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겨울꽃은 동백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처럼 흰 눈을 볼 수 없는 남쪽 섬에서 불붙듯 피어난 붉은 동백꽃잎에 소금이 변해서 된 듯한 하얀 눈자락이 흩날리다가 앉으면 동백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모습이 되지요.
오래전 동백꽃은 겨울꽃일까, 아니면 봄을 알리는 봄꽃일까 하고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름에 ‘겨울 동(冬)’ 자를 붙였으니 겨울꽃일 듯싶지만 영하의 추운 날씨에 ‘웬 꽃?’하는 마음도 들고, 대개는 이른 봄 꽃소식을 전할 때마다 들먹이는 것이 동백꽃이다 보니 봄꽃일 듯도 싶었지요. 그런데 식물을 공부하느라 식물 따라, 꽃 따라, 때론 열매 따라 전국을 다니다 보니 알게 되더군요. 따뜻한 남쪽 섬, 동백나무의 제 고장에 가보니 분명 동백꽃은 겨울꽃이었습니다. 그곳에선 지금쯤 동백나무에서 꽃망울이 올라오고, 1월이면 동백꽃이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동백나무는 상록성이며 잎이 넓은 활엽수입니다. 7m 정도까지 자라는데, 간혹 18m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언제 봐도 싱그러운 잎새는 사시사철 윤기로 반질거리고,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어 물결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꽃잎은 보통 다섯 장인데 간혹 일곱 장이 되기도 하고, 서로 조금씩 겹쳐서 아랫부분은 붙어 있습니다. 그 사이로 드러나는 수많은 수술은 마치 일렬로 붙여 돌돌 말아놓은 듯 단정하지요.
짙푸른 잎새에 붉은 꽃잎, 그리고 샛노란 수술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동백꽃만의 아름다움입니다. 여기에 오래되어 회갈색으로 매끈거리는 수피가 어울려 운치를 보태면, 동백꽃은 한겨울에 완벽한 아름다움을 선보입니다.
동백나무는 그 열매도 보기 좋답니다. 녹색의 작은 방울 같던 열매가 갈색으로 익으면서 세 갈래로 벌어지는데, 그 속에서 잣처럼 생겼으나 좀 더 큰 종자가 드러나지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서러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그 꽃 말이에요.♪♬”
저는 동백나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노래입니다. 바로 ‘선운사’란 시에 노래를 붙인 곡인데요. 동백꽃의 장렬한 낙화를 두고 ‘눈물처럼 후두둑 진다’는 이 표현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말을 지금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누구라도 동백꽃이 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모습이 가슴속에 선연하게 새겨질 거예요.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그 붉은 꽃 덩어리가 그대로 툭툭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모습을 두고 가장 극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제주나 이웃 일본에서는 이를 불길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연말이니 오페라 공연도 많은데요. 동백나무와 관련한 오페라도 있습니다. 뒤마의 소설 ‘춘희’와 이를 변형해 오페라로 만든 베르디의 ‘춘희’가 그것입니다. 원래 제목은 ‘라 트라비아타’인데, 주인공 비올레타는 한 달 가운데 25일은 흰 동백꽃을,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꽃을 들고 사교계에 나오는 여자였답니다. 일본에서는 동백나무에 ‘춘(椿)’ 자를 붙이지요. 그래서 ‘라 트라비아타’가 일본으로 건너가 ‘춘희’라는 제목이 붙은 거예요. 곧 춘희는 ‘동백나무 아가씨’란 뜻인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춘(椿)’ 자를 ‘참죽나무 춘’으로 읽기 때문에 ‘참죽나무 아가씨’라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원제 그대로 ‘라 트라비아타’로 쓰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뭇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이미자 씨의 그 유명한 ‘동백아가씨’란 노래가 있지요. 꽃을 보고도 머릿속에 노래만 떠오르니, 연말이라 마음이 들뜨긴 했나 봅니다.
오래전 동백꽃은 겨울꽃일까, 아니면 봄을 알리는 봄꽃일까 하고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름에 ‘겨울 동(冬)’ 자를 붙였으니 겨울꽃일 듯싶지만 영하의 추운 날씨에 ‘웬 꽃?’하는 마음도 들고, 대개는 이른 봄 꽃소식을 전할 때마다 들먹이는 것이 동백꽃이다 보니 봄꽃일 듯도 싶었지요. 그런데 식물을 공부하느라 식물 따라, 꽃 따라, 때론 열매 따라 전국을 다니다 보니 알게 되더군요. 따뜻한 남쪽 섬, 동백나무의 제 고장에 가보니 분명 동백꽃은 겨울꽃이었습니다. 그곳에선 지금쯤 동백나무에서 꽃망울이 올라오고, 1월이면 동백꽃이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동백나무는 상록성이며 잎이 넓은 활엽수입니다. 7m 정도까지 자라는데, 간혹 18m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언제 봐도 싱그러운 잎새는 사시사철 윤기로 반질거리고,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어 물결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꽃잎은 보통 다섯 장인데 간혹 일곱 장이 되기도 하고, 서로 조금씩 겹쳐서 아랫부분은 붙어 있습니다. 그 사이로 드러나는 수많은 수술은 마치 일렬로 붙여 돌돌 말아놓은 듯 단정하지요.
짙푸른 잎새에 붉은 꽃잎, 그리고 샛노란 수술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동백꽃만의 아름다움입니다. 여기에 오래되어 회갈색으로 매끈거리는 수피가 어울려 운치를 보태면, 동백꽃은 한겨울에 완벽한 아름다움을 선보입니다.
동백나무는 그 열매도 보기 좋답니다. 녹색의 작은 방울 같던 열매가 갈색으로 익으면서 세 갈래로 벌어지는데, 그 속에서 잣처럼 생겼으나 좀 더 큰 종자가 드러나지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서러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그 꽃 말이에요.♪♬”
저는 동백나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노래입니다. 바로 ‘선운사’란 시에 노래를 붙인 곡인데요. 동백꽃의 장렬한 낙화를 두고 ‘눈물처럼 후두둑 진다’는 이 표현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말을 지금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누구라도 동백꽃이 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모습이 가슴속에 선연하게 새겨질 거예요.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그 붉은 꽃 덩어리가 그대로 툭툭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모습을 두고 가장 극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제주나 이웃 일본에서는 이를 불길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연말이니 오페라 공연도 많은데요. 동백나무와 관련한 오페라도 있습니다. 뒤마의 소설 ‘춘희’와 이를 변형해 오페라로 만든 베르디의 ‘춘희’가 그것입니다. 원래 제목은 ‘라 트라비아타’인데, 주인공 비올레타는 한 달 가운데 25일은 흰 동백꽃을,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꽃을 들고 사교계에 나오는 여자였답니다. 일본에서는 동백나무에 ‘춘(椿)’ 자를 붙이지요. 그래서 ‘라 트라비아타’가 일본으로 건너가 ‘춘희’라는 제목이 붙은 거예요. 곧 춘희는 ‘동백나무 아가씨’란 뜻인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 ‘춘(椿)’ 자를 ‘참죽나무 춘’으로 읽기 때문에 ‘참죽나무 아가씨’라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원제 그대로 ‘라 트라비아타’로 쓰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뭇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이미자 씨의 그 유명한 ‘동백아가씨’란 노래가 있지요. 꽃을 보고도 머릿속에 노래만 떠오르니, 연말이라 마음이 들뜨긴 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