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영일만 호미곶에서 바라본 일출.
법에서도 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권리나 의무 등 모든 법적 요소에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을 빌릴 때 “1년 안에 갚겠다”는 식으로 기간을 정해 약속하는 식이다. 그런데 12월 25일에 돈을 빌리면서 1년 내에 갚겠다고 한다면, 그다음 해 12월 24일까지가 1년인지, 25일까지가 1년인지 헷갈린다. 민법에서는 1년으로 기간을 정할 경우 첫날은 산입하지 않기 때문에 26일부터 기간이 시작되고(제157조), 다음 해 12월 26일 전일인 12월 25일 24시까지를 1년으로 규정한다(제159조). 1년은 보통 365일이지만 4년마다 찾아오는 윤년에는 366일이 되므로 하루가 차이 난다. 한편으로 2012년처럼 윤년 2월 29일에 ‘1년 후’라고 약속할 경우 다음 해 2월 28일까지를 의미한다. 윤년 이듬해 2월에는 29일이 없기 때문이다(민법 제160조 제3항).
기간을 시간 단위로 정할 수도 있다. 24시간 동안 상대방의 일을 돕기로 계약하거나 하루보다 짧은 단위로 시간을 정하는 경우, 특약이 없는 한 그 즉시 기간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오후 3시에 ‘24시간’으로 기간을 정하면 그다음 날 오후 3시까지가 약속한 기간이다. 48시간으로 정하면 다음다음 날 오후 3시에 기간이 종료된다. 그러나 하루 이상의 시간 단위로 약속을 할 경우에는 해당일 종료시까지를 의미한다. 25일 오후 3시에 만나 ‘이틀’이라고 기간을 정하면 27일 자정까지가 유효한 시간이다. 마찬가지로 12월 25일 오후 3시에 만나 ‘한 달 후’라고 하면 1월 25일 자정까지가 정한 기간이고, ‘30일 후’라고 한다면 1월 24일 자정까지가 약속한 기간이다.
달력에서 가리키는 하루의 시작은 오전 0시다. 보통 사람은 그 시간에 잠을 자지만, 군통수권을 갖는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종료를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조선시대에는 하루가 자시(밤 11시∼새벽 1시)로부터 시작됐다. 한밤중에 제사를 지내는 것도 제삿날이 시작되는 처음 시간에 맞춰 제를 올린 데서 비롯됐다. 하루의 시작은 법적인 것보다 종교적 의례와 더 관련이 깊다.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하루의 시작은 해가 질 때부터였다고 한다. 해가 지면서 하루가 시작되므로 그때부터 예배를 드렸다. 그 관습이 지금까지 남아 교회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성탄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하루 전부터 성탄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성탄절 시작에 맞춘 것이다.
한 해가 간다는 건 결국 새해가 온다는 얘기다. 한 해 첫 시간에 덕담을 나누는 것은 달력을 사용하는 곳 어디에나 있는 미풍양속이다.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말로 쉽지 않은 한 해였다. 그러나 어김없이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수많은 계약에서 정한 시간은 지금도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