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2

2011.08.29

뻔한 해피엔딩 그래도 웃음 빵빵 터져

연극 ‘머쉬멜로우’

  • 김유림 rim@donga.com

    입력2011-08-29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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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해피엔딩 그래도 웃음 빵빵 터져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지만, ‘웬수’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연극 ‘머쉬멜로우’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관객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이유는 연인이라면 겪을 법한 갈등을 소재로 한 덕분이다.

    찐득찐득 하얀 마시멜로. 먹을 때는 달콤하지만 칼로리가 높아 그 열량을 다 소비하려면 지구를 세 바퀴 돌아야 한단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처음 사랑에 빠질 때는 달콤하지만, 어느 순간 전쟁 같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다시 사랑을 한다. 살찔 줄 알면서도 자꾸자꾸 마시멜로에 손이 가는 것처럼.

    연극 ‘머쉬멜로우’의 내용은 단순하고 유쾌하다. 남편은 무능하고 아내는 바가지를 긁는다. 두 사람이 한바탕 싸우다 나간 빈집에 초보 도둑 박봉팔이 경찰을 피해 들어온다. 본분도 잊고 술에 취해 소파에서 자던 박봉팔은 집 안에 감도는 ‘싸움의 기운’을 감지한다. 박봉팔의 도움으로 남편과 아내는 화해한다. 그 덕에 박봉팔도 ‘밤손님’ 일을 청산하니 일석이조,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다.

    ‘머쉬멜로우’는 대학로 소극장 연극의 장점을 십분 살린 작품이다. 마구잡이로 뽑은 관객 2명이 직접 무대에 올라 꽤 비중 있는 배역을 맡는다. 그들의 퍼포먼스에 따라 그날 극의 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심각한 고민이나 갈등은 없다. 정신없이 깔깔 웃다 보면 어느새 결말이다. 시시할지도 모르지만, 최고의 데이트 연극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대학로에서 5년 이상 이어온 소극장 장기 공연에는 ‘라이어’ ‘보잉보잉’ ‘빨래’ ‘염쟁이 유씨’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 있다. 이들 공연의 공통점은 바로 재미. 남녀노소 모두 이해하기 쉽고 보는 내내 웃음이 뻥뻥 터진다. 출연 배우는 대부분 5명 이내며, 극마다 변주가 많다. 그만큼 각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하기에 이만한 무대가 없다.



    뻔한 해피엔딩 그래도 웃음 빵빵 터져
    아직 한 번도 소극장 연극을 본 적이 없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대학로로 가보자. 예약도 필요 없다. 대부분 선착순 입장이다. 이리저리 할인받으면 영화 값보다 저렴하다. 그렇다고 작품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치열한 대학로 연극판에서 5년 넘게 살아남은 작품들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연극 초짜인 당신을 골수 대학로 팬으로 만들 저력을 지녔다. 서울 대학로 키득키득 아트홀, 오픈런, 문의 02-3673-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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