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2023.03.10

모든 지표는 부동산시장 연착륙 가리키는데…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부동산 거래 일부 살아났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3-03-1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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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하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GETTYIMAGES]

    집값 하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GETTYIMAGES]

    “부동산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월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해 집값이 평균 19∼20% 떨어지는 등 너무 빨리 하락해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올해 1∼2월 떨어지는 속도가 완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처럼 최근 부동산시장의 연착륙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바닥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같은 급락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초까지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치리라는 공포 섞인 전망이 대세를 이뤘던 것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크게 떨어지던 가격 하락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고, 절벽 수준이던 부동산 거래도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수백 대 1 경쟁률로 치열한 청약전쟁을 예고한 분양 현장도 등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와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미분양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부동산시장 회복에 걸림돌이 될 악재는 여전히 많다. 그런데도 부동산시장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오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매매가 뛰고, 거래 살아나

    최근 거래가 살아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뉴스1]

    최근 거래가 살아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뉴스1]

    이 총재도 거론했듯이 부동산시장의 연착륙 기대감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집값 움직임이다. 최근 거래가 활발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28층 아파트가 2월 말 18억9000만 원에 매매됐다. 한 달여 전인 1월 13일 18억 원에 거래된 같은 면적 23층 아파트보다 9000만 원 오른 가격이다. 84㎡ 3층 아파트 매물도 지난달 17억8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한 달 전 거래된 1층 아파트 (15억3000만 원)보다 2억5000만 원이 뛰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지역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59㎡는 2월 25일 전달보다 1억1000만 원 오른 8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미륭·미성·삼호3차’ 59㎡도 한 달 새 9000만 원 오른 7억9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정부 통계에서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3월 2일 발표한 2월 4주 차(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34% 떨어졌지만 전주(-0.38%)보다 낙폭을 줄였다. 또 최근 3주 연속 하락폭이 감소했다. 이는 서울(-0.26→-0.24%)을 포함한 수도권(2월 3주 차 -0.44%→2월 4주 차 -0.39%)이나 비수도권(-0.32→-0.29%) 모두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서울 등) 선호도 높은 주요 단지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완만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며 “다만 여전히 매수·매도 희망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진행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거래시장도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7일 오후 2시 기준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763건으로 전달(1419건)을 넘어섰다. 부동산시장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2021년 10월(2198건)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179건), 강동구(157건), 성북구(114건), 강서구(107건), 강남구(101건)가 100건을 넘겼다. 특히 송파구, 성북구, 강서구는 최근 1년 새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9월 30건 수준으로 떨어졌던 노원구도 전달(133건)에 이어 2월(141건)에도 100건 이상 거래됐다.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수준을 보여주는 부동산 거래회전율도 반등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축물의 거래회전율은 0.28%로 역대 최저였던 전달(0.26%)보다 0.02%p 올랐다. 거래회전율은 매월 소유권 이전 매매 신청 부동산을 매월 말일 현재 소유권 이전 가능 부동산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거래된 부동산이 적고, 거래시장 활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서울(1월 0.15%→2월 0.15%)과 부산(0.34→0.28%), 광주(0.27→0.24%), 경남(0.25→0.24%), 제주(0.27→0.24%) 등 5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거래회전율이 모두 올랐다. 1월의 경우 부산과 대전을 제외한 15곳에서 모두 거래회전율이 전월보다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98 대 1을 기록했다. [GS건설 제공]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98 대 1을 기록했다. [GS건설 제공]

    새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도 온기가 감지된다. 부동산 경착륙 방지 대책으로 불리던 ‘1·3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한 민간아파트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순위 청약(98채 모집)에 1만9478명이 몰리면서 평균 198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59㎡ A형은 18채 모집에 6424명이 청약해 356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치열한 청약전쟁을 예고했다. 이 아파트의 인기 요인은 저렴한 분양가다. 이 단지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59㎡가 8억5800만~8억6900만 원, 84㎡가 11억6600만~11억7900만 원 수준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평균 1억 원가량 싸다.

    ‘급락 가능성 제한적’ 의견 이어져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연초 부동산시장을 뒤덮었던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월 5일 발표한 ‘2023 KB 부동산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주택시장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분석 근거는 3가지다. 우선 국내 주택 금융 규제 수준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이 구조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때도 주요 선진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 이상(미국 최대 100%, 영국 80~100%, 홍콩 70%대 등)으로 상대적으로 느슨했지만 한국은 50% 수준을 유지했다. 그 결과 주택 경기침체에도 가계 부실이나 주택 보유자의 주택 처분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2019년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금융 규제 강화로 현재 국내 LTV 평균은 38.7%(2022년 1분기 기준)로 더 낮아졌다. 게다가 은행권의 경우 LTV 40% 이하인 가구가 58.4%로 절반 이상이며, 70%를 넘는 가구는 1% 정도다. 비은행권은 LTV 70%를 넘는 가구가 15.1%로 높은 편이지만 80% 이상은 0.6%로 매우 낮다. 따라서 최근 금리인상과 대출 부담 등이 주택시장에서 급매물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가계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근거는 최근 나타난 주택 가격 급락이 주택매매가격지수 하락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2022년 전국 아파트 가격은 3.12% 하락했으며, 이 가운데 가격이 20% 이상 떨어진 아파트 비중은 전체의 6.5%에 불과했다. 아파트의 43%는 가격대를 유지하거나 상승했고, 21%는 0~5% 하락하는 데 그치는 등 전체 아파트의 63%는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NH투자증권도 3월 8일 발행한 보고서(‘1·3 대책 이후 주택시장의 반등, 저점도달 vs 일시적’)를 통해 △거래량 증가 △매매수급지수 반등 △기준금리 인상폭 둔화 등을 근거로 시장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미분양과 금리인상이 복병

    하지만 여전히 경착륙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3월 6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과 함께 개최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및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회의’에서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회사채·단기금융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 개선세가 확연해졌다”면서도 “일부 어음의 금리가 여전히 높고, 미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갈등 지속 같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또 이를 근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도록 다음 달부터 올해 말까지 28조4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최근 급증하는 미분양과 금리인상 기조도 걸림돌이다. 특히 미국 연준이 큰 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금리 리스크가 또다시 부각될 조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7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고, 최종 금리도 기존 전망치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빅스텝(0.5%p 인상) 가능성에 미 국채 금리가 치솟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1% 넘게 하락하는 등 빅스텝 공포가 시장을 강타했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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