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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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적막한 배경으로 최적?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7-11-14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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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하고 적막한 배경으로 최적?

    ‘훌라걸스’

    사라져가는 것, 시대 조류에 뒤처진 것들을 현실은 외면한다. 그러나 영화는 오히려 그들을 사랑한다. 그러한 것들 중에는 탄광촌이 있다.

    1960년대 중반 일본의 어느 탄광촌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영화로 옮긴 ‘훌라걸스’. 당시 일본에선 석탄산업 구조조정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영화 속 마을에서도 탄광은 폐쇄되고 직원들은 정리해고 된다. 사양길의 탄광촌과 대비되는, 이국적이며 발랄한 훌라춤. 그 묘한 조합이 영화를 밀고 나가는 동력이었다.

    영화 ‘브래스드 오프’는 1990년대 초 영국 요크셔 지방의 탄광을 무대로 했다. 이곳의 탄광 역시 당시 대처의 보수당 정부가 전격적인 폐광정책을 펴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한다. 실의에 빠진 마을 사람들의 생명력과 희망을 대변하는 것은 오래된 마을 밴드의 음악이다.

    막다른 길에 내몰린 탄광마을과 훌라춤을 추는 소녀의 생기 넘치는 모습. 비탄에 젖은 사람들의 절망적인 표정과 밴드의 경쾌한 리듬. 그 기묘한 조합은 극단적 대비를 이룬다. 탄광촌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니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빌리 엘리어트’도 탄광촌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훌라춤 추는 모습이 예쁘고,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분명한 것은 결코 현실을 과거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랬다.



    1990년 개봉된 한국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은 운동권 대학생이 수배를 피해 폐광 위기에 놓인 탄광촌으로 도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만약 탄광촌이 아닌 다른 곳이 배경이었다면 그만큼 쓸쓸했을까. 영화가 개봉된 때는 석탄합리화 계획으로 석탄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시기였다. 주변부 인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탄광촌은 그지없이 적절한 곳이었다.

    이제 탄광은 쓸쓸한 풍경을 넘어 아예 잊혀진 역사, 공간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석탄광이 문을 닫고 폐철로를 이용한 관광지나 술 저장창고 등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폐쇄된 탄광에 다시 햇빛이 비칠 수도 있을 듯하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보는 고유가로 잊혀진 연료 석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폐광된 탄광들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탄광촌에서 진짜 흥겨운 훌라춤을 출 수 있게 될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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