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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결핵보다 더 무섭다” 질병본부의 무성의가 너무해

산후조리원 신생아 120명 집단 결핵 노출…역학조사 대상 제외 아기도 결핵 양성 판정

“결핵보다 더 무섭다” 질병본부의 무성의가 너무해

“결핵보다 더 무섭다” 질병본부의 무성의가 너무해

신생아 집단 결핵 노출이 발생한 서울 은평구 동그라미산후조리원의 모습. 현재 내부점검으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서울 은평구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녹번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이모(54) 씨는 7월 2일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중 이씨의 폐 일부에서 병변이 발견되는 등의 이유로 정밀검진을 실시했고, 8월 19일 결핵균 양성 진단이 나왔다. 그리고 8월 24일 전염성 결핵으로 확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간호조무사 이모 씨가 조리원에서 마지막으로 일했던 8월 18일부터 11주 전인 6월 4일까지를 전염이 가능한 기간으로 보고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6월 4일부터 8월 18일까지 이 조리원의 신생아실을 이용한 영·유아는 총 120명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본부는 8월 28일 산모 등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당시 설명회에서 해당 결핵 환자의 전염도가 “(10을 최대로 놓았을 때) 1~2 정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9월 17일 현재 검사를 실시한 57명의 신생아 중 21명이 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결핵 검사는 생후 12주가 지나야 실시할 수 있어 아직 검사를 받지 못한 신생아 가운데 양성 판정이 더 나올 수도 있다.

“전염성 거의 없다”며 역학조사 제외

보호자들은 역학조사 기간을 더 늘려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학조사 기간 중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들의 조리원 이용 시기가 6월 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주간동아’의 질문에 질병관리본부 결핵조사과 담당자는 규정상 역학조사 기간을 더 늘려 잡기가 곤란하다고 답했다. “감염자가 객담(가래)이 있는 증상을 보일 경우 역학조사 기간을 3개월로 잡고, 객담 증상이 없을 경우 1개월로 잡는다. 이미 신생아인 점을 감안해 역학조사 기간을 1개월보다 늘려 잡은 상태다.”



그러나 역학조사 대상자에서 제외된 신생아 중에서도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산모 차모 씨는 6월 4일 오전 퇴원했지만 결핵과 관련해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했다. 차씨는 설명회가 끝난 후인 8월 31일이 돼서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모자(母子)가 이용한 산후조리원에서 결핵 환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차씨 모자가 6월 4일 퇴원했음에도 역학조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은평구보건소 측에 문의하자 “전염성은 거의 없는데 신생아들이라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이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한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차씨는 이튿날 아기를 데리고 보건소를 방문해 역학조사 대상자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으나 보건소 측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차씨는 자비를 들여 검사를 했고, 차씨의 아기는 9월 14일 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주된 결핵 검사 방법 가운데 하나인 피부반응 검사(투베르쿨린) 결과가 심하게 나와 ‘강한 양성’(강양성) 반응이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양성 반응까지 나왔지만 역학조사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씨는 진단비 일부를 부담해야 했다. 역학조사 대상자들은 진단 및 치료에 드는 비용 전액을 지원받고 있다.

차씨 사례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결핵조사과는 “감염자가 6월 4일 오전에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역학조사 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양성 판정이 나왔다 해도 전원이 실제 감염자는 아닐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진단 결과가 ‘가짜 양성’(위양성)일 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차씨의 아기는 피부반응 검사가 매우 심하게 나타난 강양성이었다. 이에 대해 결핵조사과는 “아기가 다른 곳에서 결핵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후 3개월을 갓 넘긴 신생아가 어디서 또 결핵균에 노출됐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보호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결핵 감염 판정을 받았을뿐더러 성인도 힘들어하는 치료제 투약을 앞으로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유아의 경우 결핵균에 감염되면 일정 용량의 약을 3~9개월 동안 투약해야 한다. 보호자들은 갓난아기를 깨워 억지로 약을 먹여야 하는 데 따른 고충을 호소한다.

신생아 감염 시 50% 발병, 치료가 먼저

“결핵보다 더 무섭다” 질병본부의 무성의가 너무해

피해 산모가 제공한 서울 은평구 동그라미산후조리원 내부 모습.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반드시 결핵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염자가 어릴수록 감염됐을 때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김종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세 미만 영아의 경우에는 결핵균에 감염되면 2명 중 1명에게서 결핵이 발병한다”고 했다.

많은 보호자가 치료제로 인한 부작용, 특히 간 기능 손상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김종현 교수는 오히려 성인에 비해 영·유아가 더 안전한 편이라고 답했다. “성인은 투약 전 (간기능 검사를 위한) 혈액검사를 하지만 소아의 경우 원래 간이 나쁘지 않은 이상 혈액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교과서적인 견해다.”

또 김 교수는 결핵이 발병했을 때 그 위험이 무척이나 치명적이기 때문에 전문가는 대부분 결핵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보다 치료를 우선시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결핵이 발병할 경우 폐결핵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파종 결핵(결핵균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경우)이다. 결핵성 뇌수막염이 대표적인데 발병할 경우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료해도 뇌성마비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질병은 특히 24개월 미만 영아에게서 더욱 높은 확률로 발병한다.”

이쯤 되면 질병관리본부의 대처가 안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6월 초 접촉한 신생아 가운데 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가 많았을뿐더러 심지어 역학조사 대상 외에서도 양성 판정이 나온 사례가 있었다. 특히 신생아에게 결핵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역학조사 대상이 아닌 신생아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온 경우에 대해 질병관리본부가 “다른 곳에서 전염됐을 수 있다”거나 “현재 역학조사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답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아직 검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역학조사 대상자는 검사 결과에 따라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15.09.21 1006호 (p60~61)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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