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4

2022.01.21

정말 조국 때문? 심상정 하락세 이끈 결정적 ‘두 사건’

[이종훈의 政說] 진보 진영 단일화 무산, 이대녀 챙기기 역풍이 악영향 미친 듯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1-22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갈아엎었다. 갈아엎어야 길이 열린다는 묘한 공식이 정치권에 새롭게 생겨난 듯한 분위기다. 선대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면 불가피한 조치다. 그렇지 않았다면 잘못된 처방이다. 거대 양당 후보는 초기 매머드 선대위를 운영하다 비효율 문제가 지적되자 슬림화했다. 당초 매머드라고 할 수 없던 심 후보 선대위에 슬림화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沈 지지율, 세 달 사이 반토막

    실무형 선대위로 개편한 심 후보의 선택에는 최근 지지율 급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월 8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심 후보 지지율은 2.2%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이 1월 11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심 후보 지지율은 3%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심 후보는 선대위 개편으로 지지율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지율 급락 원인을 제거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수다. 1월 12일 돌연 공식 일정을 중단하고 잠적한 심 후보는 17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복귀를 공식화했다. 그는 “선거제도 개혁이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진보의 큰 원칙과 가치만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자성했다. “뼈아픈 오판을 겸허히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심 후보는 이 자리에서 ‘조국 사태’를 언급했다. 정의당은 2019년 의석수를 늘리고자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공조는 허망하게 끝났다. 비례위성정당 창당이라는 민주당 꼼수에 허를 찔려 의석과 명분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근본 원인을 찾는 모양새이지만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분석은 아니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던 정의당이 변했다는 인식 때문에 일부 당원이 탈당한 것은 맞지만, 이는 반쪽짜리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19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7%를 기록한 사실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을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일은 진보 진영의 대선 후보 단일화 무산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정의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은 대선대응공동기구를 만들어 지난해 9월부터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다 1월 9일 중단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직접투표와 일반 여론조사 반영 비율에 합의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선 불출마를 결정했다. 후보를 내지 않은 녹색당을 제외한 여타 진보 정당은 각자 단일후보를 내며 각자도생 길로 접어들었다. 정의당(심상정), 진보당(김재연), 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이백윤)은 이렇게 갈라섰다. 진보 진영 표심도 갈릴 수밖에 없다. 향후 이들 후보의 운명은 상당 부분 민주노총 선택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단일화 협상 결렬 후 민주노총 측 태도가 유보적으로 변했다. 진보 진영의 분열 양상이 심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

    완주에 의구심 쌓여

    민주노총이 독자 정당을 창당하고 독자 대선 후보를 내보낸다면 진보 진영 표심은 더 분열될 것이다. 심 후보 지지율 역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월 13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또 하나의 진보 정당이 생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일단 독자 정당 창당에 선을 그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진보 진영이 추가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거나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면 표심이 해당 후보로 적잖게 쏠릴 것이다. 진보 진영 대선 후보가 심 후보로 단일화되거나, 민주노총이 심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심 후보 지지율 복원은 가능할 테다.

    또 다른 사건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자 심 후보가 “성평등부(여성부) 강화”라고 맞대응한 것이다. 윤 후보가 ‘이대남’(20대 남성) 챙기기에 나서자 심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성) 챙기기에 나섰다. 두 거대 정당 후보에 대한 이대녀의 거부 반응이 적잖은 속에서 그들을 챙기겠다고 나선 전략 방향성은 적절했다. 다만 이대녀 역시 여성가족부에 불만이 많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문제다. 이 사건 역시 심 후보 지지율 하락에 얼마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정의당과 심 후보가 바라는 그림은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 위에 국민 지지가 더해지는 양상이다. 현실은 반대다. 민주노총의 전폭적 지지는 물론, 외연 확대 전략도 미진한 실정이다. 지지율 역주행이 지속되면서 완주 동력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심 후보는 지난 대선 때 획득한 6.2%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야 완주 의미가 있다. 그 정도 득표할 가능성이 없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거대 정당 후보와 연정을 전제로 한 단일화나 후보 사퇴다. 후자는 차세대 인물로 후보를 교체해 정의당이 선거를 완주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대선 완주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인적 쇄신에 대비한 포석이 될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