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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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법칙 지킨 음식 암을 잡을 수 있죠”

인터뷰 | ‘태초먹거리’ 이론 설파 이계호 충남대 교수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3-10-14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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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법칙 지킨 음식 암을 잡을 수 있죠”

    이계호 충남대 교수는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무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 가을, 사랑하는 딸을 내 가슴 깊은 곳에 묻었다. 그 후 딸이 남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남은 생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계호 충남대 교수가 ‘태초먹거리 학교’를 생각해낸 것은 22세 젊은 나이에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딸을 위해서였다. 그는 딸과 함께 이곳을 일구며 암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딸은 아버지의 소원을 끝끝내 들어주지 못했다. 수술 후 큰 문제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딸이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져버린 암세포를 이기지 못하고 3년 만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딸 보낸 아픔 딛고 학교 세워

    “요즘 암 치료기술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암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을까요. 암세포가 깨끗이 제거됐던 제 딸은 왜 3년 만에 전신에 암세포가 퍼져 손도 쓸 수 없을 지경이 됐을까요. 그 이유는 잘못된 환경과 먹거리, 생활습관 등 암세포가 생길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그 결과물로 나타난 암세포만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암 치료기술은 발전하지만 그보다 암을 키우는 환경과 잘못된 생활습관, 식문화 등이 더 빨리 전이되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이 교수는 대학 일과 별개로 충북 옥천군 청성면에 위치한 ‘태초먹거리 학교’를 운영 중이다. 학교는 예상보다 더 깊고 깨끗한 시골의 자연 속에 터를 잡고 있었다. 접착제 하나, 못 하나 사용하지 않은 그림 같은 친환경 목조주택, 산과 들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풍경은 마음의 묵은 때를 시원하게 벗겨주는 듯했다. 이 교수는 이 학교를 세우려고 손수 터를 고르고 자재를 구매했다. 비록 그가 꿈꾸던 대로 암을 이긴 딸과 이곳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하진 못하지만 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른 암환자들을 위해 학교 문을 열었다.



    “제 딸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초기라는 말에 안도했답니다. 또 수술도 잘돼 무사히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어요. 당시 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아이는 퇴원 후 바로 복학하려고 서울로 올라갔죠. 뒤처진 공부를 해야 하고 졸업작품도 완성해야 했거든요. 다시 밤샘 작업을 하고, 식사도 불규칙하게 하는 생활이 반복됐어요. 초기에 발견한 암은 잡았을지 모르지만 딸아이 몸을 공격하던 환경과 생활습관, 먹거리는 변하지 않았던 셈이죠. 암 치료과정에서 면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터라 다른 암세포가 공격하기에 더 좋았을 겁니다.”

    “자연의 법칙 지킨 음식 암을 잡을 수 있죠”

    1 이계호 교수가 경기 가평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2 이계호 교수가 차린 태초먹거리 밥상. 3 이계호 교수의 자연식 강의 모습.

    그렇게 딸이 가고 난 뒤 보니 이 교수는 후회되는 일이 참 많았다. 딸아이의 투병기간에도 다른 암환자 가족이 겪는 온갖 오류를 다 겪었다. 인터넷이나 신문, 방송 기사들을 보며 암에 좋다는 식품을 많이도 사들였다. 지인들이 좋다고 하는 온갖 정보를 다 받아들였다. 독일과 일본의 대체의학 또는 통합의학 쪽 암연구와 임상사례는 물론, 미국과 남미에서 사용하는 민간요법까지 샅샅이 뒤져 딸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폈다. 하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특효약, 완치약을 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은 희미해져만 갔다.

    이미 생긴 암을 치료하는 것은 현대의학 몫이었다. 다만 암이 발생하기 전 암을 이길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암 치료 후 재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의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태초먹거리 학교를 구상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 학교는 상업성과 편리성에 기대어 변질돼가는 현대 먹거리를 전체식(whole food), 균형식(balanced food), 거친 음식(wild food), 여유식(slow food)으로 바꿔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비영리기관이다. 태초먹거리 학교의 수업은 일일프로그램과 숙박프로그램, 리더 양성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하는데, 현재는 일일프로그램 진행만으로도 벅찰 만큼 신청자가 줄을 섰다. 일일프로그램 수업은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둘째 주엔 옥천에서, 넷째 주엔 대전에서 진행된다. 수업료는 무료. 교재로 사용하는 그의 저서 ‘태초먹거리’(그리심어소시에이츠)만 준비해오면 된다.

    “효소는 설탕물이다”

    “자연의 법칙 지킨 음식 암을 잡을 수 있죠”
    이 교수는 대학 수업과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분석기술연구소 일을 병행하면서 태초먹거리 학교 수업도 이끌어가야 해, 최근에는 자신의 지식과 이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리더를 키우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진실공방이 계속되는 효소의 효능, 그 논란의 중심에 이 교수의 ‘설탕물’ 발언이 있다. 많은 사람이 효소가 영양성분이라 생각하지만 그는 실질적으로 효소 자체는 영양성분이 아닌, 어떤 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꿔주는 촉매제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매실이 열매를 맺으려면 뿌리를 통해 물과 영양분을 빨아들여야 하는데, 이때 매실 자체가 지닌 효소가 촉매제 구실을 한다. 다른 식물이나 동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피부와 머리카락 등으로 바꾸는 것 역시 우리 몸속 효소의 작용에 의해서란다. 결국 효소는 각자의 몸에 필요한 기능을 할 뿐, 다른 생물에게 필요한 효소를 우리 몸에 받아들인다고 특별한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매실진액 같은 과일 진액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과일 자체의 영양 성분이 아닌 설탕 때문입니다. 매실이 몸에 좋은 것은 매실이 가진 영양성분 때문인데, 매실진액을 먹으면 매실의 영양성분과 더불어 당분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됩니다. 매실을 설탕과 함께 발효시키면 설탕이 마치 몸에 좋은 성분으로 변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 이 두 가지로만 이뤄진 물질이기 때문에 백 년이 지나도 좋은 성분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몸에 좋은 과일 성분을 두고두고 섭취하려고 만든 과일 진액이 오히려 당뇨 같은 성인병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매실이 완전히 익기 전인 청매실보다 완전히 익은 황매실의 영양성분이 더 많고 좋음에도 청매실로 진액을 담그는 것은 황매실이 쉽게 물러 유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찾은 차선책일 뿐, 매실 씨앗뿐 아니라 청매실 자체의 독성은 매실진액의 당분과 더불어 우리 몸을 오히려 상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매실의 영양성분을 겨울까지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가 제안하는 방법은 ‘식초’다. 과일에 당분을 20~25%로 맞춰 발효시키면 알코올 상태를 지나 식초가 되고, 일대일 비율이면 당이 방부작용을 해 미생물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진액이 된다. 물론 설탕이 침투하지 못하는 과일 안쪽에서 일부 발효가 일어나지만 과일 진액이 설탕절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과일의 영양성분을 보존하려면 진액이 아닌 식초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이계호 교수가 추천하는 태초먹거리

    소화가 잘되는 ‘태초현미식’

    태초현미식은 오래도록 꼭꼭 씹지 않으면 오히려 소화가 잘되지 않아 현미의 영양성분이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고 위에 부담을 주는 점을 감안해 소화가 잘되도록 밥과 죽의 중간 형태로 밥을 짓는 것이다. 단백질을 공급하는 검은콩, 항암작용이 우수한 율무, 해독작용을 하는 녹두, 그리고 두 가지 기능을 모두 하는 통들깨를 섞어 조리한다. 태초현미식을 섭취할 때는 통들깨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천천히 꼭꼭 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료(4~5인분)

    현미 160g(1컵), 검은콩 40g(1/4컵), 율무 40g(1/4컵), 녹두 40g(1/4컵), 통들깨 53g(1/3컵), 물 640ml(4컵)

    *1컵은 전기밥솥 계량컵 160ml 기준

    조리법

    1. 통들깨를 제외한 모든 곡류를 한 번에 깨끗이 씻는다.

    2. 통들깨는 물에 뜰 수 있으므로 따로 두 손으로 비벼가며 씻는다.

    3. 슬로쿠커에 저온상태에서 7시간 동안 푹 익힌다. 물 양은 기호에 따라 된밥 또는 진밥이 되도록 조절할 수 있다. 수수, 기장 등 잡곡을 추가하거나 잣을 넣어 고소하게 지어도 밥맛이 좋다.

    말린 ‘태초과일빵’

    빵을 만들 때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유와 버터, 달걀,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들이 있다. 우유 대신 두유와 레몬즙 혹은 코코넛 밀크, 라이스 밀크, 아몬드 밀크를 사용할 수 있으며, 달걀 대신 두부나 바나나, 두유요구르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 버터는 올리브유나 포도씨유로, 설탕은 꿀이나 메이플시럽, 아가베시럽, 쌀엿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재료

    크랜베리 40g, 건포도 40g, 호두 40g, 통밀가루 300g, 물 180g, 소금 5g, 드라이이스트 5g, 올리브유 30g

    조리법

    1. 통밀가루에 소금과 드라이이스트를 서로 닿지 않게 넣어 섞는다.

    2. 통밀가루반죽에 물, 올리브유를 넣고 섞어 반죽 치기를 한다.

    3. 반죽에 크랜베리, 건포도, 호두를 더해 고루 반죽한다.

    4. 빵틀에 올리브유를 바른 후 반죽을 얹고 40도에서 40분간 1차 발효를 시킨다.

    5. 손으로 눌러 가스를 빼고 2개로 나눠 20분 정도 그대로 둔다.

    6. 빵 모양으로 만들어 40도에서 40분간 2차 발효를 시킨다.

    7.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5분간 구워낸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태초백설기’

    단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되돌리는 고소한 백설기. 단맛을 좋아한다면 설탕 대신 건포도를 조금 넣는다. 쑥은 농약을 뿌리지 않은 것을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데, 떡집에 맡겨야 하거나 농약 사용 여부를 알 수 없다면 봄에 가족이 야외로 나가 농약을 뿌리지 않은 땅에서 자란 쑥을 직접 채취해둔다. 채취한 쑥은 삶으면 냉동고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변비가 심한 경우 취나물을 추가하는 것도 좋다. 태초백설기 역시 태초현미식과 마찬가지로, 통들깨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씹어 먹는다.

    재료(20~30인분)

    현미 2kg, 통들깨 250g(기호에 따라 양을 늘려도 좋다), 쑥 적당량, 콩·건대추·곶감·건호박 등은 기호에 따라 추가

    조리법

    1. 떡집에서 백설기를 만들어달라고 하거나 쌀가루와 재료를 고루 섞어 직접 찜기에 쪄낸다.

    2. 40개 정도로 작게 나눠 냉동고에 보관 후 하나씩 꺼내 자연 해동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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