 1박2일간 파격적인 ‘온천 외교’까지 벌였던 사이.

하지만 중국은 냉정했다. 1월11일 외교부 주방자오(朱邦造) 대변인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설명한 다음날인 12일 중국법에 따라 북한으로 탈북자들을 전격 송환했다. 게임이 끝난 것이다.

탈북자들이 결국 ‘죽음의 땅’으로 송환된데 대해 외교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외교부 탓만 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탈북자문제 처리를 위한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

우선 한국은 국제법상 탈북자문제에 관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제3자적 입장’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는 탈북자들의 경로를 제공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철저히 원칙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상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와 함께 10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를 무조건 다 받아야 하는 것인지, 탈북자가 어느 나라에 있건 데려와야 하는지, 그리고 그럴 준비는 정말 돼있는지 등을 냉정하게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19호 (p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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