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1

2017.11.01

경제

KOSPI, 2500 찍고 3000 간다!

글로벌 경제지표 개선, 기업 실적 호조 훈풍  …  2018년 ‘선진국형’ 증시로 탈바꿈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bks.com

    입력2017-10-30 13: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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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2500시대’가 열렸다. 10월 23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2500.33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장중 최초로 2400을 돌파한 지 4개월 만이다. 물론 강한 ‘돌파’는 아니었지만 2500선 턱밑에서 마감되며 조만간 ‘2500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것이라는 낙관이 가능해졌다.

    ‘골디락스(Goldilocks)와 금융정책 정상화.’ 이는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할 두 축이다. 경제학적으로 ‘골디락스’란 경기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과열도, 그렇다고 침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냉각도 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구실을 한다. 적정 규모의 성장이 이뤄져야 적정 수준의 이익 증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국내외 경제 모두 골드락스를 예상한다.

    반면 ‘금융정책 정상화’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구실을 한다. 사사분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은 그동안 유지해오던 금융완화정책을 약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형태다. 하지만 이런 정책 변화에도 시중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 변경에 따른 악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상 횟수가 늘고, 유럽까지 유동성 축소 정책에 동참하는 것으로 봐서 9년 동안 주식시장을 끌고 왔던 동력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기업, 이익과 매출 동반 상승 중

    올해 하반기 국내외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예상보다 양호’로 정리된다. 9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8을 기록했다. 13년 만에 최고치다. 실업률은 반대로 4.2%까지 떨어졌다. 4%대 초반 실업률은 경기 호황이 절정에 달한 1990년대 말에나 가능하던 수치로, 현재 미국 경제는 완전 고용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도 예상을 넘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관련 지표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은 이사분기에 이어 삼사분기에도 2%대 중반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연초 이후 유럽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이 속도를 내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국내다.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여러 경기 부양책에도 올해와 내년 모두 3%대 성장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히 부진한 상태라 내년에는 시장에서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해법은 양호한 기업 실적이 경제가 만들어놓은 취약점을 메우는 것밖에 없다.

    올해 기업 실적은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좋았다. 삼사분기 영업이익은 50조 원, 연간 전체 이익은 150조 원으로 전망된다. 둘 다 사상 최고치다. 내년 이익 증가율이 시장이 예상하는 대로 5%가량만 나와도 절대 액수 측면에서 이익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데 문제가 없다.

    또 하나 긍정적 변화는 이익이 영업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기업 매출과 이익 증가 사이클은 네 국면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이익은 늘지만 매출은 정체되는 국면이다. 이는 비용 절감이 이익을 늘리는 구실을 하기 때문인데, 주로 경기 회복 초기에 많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익과 매출이 동시에 높아지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서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도 상승하는 때다. 세 번째는 매출은 늘지만 이익이 둔화되는 국면, 마지막은 이익과 매출 모두 줄어드는 국면이다.

    국내 기업 매출과 이익 증가 사이클은 올해부터 두 번째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거의 늘지 않았던 매출액이 올해는 5%가량 증가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대로 내년 매출액이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할 경우 국면 전환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당연히 이익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2002년 있었다. 당시 분기별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2.3%와 95.2%를 기록해 주가 상승의 토대가 됐다.

    문제는 정책이다. 선진국의 금융정책 기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우리도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금리인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 2015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한 후 지난해 한 번에 그쳤던 금리인상이 올해는 세 번으로 늘어났다. 최근 반응 속도로 볼 때 내년에는 금리인상 횟수가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듯하다.



    금리인상, 유동성 회수는 부정적

    중앙은행의 자산 축소를 통한 유동성 회수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연말부터 매달 국채 6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 MBS(주택저당증권) 40억 달러의 자산 만기 규모를 유지하고 석 달 간격으로 그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아직은 정책 속도를 더디게 짜놓았지만, 상황에 따라 속도는 얼마든지 빨라질 수 있다.

    이런 정책 기조는 한국은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소수 의견이 개진됐다. 과거에도 소수 의견이 확산돼 통화정책 방향이 변경된 예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10월 금통위는 금융정책 변경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0%로 상향 조정되고, 소비자물가 역시 목표치인 2.0%를 상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만약 내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다면 상·하반기 한 번씩 총 2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금리인상과 유동성 회수는 더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앞으로 성장률 수치가 나올 때마다 금리인상이란 단어가 따라붙을 개연성이 높다. 이번 금융정책 정상화는 과거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금융정책이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주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실업률이 4%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1980년 이후 미국 실업률이 5% 이하일 때 기준금리는 평균 5.2%였다. 시장금리도 4%대 후반이었다. 성장과 물가가 구조적으로 떨어진 걸 감안하더라도 현 금리는 너무 낮다.

    반대로 자산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주식, 채권은 물론 부동산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금융완화가 높은 자산 가격을 유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9년 전 버블로 금융위기를 겪은 선진국 처지에서 새로운 자산 버블은 늘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버블이 생길 조짐이 보일 때마다 선진국 정부는 정책을 동원해 막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주식시장에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국 금리인상과 유동성 회수라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양호한 경제와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최소한 내년 일사분기까지 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에는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큰 문제없이 교체될 수 있느냐에 따라 상승이 지속될지, 아니면 상당 기간 휴지기에 들어갈지가 결정될 테다. 지난 8년간 시장을 끌고 온 힘은 누가 뭐라 해도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었다. 금융위기를 넘으려고 짰던 틀이 계속 작동하고 있는 것인데, 앞으로는 ‘상승세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경기와 기업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이 이를 대체해야만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과거처럼 급등하지 않고 소폭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시장은 급등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계단식으로 움직여왔다. 이는 이머징 마켓(급성장 중인 신흥국가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거시변수나 산업구조가 개선되는 동안에는 주가가 급등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장기간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선진국은 성장률이 낮고 변동성도 적어 주가가 거시변수보다 기업 단위의 변화에 의해 움직인다. 그 덕에 상승이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형태를 보인다.  
     


    여전히 매력적인 IT주와 바이오주, 2차 전지주

    우리 경제가 저성장기에 진입한 건 2000년대 중·후반부터다. 경제구조상 성장이 높아질 수 없는 상태였지만, 중국 특수로 2010년까지 저성장이 표면화되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이번 상승기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후 처음 맞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상승 원인이 달라진 만큼 우리 시장도 선진국 형태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말까지 코스피가 2550~2600으로 상승한 후 내년 일시적으로 3000에 도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기대도 가능하다.

    종목별 움직임은 시장보다 복잡하다. 대세 상승 때 기업 실적은 ‘현재 이익→1~2년 이내 가시적 이익→불확실한 미래의 이익’ 순으로 주가에 반영된다. 현재 이익은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다. 10월 이후는 가시적 이익과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이 주가에 동시 반영되는 형태로 상승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시적 이익은 IT(정보기술)가,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은 바이오와 2차 전지 등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IT주 강세는 삼성전자의 영향 때문이다. 7월까지 상승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보유하는 게 다른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다른 IT주까지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회사의 이익이 IT기업 간 연관성을 통해 업종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하고 있어서다. IT주의 상승은 흠잡을 데가 없다. 앞으로 1~2년간은 높은 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 관련주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가시적 이익으로는 현 주가를 설명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가 오를 때마다 문제시되던 부분이 다시 얘기되고 있다. 영업실적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도 시가총액이 수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결국 당분간은 IT주 중심의 시장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IT주의 상승력이 약해지면 다른 대형주로 매기(買氣)가 옮겨가기보다 아예 휴식에 들어갈 개연성이 높다. 중·소형주가 대안이 되려면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세 상승이 대형주로 시작됐고, 10월 이후 상승 종목이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여전히 대형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유동성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대형주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유동성 장세 때 투자자는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주식을 선호한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상태라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수익을 내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주식, 그리고 매수·매도를 위해 가격을 너무 많이 높이거나 낮춰야 하는 주식은 좋은 매매 대상이 될 수 없다. 중·소형주는 둘 모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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