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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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란에 필요한 전문가의 책임 있는 태도

[미묘의 케이팝 내비] 음악적 유사성에 존재하는 다양한 결 살펴봐야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08-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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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은 지류에서 출발하다 보니 ‘베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GETTYIMAGES]

    K팝은 지류에서 출발하다 보니 ‘베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GETTYIMAGES]

    어떤 음악가가 독창적 스타일을 만들어내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인기를 끈다. 주류시장이 이를 주목한다. 수많은 지류가 발생한다. 이는 한 가지 상품이나 업종이 시장에서 히트하면 유사한 팔로어가 무수히 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류는 몇 가지로 분류된다. 유사한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를 발굴한 것, 스타일을 좀 더 주류시장 입맛에 맞게 다듬은 것, 그리고 유사한 스타일로 기획된 것이다. 이들은 때로 아류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독자적인 음악세계로 발전하거나 이를 인정받기도 한다.

    문제는 한국 대중음악이 오랜 시간 변방에 위치해왔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스타일은 세계 주류 음악에 흡수되지 않지만, 세계 주류 음악의 흐름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세계, 특히 영미권 시장에서 새롭게 발아하는 스타일들을 수입해오는 팔로어 입장이었고,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적잖은 경우 스타일의 원류보다 지류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가요계에서 비일비재했다고들 말하는 ‘베끼기’ 문제는 이 지점과 무관하지 않다. 의식적인 표절 행위도 있겠으나, 원류의 스타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성급히 참조했을 때 유사성이 지나쳐 표절이 되기도 하고, 지류로서 성실한 작품이지만 표절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또는 표절로 지목되지는 않으나 아류에 불과하다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근거 없는 표절 의혹 남발 주의해야

    1990년대를 풍미한 일부 유명 아티스트가 ‘장르 보부상’이라는 조롱을 받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그러나 개개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나 지지 여부를 차치하고, 지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이들이기도 하다. 역사상 최초로 10대가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던 시기 새로운 감각을 찾아 해외 흐름을 부단히 추적해 국내에 소개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그 새로운 맥락의 독창성을 하나하나 논쟁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해외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참조하는 행위 자체를 폄하 이유로 삼는 것은 다소 납작한 사고일 수 있다.

    이런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는 표절은 물론 없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 없이 ‘이것도 표절, 저것도 표절’이라고 의혹을 남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것이 ‘음악적 유사성’에 존재하는 다양한 결을 함부로 뭉뚱그린 결과라면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표절 논란을 둘러싸고 ‘1990년대의 잘못된 관행’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 우려를 느끼는 이유다.

    논란의 대상이 된 아티스트에 대해 한 유명 평론가는 “작곡 전공을 했으므로 표절 문제를 몰랐을 리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묘한 말이다. 작곡 전공을 하지 않은 아주 많은 음악가는 표절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뜻일까. 영향력 있는 인물의 입에서 자칫 음악가 전반의 양식 수준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이 나온 점은 크게 아쉽다. 대중이 표절을 의심하는 일 자체는 정당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태도가 표절 논란을 무책임한 아티스트 낙인찍기로 몰아가고, 그저 추문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건 아닐까. 표절 의혹을 ‘덮고 지나가면 그만’이라고 느끼는 풍토가 있다면 그 논란을 무가치하고 납작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경향과 무관한 일일까. 표절 의혹에 대한 섬세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는 전문가에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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