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잊는 마법시간으로 초대](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8/29/201108290500019_1.jpg)
독자 대부분에게는 밴드 이름부터 낯설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한층 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노랫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영어인 데다, 멜로디에서 흔히 말하는 ‘뽕끼’는 찾으려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정보 없이 들으면 외국 밴드로 착각하기 딱 좋지만 분명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가씨들이다. 효선과 나은이라는 친근한 이름을 가졌음에도 이들에게는 평범한 한국사람의 심금을 음악으로 울리겠다는 포부 따위는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최소한 8월 18일 발매된 2집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새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은 사람과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분위기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만큼 대중적이고 호소력 짙은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연인이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호기심 품는 모습을 인간 원형을 찾아 열대우림을 헤매는 인류학자의 탐험에 비유한 곡 ‘Anthropology(인류학)’도 사랑스럽지만, 압권은 앨범 타이틀이 후렴구로 반복되는 ‘Love Me Like Nothing’s Happened Before’다. 사랑에 빠지는 바로 그 순간의 가슴 떨림과 애잔함을 이렇게 정묘하게 표현한 음악이 이전에 또 있었을까.
노래를 듣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예전에 봤던 영화 장면들이 하이라이트 모음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에서 무언가에 열중한 나머지 소년처럼 떠들어대는 남자의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사랑에 빠져버리던 여주인공의 표정이라든지, ‘얼음여신’ 그레타 가르보가 출연한 영화 ‘니노치카’에서 그가 처음으로 활짝 웃는 그림 같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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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