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8

2016.05.18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음계가 편곡을 만나 음악이 되는 순간

tvN ‘노래의 탄생’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6-05-17 11: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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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소통이다. 음악은 인간이 타고난 본성의 일부다. 음악은 제례다. 음악은 우리 감정의 자극제다. 음악은 문화적 고향이다. 음악은 놀이다. 음악은 비타민이다. 음악은 상품이다.’ 독일 철학자이자 음악학자 크리스티안 레만의 ‘음악의 탄생’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렇다. 음악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충족게 하고,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해석과 부연을 가능케 한다. 어떻게 인간은, 특히 평균율에 입각한 12음계의 세상을 사는 우리는 이토록 제한된 경우의 수에서 이토록 많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또한 음악가는 어떻게 편곡이란 과정을 통해 같은 멜로디의 음악을 백화난조의 결로 펼쳐낼 수 있을까. 학교에서나 생활에서나 ‘창작의 결과’만 접한다면 한 번쯤 가져볼 만한 의문이다.

    케이블TV방송 tvN의 ‘노래의 탄생’(사진)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예능으로 풀어내는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은 화려한 쇼 프로그램의 주연들이 아니다. 작곡가, 프로듀서, 보컬리스트, 세션 연주자들이다. 보컬리스트를 제외하면 음반 크레디트에서나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조연들이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지금은 그래서 더 이름을 볼 일 없는 이들이기도 하다. ‘노래의 탄생’은 철저히 그들에 의해 진행된다. 평소 스타의 그늘 아래 가려져 있지만 이들이 없으면 스타가 존재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음악이 아닌, 창작 자체로서의 음악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요즘 예능 대세가 ‘먹방’(먹는 방송)이라지만 사실 음악도 그에 못지않다.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슈퍼스타K’와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로 대표되는 신인 발굴 오디션, ‘일밤-복면가왕’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히든싱어’ 같은 음악 경연,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프로듀스 101’ 같은 장르 뮤지션들의 서바이벌. 그런데 ‘노래의 탄생’은 기존에 없던 포맷이다.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구성된 팀들이 있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작곡가가 가져온 멜로디와 가사를 제한 시간 안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편곡한다. 드럼부터 현악까지, 올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닌 특급 연주자들이 이 곡을 연주하고 다양한 성향의 보컬리스트가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를 원곡자에게 평가받고 승리한 팀의 작품이 음원으로 발매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노래의 탄생’이 기존 음악 예능과 차별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 방식을 통해 시청자는 같은 원곡이 어떤 사람의 손을 거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만난다. 말하자면 기초공사부터 인테리어까지 고속촬영으로 담아낸 건축 영상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일반 시청자에게는 예능으로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음악가를 꿈꾸는 이에게는 훌륭한 교육 자료가 된다. 하여, ‘노래의 탄생’은 예능 형태를 띤 교양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둘째, 기존 곡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신곡이 소재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특성이다. 짧은 시간 내 승부하는 예능에서 기존 곡은 시청자에게 쉽게 호소할 수 있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곡은 웬만한 수준이 아니고선 임팩트를 주기 어렵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악 예능에서 신곡을 만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노래의 탄생’은 과감하게 신곡을 다룬다. 그러나 이 난제는 쉽게 풀린다.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음식 예능이 빛을 보는 이유는 재료 선정부터 조리까지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침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요리도 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동질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노래의 탄생’도 그렇다. 그동안 케이블TV 음악 예능에서 시청률을 빌미로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악마의 편집’ 없이도, 경연 프로그램에서 남발되는 무리한 고음역 가창 없이도 충분한 재미 요소를 심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진짜 달인들이 ‘노래의 탄생’으로 주목받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음악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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