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5

2023.04.14

“하반기 ‘전저점 테스트’ 온다… 주식 비중 50%가 적절”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주가, 경기침체 일부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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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4-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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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전(前)저점 테스트’라는 말이 유행했다. 표현 그대로 ‘직전 저점이 진짜 바닥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라는 의미다. 테스트 룰은 간명하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지수가 이전 저점에 이르러 반등을 시작하면 전저점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새로운 저점이 확인될 때까지 고통의 시간이 이어진다. 현재 확인된 바닥은 지난해 10월 증시다. 코스피 기준 2100, 미국 S&P500 지수 기준 3600 수준이다.

    “당분간 박스권 벗어나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0월 바닥을 확인했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많다. 달리 말하면 “더는 전저점 테스트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확인되면 주가가 다시 한 번 전저점 테스트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은 사람들이 ‘경기침체로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살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막상 그때가 오면 분위기에 휩쓸려 도리어 들고 있던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내 공포감이 퍼지면서 주가가 적정 가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때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주가가 떨어질 때 적극 매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유한 주식 비중이 작아서 최근 주가 상승에 안타까워하는 투자자가 더러 있을 텐데, 하반기에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면서 “전저점 테스트는 늦으면 연말쯤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주가 등락이 크지 않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다음은 김 이코노미스트와 나눈 일문일답.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지호영 기자]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지호영 기자]

    박스권 장세가 펼쳐진다고 보는 까닭은 무엇인가.

    “당분간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머지않은 시기에 경기 둔화·침체가 올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다. 주가가 그 부담을 이기면서까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동시에 7월까지는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는 모양새가 되리라 예상되는 만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박스피’ 기간과 비교할 때 차이는 없나.

    “주가가 빠르게 빠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인데 글로벌 증시가 잘 버티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 해소도 갈 길이 멀고, 경기침체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둘이 합치면 스태그플레이션 아닌가. 유동성이 풍부한 덕분에 시장이 버티고 있다. 긴축 사이클이 끝물에 왔다는 기대도 시장의 투자심리를 부추긴다.”

    박스권 장세에서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실적이 양호하게 나오는 종목을 중심으로 트레이딩(단기매매) 하는 것은 괜찮다. 문제는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확인될 때 주가가 전저점 테스트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S&P500 지수 기준으로는 3800이 깨질 수 있고, 코스피 기준으로는 2100 인근으로 갈 수 있다. 박스권 장세라지만 주식 비중을 많이 가져가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보수적으로 주식 비중을 유지하고, 트레이딩 위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중장기 투자자의 경우 현금을 조금 마련했다가 하반기에 경기침체를 확인하면서 주가가 전저점 테스트를 할 때 의미 있게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현 주가에는 경기침체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일부만 반영됐다고 본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 예상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단계가 나타나고, 이후 그 예상을 확인하면서 한 번 더 저점을 찍는 형세가 펼쳐진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하반기에 실적 부진과 경기침체를 확인하면서 투자자가 멍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공포감이 주가를 끌고 내려갈 수 있다.”

    “3분기가 변곡점 될 듯”

    김 이코노미스트가 하반기 전저점 테스트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미국 기준금리가 동시에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경기침체가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그래프에서 음영 처리된 부분이 해당 기간이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해당 기간마다 S&P500 지수가 급락하는 등 증시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와 소비자물가상승률, S&P500 지수를 나란히 배치하면 이 같은 양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려면 ‘인플레이션을 잡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곧 ‘경기가 일시적으로 망가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서지 않은 만큼 한 번의 하락 장세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인상을 멈추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니냐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경기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열된 시장에서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대체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다음인데,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기 시작하고 기업 부도율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2분기 어닝 발표 시즌’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보나.

    “그렇다. 3분기가 변곡점이 될 것 같지만 좀 더 늦게 (전저점 테스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증시가 버티다 연말쯤 빠지는 상황이다.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에서 경제 전망을 내놨다. 물가를 잡으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4%가 ‘돼야’ 하고 그렇게 전망한다는 것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5%였다. 2분기 성장률은 0.5% 수준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와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은행 문제가 터지면 물가를 조기에 잡을 수 있다. 어쨌든 기본 시나리오는 그렇다.”

    “전저점 테스트서 적극 매수”

    전저점 테스트가 이뤄지면 주식을 적극 매수해야 할까.

    “그렇다. 물론 그때 가서 말을 바꿀 수도 있다(웃음). 이상한 일로 나비효과가 발생한다든지,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가 굉장히 건강하다. 금융시장에서 소음이 있을 수 있지만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현 시점에 주식 비중이 어느 정도여야 적절할까.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0% 정도라고 본다. 주식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주식을 아예 보유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 초기 상승장을 거의 누릴 수 없다. 주식 비중을 50% 정도로 가져가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높지 않은 종목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짜야 한다.”

    예기치 못한 일이 터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는데, 예를 들면 어떤 일인가.

    “미국에 달린 문제다. 미국 물가가 천천히 잡히는 이유는 노동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초토화될 정도로 나쁜데 미국만 독야청청 경제가 좋다. 현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 기업이라지만 매출의 절반은 해외에서 비롯된다. 중국, 유럽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미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결국 여기저기서 시차를 두고 기업이 파산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질 수 있다. 차라리 사고(시스템 리스크)가 터진 후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는 편이 낫다.”

    “미국보다 한국 상황이 좋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반대로 보는 이유가 있나.

    “오히려 미국 경제가 잘 버틸 것이다. 돈을 많이, 그리고 잘 버는 기업은 미국에 더 많다. 한국은 경기 순환성 수출 기업이 많기 때문에 내년까지 대다수 기업이 이익 면에서 눌려 있을 것이다. 물론 자동차, 2차전지 산업 등은 약진하겠지만 시클리컬(경기민감) 업종이 ‘V자 반등’을 보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 약세로 기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명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있을까.

    “지난해 세계은행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교역 증가율은 1%대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평균적으로 5%대 증가율을 보였다. 이런 부분들이 한국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5년 간 세계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3%로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후유증이 상당히 오랜 기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 내다본다. 연준도 기준금리를 쉽게 인하하지 못할 것이다.”

    “2024년 중반 보고 매수해야”

    “단기채 금리가 꺾였으니 기준금리도 이내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단기채 금리는 고점과 비교할 때 꺾였을 뿐 절대적인 수준은 높다. 미국채 3개월물 금리가 5%대다.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S&P500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 정도다. 주식으로 얻을 수 있는 위험 프리미엄은 대략 5.3%다. 단기채 대비 수익률이 0.3%p가량 높다. 기관투자자 등 대형 자금은 이 정도 추가 수익을 위해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수급이 본격적으로 좋아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저점 테스트가 여러 번 이뤄질 가능성은 없나.

    “경기침체 기간이 길어진다면 여러 번 전저점을 건드릴 가능성도 있다. ‘L자형 침체’가 나타나는 경우다. 이 경우 박스권의 중심선이 한 단계 내려와 2~3분기 동안 지루한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

    박스권과 전저점 테스트 등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튜브와 경제방송 등에서 투자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것이 도리어 개인투자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 투자 주기가 짧아지는 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단기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은 선수의 영역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어렵다. 종목 발굴에 초점을 두자. 하반기에 닥칠 경기침체와 전저점 테스트도 중요하지만, 2024년 중반을 바라보며 매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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