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50명이 개똥을 밟고 미끄러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개똥으로 인한 피해 사례다. 파리시 통계에 따르면, 파리 시민이 키우는 개는 약 20만 마리로, 이들이 매일 배출하는 배설물만 16t에 달한다. 개똥을 제대로 치우지 않는 개주인들 때문에 파리는 ‘로맨틱 파리’를 꿈꾸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에게 ‘꽃의 도시’가 아닌 ‘개똥의 도시’로 기억되는 오명을 쓰고 있다.
개똥만 매일 16t
개를 사랑하는 파리 시민들은 어디를 가든 개를 동반한다. 일반 숍은 물론이고 갤러리 라파이예트 같은 유명 백화점에서도 개와 함께 쇼핑하는 파리 시민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카페, 레스토랑, 관공서, 심지어 직장 등 개가 갈 수 없는 곳은 거의 없다.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까지 주인과 나란히 이용하는 파리 개들은 그야말로 못 갈 곳이 없는 엄연한 파리 시민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선 더할 나위 없는 이상적인 삶의 방식이겠지만, 문제는 뒤처리에 있다. 한적하고 좁은 뒷골목은 이미 개똥밭으로 변해버린 곳이 많다.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뒷골목에선 자신의 개가 대소변을 누든 말든 모른 척 가버리는 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큰길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가로수 주위는 개들의 공공화장실인 양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 비가 잦은 겨울이면 빗물에 풀어진 대변이 길 한복판까지 침범해 행인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지하철 플랫폼 곳곳에선 배설 중인 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뒤처리는 없다. 그 덕에 파리 여행자들은 전철역 한복판에서 커다란 개똥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파리는 1984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 파리 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부터 개똥 처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모토크로트(motocrotte), 이른바 ‘개똥 처리 전문 바이크’다. 강력한 진공청소기를 뒤에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청소 노즐을 사용해 개똥을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개똥을 처리했다.
간편하면서도 확실한 처리방식, 오토바이를 이용한 기동성, 파리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희소성 등이 화제가 됐던 모토크로트의 가장 큰 문제는 운영 경비였다. 약 100대의 모토크로트를 유지하는 데 연간 약 15억 원이 소요됐는데 “개주인 각자가 책임을 져야 할 개똥 처리에 파리 시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던 것이다. 결국 모토크로트는 “개똥 처리에 관한 문제는 개 주인에게 책임을 지워야 할 일”이라는 원칙을 남긴 채 폐지됐다.
시라크의 묘안은 이뿐 아니었다. ‘파리를 사랑한다면 이것만은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슬로건을 제작해 파리 시민의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거리 곳곳에 ‘애완견 전용 화장실’도 설치했다. 화장실이라 해도 사람처럼 제대로 된 시설이 아니라 거리의 목책이나 기둥, 보도블록에 개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해 ‘화장실’ 표시를 한 다음 그곳에서만 용변을 보게 하자는 것이었다. ‘애완견의 천국’다운 발상이긴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개에게 화장실을 구별해 배변을 하도록 강요할 수도 없거니와, 지정장소에 배설하도록 개들의 욕구를 좌지우지할 만한 능력이 개 주인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캐비아보다 비싼 개똥
1992년부터는 이전에도 있었던 의식개혁 정책에 벌금제도를 도입한 법적규제 정책을 결합함으로써 점차 강제성을 띠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거리 가로등 450곳에 개똥을 수거하는 그림과 함께 데카르트의 유명한 문구를 패러디한 ‘나는 내가 사는 구역을 사랑한다. 그래서 줍는다(J’AIME MON QUARTIER, JE RAMASSE)’라는 슬로건과 개똥을 치우지 않을 시 최고 457유로(약 64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써 붙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단속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시민의식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는 2001년 다음과 같은 보도를 내기도 한다.
“매일 16t의 똥이 흩어진 시내는 산책자에겐 전장 같은 곳으로, 스텝과 보폭 조절 등을 통해 구두의 무사를 보존해야 하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여기에 더해 매년 약 650명이 개똥에 미끄러져 입원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파리 시민이 코를 높이 치켜들고 걸어가는 것은 당분간 이루어지지 못할 꿈일 것이다.”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02년 4월 파리 최초 좌파시장으로 선출된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파리시장령으로 개똥 수거를 의무화하면서부터다. “개 배설물은 개 주인이 직접 수거할 것”이라고 선언한 들라노에 시장은 파리청결실천센터(CAPP) 단속반원들이 수시로 시내를 순회하면서 위반사례를 적발하면 그 자리에서 조서를 작성해 경찰재판소로 보내고 벌금형을 내리는, 신속하면서도 강경한 벌금제도를 도입했다.
개똥을 그 자리에서 치우지 않는 개 주인에겐 1kg당 20만 원이 넘는 벌금이 매겨지면서 개똥이 쇠고기보다 비싼 시대가 된 것이다. 영국 런던 시민들부터 “런던 명물은 안개, 파리 명물은 개똥”이라는 조소를 받을 정도가 되자 격분한 파리시는 “개똥이 캐비아보다 비싸질 때까지 벌금을 매길 것” “개똥을 안 치우면 DNA 검사를 해서라도 주인을 찾을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개똥 단속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2004년 방송된 미국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여주인공 캐리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개똥을 밟는 장면이 전 세계 시청자들 사이에서 웃음과 공감을 얻으면서 파리시의 개똥 단속은 한층 더 강화됐다. 그 결과 2005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적발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 파리시에서는 “개 주인의 60%는 애견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단속과 더불어 거리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물청소도 실시했다. 매일 아침 파리시청 청소과 소속 청소부들이 빗자루로 거리를 청소한 뒤 도로변에 있는 수도를 사용해 물로 마무리하면서 개똥과 함께 도시의 묵은 먼지들을 하수구로 내려 보낸다. 긴 집게를 사용하는 개똥 수거 오토바이가 물청소가 어려운 녹지를 수시로 순시하고, 시내 일부 구역에 무료 개똥 수거용 비닐을 설치해 시민의 편의를 도모했다.
하지만 20여 년에 걸친 파리시의 노력에도 여행자가 보기엔 파리 거리의 개똥 사정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듯하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단속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애완견 수는 그대로인 반면, 단속반 인원이 대폭 줄어 거의 적발되고 있지 않으며, 벌금도 183유로(약 25만 원)에서 35유로(약 5만 원)로 줄어들어 강제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시행령을 발표할 때만 반짝효과를 보이는 파리시의 개똥 단속은 올해 들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11월 1일자 ‘르 파리지앵’ 신문에 따르면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개똥을 방치할 시 부과되는 벌금을 68유로로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조례안 상정을 발표했다.
파리를 찾는 여행자들이 바라는 것은 코를 높이 치켜들고 꽃의 도시 파리를 마음껏 감상하면서 걷는 것이다. 고개를 바닥에 고정한 채 개똥을 피하려고 지그재그로 걷는 피곤함을 더는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파리시의 개똥 수거 정책이 이번에야말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길 기대한다.
프랑스 파리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개똥으로 인한 피해 사례다. 파리시 통계에 따르면, 파리 시민이 키우는 개는 약 20만 마리로, 이들이 매일 배출하는 배설물만 16t에 달한다. 개똥을 제대로 치우지 않는 개주인들 때문에 파리는 ‘로맨틱 파리’를 꿈꾸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에게 ‘꽃의 도시’가 아닌 ‘개똥의 도시’로 기억되는 오명을 쓰고 있다.
개똥만 매일 16t
개를 사랑하는 파리 시민들은 어디를 가든 개를 동반한다. 일반 숍은 물론이고 갤러리 라파이예트 같은 유명 백화점에서도 개와 함께 쇼핑하는 파리 시민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카페, 레스토랑, 관공서, 심지어 직장 등 개가 갈 수 없는 곳은 거의 없다.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까지 주인과 나란히 이용하는 파리 개들은 그야말로 못 갈 곳이 없는 엄연한 파리 시민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선 더할 나위 없는 이상적인 삶의 방식이겠지만, 문제는 뒤처리에 있다. 한적하고 좁은 뒷골목은 이미 개똥밭으로 변해버린 곳이 많다. 남들 눈에 띄지 않는 뒷골목에선 자신의 개가 대소변을 누든 말든 모른 척 가버리는 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큰길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가로수 주위는 개들의 공공화장실인 양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 비가 잦은 겨울이면 빗물에 풀어진 대변이 길 한복판까지 침범해 행인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지하철 플랫폼 곳곳에선 배설 중인 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뒤처리는 없다. 그 덕에 파리 여행자들은 전철역 한복판에서 커다란 개똥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파리는 1984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 파리 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부터 개똥 처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모토크로트(motocrotte), 이른바 ‘개똥 처리 전문 바이크’다. 강력한 진공청소기를 뒤에 실은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청소 노즐을 사용해 개똥을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개똥을 처리했다.
간편하면서도 확실한 처리방식, 오토바이를 이용한 기동성, 파리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희소성 등이 화제가 됐던 모토크로트의 가장 큰 문제는 운영 경비였다. 약 100대의 모토크로트를 유지하는 데 연간 약 15억 원이 소요됐는데 “개주인 각자가 책임을 져야 할 개똥 처리에 파리 시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던 것이다. 결국 모토크로트는 “개똥 처리에 관한 문제는 개 주인에게 책임을 지워야 할 일”이라는 원칙을 남긴 채 폐지됐다.
시라크의 묘안은 이뿐 아니었다. ‘파리를 사랑한다면 이것만은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슬로건을 제작해 파리 시민의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거리 곳곳에 ‘애완견 전용 화장실’도 설치했다. 화장실이라 해도 사람처럼 제대로 된 시설이 아니라 거리의 목책이나 기둥, 보도블록에 개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해 ‘화장실’ 표시를 한 다음 그곳에서만 용변을 보게 하자는 것이었다. ‘애완견의 천국’다운 발상이긴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개에게 화장실을 구별해 배변을 하도록 강요할 수도 없거니와, 지정장소에 배설하도록 개들의 욕구를 좌지우지할 만한 능력이 개 주인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캐비아보다 비싼 개똥
개똥 수거를 권장하는 프랑스 공원 표지판.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는 2001년 다음과 같은 보도를 내기도 한다.
“매일 16t의 똥이 흩어진 시내는 산책자에겐 전장 같은 곳으로, 스텝과 보폭 조절 등을 통해 구두의 무사를 보존해야 하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여기에 더해 매년 약 650명이 개똥에 미끄러져 입원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파리 시민이 코를 높이 치켜들고 걸어가는 것은 당분간 이루어지지 못할 꿈일 것이다.”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02년 4월 파리 최초 좌파시장으로 선출된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파리시장령으로 개똥 수거를 의무화하면서부터다. “개 배설물은 개 주인이 직접 수거할 것”이라고 선언한 들라노에 시장은 파리청결실천센터(CAPP) 단속반원들이 수시로 시내를 순회하면서 위반사례를 적발하면 그 자리에서 조서를 작성해 경찰재판소로 보내고 벌금형을 내리는, 신속하면서도 강경한 벌금제도를 도입했다.
개똥을 그 자리에서 치우지 않는 개 주인에겐 1kg당 20만 원이 넘는 벌금이 매겨지면서 개똥이 쇠고기보다 비싼 시대가 된 것이다. 영국 런던 시민들부터 “런던 명물은 안개, 파리 명물은 개똥”이라는 조소를 받을 정도가 되자 격분한 파리시는 “개똥이 캐비아보다 비싸질 때까지 벌금을 매길 것” “개똥을 안 치우면 DNA 검사를 해서라도 주인을 찾을 것”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개똥 단속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2004년 방송된 미국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여주인공 캐리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개똥을 밟는 장면이 전 세계 시청자들 사이에서 웃음과 공감을 얻으면서 파리시의 개똥 단속은 한층 더 강화됐다. 그 결과 2005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적발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 파리시에서는 “개 주인의 60%는 애견 배설물을 치우고 있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단속과 더불어 거리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물청소도 실시했다. 매일 아침 파리시청 청소과 소속 청소부들이 빗자루로 거리를 청소한 뒤 도로변에 있는 수도를 사용해 물로 마무리하면서 개똥과 함께 도시의 묵은 먼지들을 하수구로 내려 보낸다. 긴 집게를 사용하는 개똥 수거 오토바이가 물청소가 어려운 녹지를 수시로 순시하고, 시내 일부 구역에 무료 개똥 수거용 비닐을 설치해 시민의 편의를 도모했다.
하지만 20여 년에 걸친 파리시의 노력에도 여행자가 보기엔 파리 거리의 개똥 사정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듯하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단속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애완견 수는 그대로인 반면, 단속반 인원이 대폭 줄어 거의 적발되고 있지 않으며, 벌금도 183유로(약 25만 원)에서 35유로(약 5만 원)로 줄어들어 강제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시행령을 발표할 때만 반짝효과를 보이는 파리시의 개똥 단속은 올해 들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11월 1일자 ‘르 파리지앵’ 신문에 따르면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개똥을 방치할 시 부과되는 벌금을 68유로로 높이는 내용을 포함한 조례안 상정을 발표했다.
파리를 찾는 여행자들이 바라는 것은 코를 높이 치켜들고 꽃의 도시 파리를 마음껏 감상하면서 걷는 것이다. 고개를 바닥에 고정한 채 개똥을 피하려고 지그재그로 걷는 피곤함을 더는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파리시의 개똥 수거 정책이 이번에야말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