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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5분 도시’ 같은 ‘N분 생활권 도시’ 한국에 만든다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정부 ‘도시계획 혁신방안’… 주거지에서 경제 및 일상생활 영위하는 글로벌 트렌드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프랑스 파리 ‘15분 도시’ 같은 ‘N분 생활권 도시’ 한국에 만든다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조감도. [서울시 제공]

정부가 1월 5일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토지용도와 용적률, 건폐율 같은 개발 밀도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N분(分) 생활권 조성을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의 제도화’다.

언론은 대부분 첫 번째에 주목했다. 규제 완화가 토지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이고,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꽤나 파격적이다. 기존 도심 지역에 적용되는 이용 규제를 풀어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3가지 유형의 ‘공간혁신 구역’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용산 개발 탄력 전망

도시혁신구역은 토지용도와 용적률, 건폐율 등 규제를 없앤 ‘한국형 화이트 존(White Zone)’이다. 민간이 선호하는 도심 내 유휴부지 등이 이곳으로 지정되면 민간사업자가 기존 도시계획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아파트와 업무시설, 호텔, 병원, 공원 등을 고밀도로 조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가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노후 항만 배후단지였으나 개발사업자가 토지용도를 자유롭게 복합적으로 결정하게 함으로써 주거시설과 국제업무시설, 관광시설 등이 들어선 복합단지로 변신했고, 현재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복합용도구역은 주거·상업·공업 등 용도 지역에 따라 설치 가능한 시설과 밀도를 각기 다르게 적용하는 현행 방식을 탈피하는 게 핵심이다. 업무와 주거, 생활시설을 한꺼번에 설치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노후한 공업단지나 쇠퇴한 구도심 등이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모범 사례로 미국 보스턴 혁신지구를 꼽았다. 항만 물류창고 등 수변 지역을 복합용도지구로 지정한 뒤 주거, 업무시설, 공공·문화시설, 공원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뀌었다.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은 입지 조건이 우수한 지역의 주요 시설물이 용도 제한 등에 묶여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자는 게 골자다. 공공기관 시설물이나 철도역사 같은 시설물을 복합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도로나 철도를 지하화한 뒤 상부 공간에 공공청사, 주택, 종합의료시설 등을 한꺼번에 조성하는 것도 사업 방안의 한 사례로 제시했다.



도시계획 혁신방안의 두 번째 과제인 ‘N분 생활권 조성을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의 제도화’는 한마디로 앞으로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N분 도시 만들기’ 관련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N분 동네는 일상생활의 인프라를 도보나 자전거로 분 단위 내에서 누릴 수 있는 주거 및 도시 공간 설계를 의미한다. 이번 발표에서 국내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새로운 도시계획 개념이다.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 기대

파리 15분 도시 개념도. [프랑스 파리시 홈페이지]

파리 15분 도시 개념도. [프랑스 파리시 홈페이지]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추진하는 정책으로, 핵심 요소는 ‘초근접성(hyper proximity)’이다. 즉 파리를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에 15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는 근거리 생활기반 도시로 재정비해 보행과 자전거 중심의 친환경 녹색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파리는 15분 도시 개념을 미니메스 지구(Minimes Barracks)에 적용했는데, 기존 건물을 공영주택 단지와 보육원, 식당, 사무실 등 복합용도로 재건축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시설들을 배치하고 주차장은 공원으로 리모델링했다. 5분 거리에 있는 바스티유 광장과 레퓌블리크 광장 등을 자동차 위주 교통 중심지에서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바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통 혼잡 완화, 사회적 거리두기, 탄소중립 등을 위해 임시로 설치했던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예 영구화했다.

정부는 한국의 N분 도시를 위해 현재 도시기본계획에서 부문 계획인 생활권 계획을 ‘생활권 도시계획’으로 제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생활권 단위의 도시 관리가 필요한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기본계획을 세울 때 권역 내 개발 방향, 생활 인프라 구축 계획, 밀도·높이 관리 방안 등을 생활권 중심으로 조정할 수 있다. 행정구역 범위를 넘어 ‘내가 사는 곳’에서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도시기본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여기에 지역 내 관광이나 일자리 등을 위해 일정 기간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인구수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비수도권 도시에서 도심재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인구 규모를 늘려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토지개발 물량 산정이나 기반시설·주거·교통계획 등을 세울 때 사업성을 유리하게 산정할 수 있다.

도시계획 혁신방안은 국토계획법 개정 사항이다. 정부는 이달 중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하위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 일부 노후 공업지역 재정비나 스마트도시개발 사업에 시범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도시계획 혁신방안이 틀에 박힌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창의적인 도시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도시계획에 민간의 제안을 폭넓게 허용하고,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민간이 개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규제가 줄어든 만큼 도시계획 수립과 변경에 걸리는 기간도 현행 4~6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경제·사회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러한 정부 계획은 도시 중심지에 위치한 부동산가치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쇠퇴한 산업단지나 원도심 지역 등을 활용한 대규모 복합개발이 가능해져 지방 부동산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수도 있다. 정부도 이를 우려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무분별한 개발 방지를 막고,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적절한 공공기여 방안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공공기여는 도시계획 변경에 의해 발생한 이익을 공공시설 등으로 기부채납하게 해 환수하는 제도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개발 조감도. 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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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73호 (p32~33)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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