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는 층층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작은큰키나무입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줄기가 나는 모양이나 잎 생김새가 층층나무 또는 말채나무와 아주 비슷하지요. 하지만 꽃이 피면 달라집니다. 다른 두 나무는 꽃이 작아서 쟁반 모양을 만들어 모여 달리는 데 비해 산딸나무는 딱 보기에 어린아이 주먹만한 큼직하고 개성 있는 꽃들이 달리니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한 송이 꽃이라고 인식한 것은 식물학적으로 보면 수십 송이 꽃이 모인 꽃차례입니다. 산딸나무 꽃은 아주아주 작습니다. 이 작은 꽃들이 공처럼 둥글게 모여 달리는 게 지름 1cm 남짓이니, 가뜩이나 우거진 초여름 숲에서 눈에 잘 띌 리 없지요. 그래서 생겨난 부분이 바로 흰색 포(苞)입니다. 흔히 꽃잎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이지요. 작은 꽃잎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포가 대신해 그 어느 나무보다도 크고 화려한 꽃나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고 다른 특징을 개발해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멋진 성공을 거둔 나무인 셈이지요. 만일 누군가가 산딸나무 꽃잎이 몇 장이냐고 물어온다면 네 장이라고 하지 마세요. 꽃잎이 아니라 포가 네 장이니까요.
꽃이 지고 나면, 아니 꽃가루받이가 잘 이뤄진 순간부터 포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꽃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둥근 부분이 열매로 익어갑니다. 열매 역시 작은 열매가 모여 산딸기 같은 하나의 둥근 열매모임을 만드는데, 하늘을 향해 달린 딸기 같은 그 모양이나 붉은 빛깔이 꽃 못지않게 멋지지요. 물론 먹어도 됩니다. 딸기처럼 달콤하진 않지만 산행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요. 산딸나무라는 이름은 바로 이 열매의 모양이 산에서 자라는 큰 나무에 딸기 같은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붙은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선 들매나무, 박달나무, 쇠박달나무, 미영꽃나무라고도 하지요.
물론 이리 멋진 모습이니 조경수로 많이 씁니다. 전 세계적으로 몇 종류의 산딸나무가 있어 서양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산딸나무 꽃빛은 흰색이지만 더러 그 끝에 분홍빛이 돌기도 하고 이를 잘 선발하거나 열매 크기를 아주 큼직하게 하여 가을까지 아름다움을 즐기도록 조경수 품종을 연구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한때는 이 나무가 예수의 십자가를 만든 나무라고 해서 파동을 겪은 적이 있는데, 이는 믿음 대신 잘못된 외형을 좇는 사람들에게 경고하듯 틀린 이야기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수가 살았던 그 더운 지방의 나무가 우리나라 추운 겨울을 나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신의 뜻은 이러한 쉬운 변심에 진실한 마음이 중요함을 알리듯, 포 네 장을 열 십(+) 자 모양으로 만들어 나무 한 가득 수백 송이의 십자가를 달아놓았습니다. 굵은 나무를 켜서 대패질한 나무 표면 역시 희고 깨끗합니다. 목재도 질기므로 옷감을 짜는 데 필요한 북을 만들거나 농기구, 자루, 망치, 절구공이 등을 만들 때 씁니다. 꽃과 잎을 야여지라고 해서 약으로 쓰기도 하는데 지혈과 수렴 기능이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