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윤영(35) 씨는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언제 들어와?’ ‘저녁은 먹었어?’ ‘집에 올 때 참기름 좀 사서 와’라는 말에 남편은 ‘10’(10시), ‘ㅇㅇ’(응), ‘ㅇㅋ’(오케이) 등 짧게 답했다. 남편은 연애할 때도 종종 짤막한 답변만 보내 정씨를 서운하게 했다. 남편은 “알아듣게 쓰면 됐지, 뭐 하러 길게 써”라며 문자메시지 쓰기를 귀찮아했다. 반면 정씨의 여고 동창들 채팅방은 늘 수다스러웠다. 각종 이모티콘이 오갔고 말풍선 속 문장은 2~3줄을 넘었다.
‘관계지향’이 이모티콘 사용 늘려
주말마다 소개팅을 하는 김민영(30·가명) 씨는 남성과 채팅할 때는 문장부호 ‘~’를 자주 쓴다. 그 나름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다. 김씨는 “‘썸 타는’ 동안엔 음성통화보다 문자메시지로 소통하지 않나. ‘안녕하세요’라고 무뚝뚝하게 답할 때보다 ‘네~ 안녕하세요~? ^-^*’라고 보내면 남자들이 더 호감을 갖는 것 같다”며 “평소 내성적이고 표현력이 없어 고민인데 물결표를 쓰면 더 생동감 있는 말투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 문자 사용에 남녀 간 화법 차이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화제다. 1월 박선우 계명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은 논문 ‘SNS 모바일 텍스트의 언어학적 양상 : 성별과 연령의 차이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페이스북 이용자 중 10대, 20대, 30대, 40대 이상 각 100명씩 총 400명의 댓글을 분석했다.
결론을 보면 텍스트당 이모티콘은 여성이 남성보다 2.5배 더 사용하며, 문장부호는 1.6배 더 쓴다. 반면 사투리를 문자메시지에 반영하는 경향은 남성이 더 강하다. 연구팀이 대구·경북 지역 이용자들의 SNS 댓글을 조사한 결과, 지역어(사투리)와 관련한 텍스트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은 실제 대화할 때 사투리를 쓰더라도 SNS 텍스트는 표준어화해 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SNS 텍스트는 왜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날까. 이는 본능적인 성역할 구분, 사회화 과정에서 생기는 남성 또는 여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먼저 이모티콘과 문장부호는 표정이나 기분 상태를 나타낸다. 즉 자기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이명길 연애코치는 “여성들은 대화할 때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남성보다 리액션(반응)에 적극적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대화 중 상대를 터치하거나 자주 미소를 띠고 상대의 대화 내용에 맞는 반응과 질문을 한다. 반면 SNS상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이모티콘과 문장부호로 표출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학에서는 여성의 성역할이 ‘표현적’이기 때문에 감정 소통을 많이 한다고 해석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시시대부터 여성은 자녀 양육을 책임졌는데 여기에는 아이에 대한 정서적 보살핌(caring)도 포함된다. 이런 구실을 수행하기 위한 정서 표현 능력이 성역할로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의 경우 이모티콘 사용을 불필요하게 느낄 수 있다. 여성에 비해 덜 관계지향적이고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명길 코치는 “남성은 타인과의 관계보다 ‘나 자신’을 중시한다. 따라서 대량의 SNS 메시지 이용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남자답지 못하다’고 인식하다 보니 이모티콘 남발을 ‘가벼운 행동’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대를 따라 하면 호감도 높아져
사투리를 쓰는 여성 일부가 SNS에서 표준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뭘까. 이정복 대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007년 발표한 논문 ‘인터넷 통신 언어에서 보이는 방언 사용의 성별 차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방언을 43% 더 많이 쓴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의 경우 SNS에서 소통할 때 커뮤니티 이용자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동창들만 방문하는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서는 고향 말을 편하게 썼지만, 공개된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익명의 낯선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로 표준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이정복 교수는 “여성은 방언이 표준어에 비해 품위가 없는 말이라 생각해 덜 쓰는 경향이 있고, 맥락이나 분위기에 따라 방언 사용률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출신 지역’에 더 강한 유대감을 갖는다는 분석도 있다. 신경아 교수는 “출신 지역이란 전통적으로 남성들을 끈끈하게 묶는 남성 중심적 관계망이다. 반면 여성은 결혼 후 고향을 떠나 시집으로 들어가는 전통 때문에 지역성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녀는 태생적으로 언어습관이 다르며, 실제 대화를 텍스트로 옮기는 양상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할 때 SNS에서의 의사소통도 더 즐겁고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성끼리 SNS로 소통할 때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명길 코치는 “‘SNS 미러링(mirroring)’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심리학 이론 중 하나인 미러링은 대화 시 상대 표정이나 몸짓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명길 코치는 “SNS로 소통할 때 상대방과 같은 띄어쓰기, 줄 바꾸기를 사용하고 상대와 비슷한 수준의 이모티콘 양과 메시지 길이를 염두에 두면 좀 더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팁이다.
‘관계지향’이 이모티콘 사용 늘려
주말마다 소개팅을 하는 김민영(30·가명) 씨는 남성과 채팅할 때는 문장부호 ‘~’를 자주 쓴다. 그 나름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다. 김씨는 “‘썸 타는’ 동안엔 음성통화보다 문자메시지로 소통하지 않나. ‘안녕하세요’라고 무뚝뚝하게 답할 때보다 ‘네~ 안녕하세요~? ^-^*’라고 보내면 남자들이 더 호감을 갖는 것 같다”며 “평소 내성적이고 표현력이 없어 고민인데 물결표를 쓰면 더 생동감 있는 말투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모바일 문자 사용에 남녀 간 화법 차이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화제다. 1월 박선우 계명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은 논문 ‘SNS 모바일 텍스트의 언어학적 양상 : 성별과 연령의 차이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페이스북 이용자 중 10대, 20대, 30대, 40대 이상 각 100명씩 총 400명의 댓글을 분석했다.
결론을 보면 텍스트당 이모티콘은 여성이 남성보다 2.5배 더 사용하며, 문장부호는 1.6배 더 쓴다. 반면 사투리를 문자메시지에 반영하는 경향은 남성이 더 강하다. 연구팀이 대구·경북 지역 이용자들의 SNS 댓글을 조사한 결과, 지역어(사투리)와 관련한 텍스트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은 실제 대화할 때 사투리를 쓰더라도 SNS 텍스트는 표준어화해 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SNS 텍스트는 왜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날까. 이는 본능적인 성역할 구분, 사회화 과정에서 생기는 남성 또는 여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먼저 이모티콘과 문장부호는 표정이나 기분 상태를 나타낸다. 즉 자기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이명길 연애코치는 “여성들은 대화할 때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남성보다 리액션(반응)에 적극적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대화 중 상대를 터치하거나 자주 미소를 띠고 상대의 대화 내용에 맞는 반응과 질문을 한다. 반면 SNS상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이모티콘과 문장부호로 표출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학에서는 여성의 성역할이 ‘표현적’이기 때문에 감정 소통을 많이 한다고 해석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시시대부터 여성은 자녀 양육을 책임졌는데 여기에는 아이에 대한 정서적 보살핌(caring)도 포함된다. 이런 구실을 수행하기 위한 정서 표현 능력이 성역할로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의 경우 이모티콘 사용을 불필요하게 느낄 수 있다. 여성에 비해 덜 관계지향적이고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명길 코치는 “남성은 타인과의 관계보다 ‘나 자신’을 중시한다. 따라서 대량의 SNS 메시지 이용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남자답지 못하다’고 인식하다 보니 이모티콘 남발을 ‘가벼운 행동’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대를 따라 하면 호감도 높아져
사투리를 쓰는 여성 일부가 SNS에서 표준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뭘까. 이정복 대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2007년 발표한 논문 ‘인터넷 통신 언어에서 보이는 방언 사용의 성별 차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방언을 43% 더 많이 쓴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의 경우 SNS에서 소통할 때 커뮤니티 이용자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동창들만 방문하는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서는 고향 말을 편하게 썼지만, 공개된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익명의 낯선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로 표준어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이정복 교수는 “여성은 방언이 표준어에 비해 품위가 없는 말이라 생각해 덜 쓰는 경향이 있고, 맥락이나 분위기에 따라 방언 사용률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출신 지역’에 더 강한 유대감을 갖는다는 분석도 있다. 신경아 교수는 “출신 지역이란 전통적으로 남성들을 끈끈하게 묶는 남성 중심적 관계망이다. 반면 여성은 결혼 후 고향을 떠나 시집으로 들어가는 전통 때문에 지역성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녀는 태생적으로 언어습관이 다르며, 실제 대화를 텍스트로 옮기는 양상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할 때 SNS에서의 의사소통도 더 즐겁고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성끼리 SNS로 소통할 때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명길 코치는 “‘SNS 미러링(mirroring)’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심리학 이론 중 하나인 미러링은 대화 시 상대 표정이나 몸짓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명길 코치는 “SNS로 소통할 때 상대방과 같은 띄어쓰기, 줄 바꾸기를 사용하고 상대와 비슷한 수준의 이모티콘 양과 메시지 길이를 염두에 두면 좀 더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