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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새싹

“검색의 구글이라면, 분석의 파이퀀트 되겠다”

분광 분석업체 ‘파이퀀트’, 수질 분석 시작으로 생활 분석까지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검색의 구글이라면, 분석의 파이퀀트 되겠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빌게이츠 재단)이 운영하는 그랜드 챌린지 익스플로레이션 프로그램의 수질·위생 개선 분야 파트너’. 이는 ‘파이퀀트’가 지난 한 해 이룬 쾌거다. 파이퀀트는 1분 만에 분광 분석기로 수질을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수질 측정기 ‘워터 스캐너’를 개발했다. 유니세프는 물론, 각종 구호단체가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알려진 내용만 들어보면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3월 3일 직접 찾아간 파이퀀트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회적기업보다 괴짜 발명가들의 연구실 같았다. 직원들의 책상 곳곳에는 시제품 잔해가 놓여 있었다. 수질 분석 외에 다른 분석 분야의 시제품에도 도전하고 있는 것.

검색 시대에서 분석 시대로

파이퀀트의 수질분석기 에어퀀트. [사진 제공 · 파이퀀트]

파이퀀트의 수질분석기 에어퀀트. [사진 제공 · 파이퀀트]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최종 목표가 아직 멀리 있기 때문이다. 검색 분야 세계 최고 업체가 구글이라면, 파이퀀트는 검색의 패권을 분석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 궁극적으로는 검색의 구글이라면, 분석의 파이퀀트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를 직접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파이퀀트는 어떤 업체인가. 

“분광학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일상생활 속 물질들을 분석하는 업체다. ‘분광 분석’이라고 하는데, 빛을 사용해 다양한 물질을 분자단위까지 분석해내는 기술이다. 여타 분석 방식들과 달리 비파괴, 비접촉식이라는 장점이 있다.” 

분광 분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커피를 분석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으로는 원심분리기나 시약 등을 이용한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일단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커피에 시약을 섞거나 커피를 분리해내기 때문에 분석 이후 커피를 마실 수 없다. 하지만 분광 분석은 사진을 찍듯 빛을 보내고 반사된 빛을 분석해 커피 성분을 알아낼 수 있다. 먹을거리, 피부 등 다양한 것을 분석할 수 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술이다. 

“주로 우주 연구 분야에서 쓰는 분석법이다.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질이 없는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달 표면을 분석할 때 이 기술을 쓴다. 굉장히 오래되고 신뢰성 높은 분석 기술인데, 이 좋은 기술을 연구소에서만 사용하고 있었다. 범용성도 높아 물질을 대부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일상생활에서도 다채롭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슷한 기술을 우리는 이미 쓰고 있다. 여름철 수박을 파는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당도 측정계가 비슷한 원리다.” 

왜 분석에 관심을 갖게 됐나.

“검색 시대 뒤에는 분석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인터넷에 가짜정보가 범람하면서 검색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분석은 검색보다 신뢰성이 더 높다. 기기 오작동 외에는 가짜정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분석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일반 소비자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분석은 연구실에서 하는 일이지, 일반인이 검색처럼 자주 쓸 수 있는 도구가 아니었다. 분석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면 검색보다 분석에 의지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분석 시대에는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

“지금은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때 칼로리가 궁금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다. 검색 결과는 표준 레시피에 따른 칼로리다. 즉 표준 레시피로 조리한 음식의 칼로리가 나오는데, 이는 정확한 데이터라 볼 수 없다. 레시피와 재료가 조금만 바뀌어도 칼로리는 달라진다. 하지만 휴대용 분석기를 이용하면 정확한 칼로리 분석이 가능하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화장품을 분석해 관련 성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피부 분석과 화장품 분석을 함께해 데이터를 쌓아간다면 분석만으로도 피부에 맞는 화장품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분석 키트를 전부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기면 대기, 음식이면 음식 등 내부 프로그램과 기기를 조금씩 고치면 충분히 다른 분야도 분석이 가능하다. 추후 적용 제품도 만들 수 있다. 단적인 예로, 굳이 분석기를 손에 들고 다니지 않아도 휴대전화를 통해 분광 분석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이미 신형 휴대전화 가운데 일부는 분광 분석 기능을 갖췄다. 내부 프로그램만 조정한다면 더 다양한 분야의 분석도 가능하다.”


“물로 시작했지만 물로 끝나지는 않을 것”

‘모바일 월드 콩크레스(MWC) 2019’에 참가한  파이퀀트. [사진 제공 · 파이퀀트]

‘모바일 월드 콩크레스(MWC) 2019’에 참가한 파이퀀트. [사진 제공 · 파이퀀트]

파이퀀트는 음식 분석인 분유 분석으로 분석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음식으로 분석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분석이 음식 분석이라고 생각했다. 의식주 세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음식은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 즉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아주는 사업에 수요가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중에서도 분유로 시작한 이유는 분유를 먹는 아기는 어른보다 나쁜 음식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어른은 맛을 보면 이상함을 느껴 뱉을 수 있지만,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아기는 모든 맛이 새롭다. 마침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파동도 있어 분유 분석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성과는 좋았나. 

“관심은 많이 받았으나, 실제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굳이 저렴한 중국산 분유를 사서 분석하려는 소비자보다 그냥 비싼 수입 분유를 찾는 소비자가 더 많았다. 아기가 분유를 먹는 기간이 길지 않으니, 불안한 제품을 사서 분석하기보다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불안하지 않은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많았던 것이다. 마케팅 비용도 부족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제품을 알리지 못했다.” 

분유 다음은 물 분석이었다. 물을 택한 이유가 있나. 

“일반 소비자보다 정부나 기업을 먼저 설득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정부와 먼저 일하고 싶었다. 여기서 성과를 내면 국제 기업들과도 협력이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인도의 물 문제였다. 인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원래 탈이 잘 나지 않는 체질임에도 물갈이를 했다. 플라스틱에 밀봉된 물을 먹었는데도 탈이 났다. 자세히 알아보니 인도의 경우 수질오염 관련 문제가 꽤 컸다.” 

인도 수질오염 문제가 심각했나. 

“마실 물도 부족했지만, 몸에 닿아서는 안 될 정도로 오염된 물이 많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오염됐는지 모르니, 흙탕물로 아이들이 씻다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꽤 됐다. 현행 수질검사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보통 물을 떠 와 이를 실험실에서 분석하는데, 물을 떠 오는 동안 세균이 증식해 정확한 결과를 내기 어려웠다. 수질 관리 전문가들이 물을 채취한 뒤 검사까지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었다.” 

파이퀀트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했나. 

“휴대용 수질 분석기는 빛을 쏘기만 하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는 통신장비를 통해 바로 중앙서버에 전송된다. 단순히 수질 분석 내용뿐 아니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이용해 어느 위치에서 수질 분석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자료가 모이면 바로 지도 형식으로 데이터를 가공할 수도 있다. 수질 관리 전문가가 직접 가 검사하고 배양할 필요가 없으니 비용도 덜 든다. 그만큼 후속 행정 절차가 빨라질 수 있다.” 

진정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질과 관련해서는 인정받았다. 인도에서 성과가 예상했던 대로 마케팅 수단이 됐다. 한국수자원공사 협력업체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든 분야의 분광 분석을 해내겠다”

워터스캐너 [사진 제공 · 파이퀀트]

워터스캐너 [사진 제공 · 파이퀀트]

수질로 인지도를 쌓았으니 다음 목표가 있다면? 

“일반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만나고 있는 곳은 정수기업체다. 정수기가 파는 제품에서 빌려주는 제품으로 바뀌면서 관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보통 정해진 기간에 필터 등을 갈아주게 되는데, 정수기 물을 검사해 그 결과에 따라 정확한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같은 원리의 서비스를 커피머신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대형 정수기업체, 커피업체와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수질 외 다른 분야로 분석을 넓힐 계획은 없나. 

“이미 대기 질 분석도 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분광 분석 대기 분석기가 서울 관악구청과 부산지역 지하철역에 일부 설치돼 있다. 사실 분광 분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보고 싶다. 화장품업체와 피부 및 화장품 분석을 두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팜에도 분광 분석 기술을 넣을 예정이다. 스마트팜의 작물은 흙 대신 배양액에서 자라는데, 작물에 딱 맞는 배양액을 분석을 통해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당도 등을 확인해 자동 수확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분석을 통한 김치 숙성 정도 파악, 냉장고 내 음식 분석 등 가전제품 분야와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협력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과 제품으로 만날 계획은 없나. 

“스마트폰 부품업체 퀄컴처럼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에게 스며들 계획이다. 모든 스마트폰에 퀄컴 제품이 들어가지만 일반 소비자는 모르는 것처럼 정수기와 커피머신, 냉장고 등 가전제품부터 스마트워치와 휴대전화 같은 통신기기까지 모든 생활용품에 분석기가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주간동아 1233호 (p46~49)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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