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7

2016.05.11

法으로 본 세상

음지에서 계속되는 형사소송 성공보수

정운호 사건의 변호사 보수에 대해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khr@lawcm.com

    입력2016-05-10 11: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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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50억 원대에 이르는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조차 수십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 변호사 보수로 적정한지 또는 그 돈이 합법적 범위 내에서의 변론만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변호사란 법률업무를 대행하는 사람을 지칭하지만 그 자격은 국가마다 따로 정하고 있다. 법상 ‘변호활동’은 ‘국가기관의 결정이나 처분에 영향을 줘 의뢰인에게 이득을 주는 업무’를 말한다(변호사법 제3조). 일반적으로는 민사소송에서 승소를 이끌거나 형사사건에서 낮은 형량의 판결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에만 제한되지 않고 일반 행정기관에도 적절한 변론을 해 유리한 처분이 나오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법률지식에 근거한 로비도 변호사 업무에 포함된다.

    의사, 변호사는 소위 전문직 업종의 대명사다. 의사는 본인이 행한 의술에 대해 정해진 대가를 받는다. 부자라고 치료비를 더 받을 수 없다.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직종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조금 다르다. 민사사건의 경우 변호사 보수는 기본 선임료가 500만 원 전후이고 승소한 경우에 한해 그 경제적 가치의 약 5~10%를 성공보수로 받는 게 일반적 관행이다. 변호사 보수와 관련한 대표적 기준은 대법원에서 정한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다. 이에 따르면 소가가 1억 원인 경우 변호사 보수는 480만 원, 2억 원이면 680만 원, 5억 원이면 980만 원 정도가 된다. 실제 통용되는 보수 수준보다 적은 금액이다. 대법원 규칙과 달리 다소 고액의 성공보수가 약정되더라도 승소로 얻는 경제적 가치의 일정 비율을 성공보수로 하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의 경우는 변호사 보수에 정해진 상한선이 따로 없다. 형사소송의 피고인은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변호사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적 능력이 일반인과 전혀 다른 재벌이 피고인이라면 변호사 비용은 요동치게 된다. 형량을 낮추고자 어마어마한 비용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23일 대법원은 전관예우 등 뿌리 깊은 법조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무효화했다.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2015다200111 판결). 적용된 법리를 차치하고 매우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정운호 대표 사건에서 보듯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는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형사 피고인은 대부분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 또한 약정의 법적 효력은 없어졌지만 일단 받으면 다시 돌려줄 책임이 없기에 성공보수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동안 변호사 보수가 과다한 경우 법원이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감액 판결을 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가 개별적으로 징계하는 것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론 고액보수를 예방하기 힘들다. 다급한 형사 피고인은 재판이 끝난 이후 변호사 징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고자 백방으로 노력할 뿐이다. 합법적인 변론뿐 아니라 불법 여지가 있다 해도 형량을 줄일 수 있다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판사에게 친한 친구와 밥도 같이 먹지 말고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치졸해 보이지만 한 끼 식사는 인당 5만 원, 술자리는 10만 원으로 매우 구체적인 금액을 정하는 등 윤리기준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서로가 편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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