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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이 자유 무역 수호 선봉에 나선 까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일본  - EU FTA(JEEPA) 지렛대 삼아 경제영토 확장 노려

일본이 자유 무역 수호 선봉에 나선 까닭

포괄적  ·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한 11개국 장관들이 협정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VNA]

포괄적  ·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한 11개국 장관들이 협정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VNA]

남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000km나 떨어진 태평양의 갈라파고스섬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종(種)들이 살고 있다. 이 섬의 특이한 종들은 외부에서 새로운 동물이 유입될 때마다 멸종 위기에 처했다. 불리한 상황을 겪으며 생존한 외부 종의 생명력이 더 강해서다. 일본은 그동안 ‘갈라파고스 국가’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시장 개방에 폐쇄적이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빠졌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국내시장에 안주하면서 세계경제에서 고립된 채 경쟁력이 추락하는 등 쇠퇴해왔다. 이로 인해 일본(Japan)과 갈라파고스(Galapagos)의 합성어인 ‘잘라파고스(Jalapagos)’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일본은 2000년까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한 건도 체결하지 않은 유일한 선진국이었다.


일본  +  갈라파고스  =  잘라파고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유럽연합(EU) 대표들이 일본  -  EU 경제동반자협정(JEEPA)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유럽연합(EU) 대표들이 일본  -  EU 경제동반자협정(JEEPA)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

국내 산업 과보호 정책과 농민 등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해 FTA를 외면해왔던 일본 정부가 최근 경제영토를 크게 늘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과 유럽연합(EU)이 2월 1일 발효한, FTA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이다. EPA는 관세 철폐 및 인하 이외에도 비즈니스 규정, 지식재산권, 투자·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FTA다. JEEPA로도 불리는 이 협정으로 인구 6억4000만 명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8%, 세계 무역량의 3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경제권이 출범했다. 이 협정에 따라 EU로 수출되는 일본산 제품의 99%, 일본으로 수출되는 EU산 제품의 94%는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협상 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는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예를 들어 EU는 일본산 TV에 대한 관세를 5년 후인 2024년 완전히 철폐한다. 일본은 EU산 치즈와 돼지고기 등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양측은 또 인력 이동, 통신, 전자상거래, 해운 등에서 높은 수준의 서비스시장과 공공사업, 병원, 대학 등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동차 분야다. EU는 현재 일본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2026년 2월까지 8년에 걸쳐 이를 철폐한다.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경우 90% 이상이 협정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즉시 사라진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이번 협정으로 한국과 경쟁이 격화되는 유럽시장에서 우위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는 2017년 기준 한국의 대(對)EU 전체 수출액 중 13.3%, 자동차 부품은 5.7%를 차지한다. 일본도 수출 비중이 각각 14%와 6.2%로 비슷하다. 일본산 자동차의 경우 현재 10%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지면 2011년 EU와 FTA를 체결했던 한국과 동일하게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엔진 부품,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던 최대 4.5% 관세는 3~5년에 걸쳐 철폐된다. 

게다가 한국은 대EU 수출품목에서 일본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100대 수출품목 중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은 기계, 전자, 광학·의료기기, 고무, 화학, 철강 등 65개에 달한다. EU는 한국의 주요 수출국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2017년 EU에 563억 달러(약 63조550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수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22.9%에 이르는 등 최근 5년간 EU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계속 상승했다. EU 기준으로 한국은 8대 수입국, 일본은 6대 수입국이다. 

일본과 EU의 이번 JEEPA 체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 일본 정부는 JEEPA에 따라 GDP가 2.5%(13조 엔·약 131조3000억 원) 증가하고, 일자리도 75만 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앞으로 진행될 대미 무역협상에서 협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역시 대일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가공식품 수출량이 51% 증가하고 이 중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수출이 2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PTPP 발효 이후 태국 첫 가입 신청

CPTPP 11개 회원국

CPTPP 11개 회원국

일본이 주도하고 환태평양지역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지난해 12월 30일 발효된 이후 순항하고 있다. CPTPP는 일본·호주·뉴질랜드·캐나다·칠레·페루·멕시코·브루나이·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등이 참여하는 메가 FTA다. 인구는 5억 명이고 세계 GDP의 12.9%, 세계 무역량의 14.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국이 3월 24일로 예정된 총선 전 CPTPP 가입을 신청할 예정이다. 태국이 가입을 신청하면 CPTPP 발효 이후 첫 사례가 되며, 회원국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새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공식적으로 가입이 완료된다. 태국이 CPTPP에 가입하려는 것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해서다. 태국의 CPTPP 11개 회원국에 대한 지난해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31%인 770억 달러(약 86조9000억 원)이며 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태국의 가입 신청을 환영하고 있다. 태국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릴 정도로 자동차산업이 활발한 만큼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태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구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국 외에도 영국, 대만,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CPTPP 가입 희망 의사를 밝힌 가운데 CPTPP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는 “CPTPP와 JEEPA가 미국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맞서 일본의 방파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일본은 CPTPP와 JEEPA를 지렛대 삼아 경제영토를 확대하면서 자유무역 수호의 선봉장임을 자처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9.03.08 1179호 (p52~53)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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