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 소설과 드라마로 잘 알려진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바로 이러한 주제를 담는다. 2010년 개막해 지금까지 ‘롱런’ 중이다. 이 연극은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가 의도치 않게 동거하면서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기본 줄거리에, 신데렐라 스토리와 삼각관계, 코믹한 동성애 코드를 가미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인기몰이하는 것은 대중적인 스토리텔링 자체보다 재치 있는 대본과 연출 덕이다. 소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연극 무대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길고 느슨한 이야기를 두 시간 내로 압축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카메라 프레임과는 확연히 다른 데다 운신의 폭도 좁은 무대에서 극을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것 역시 어려운 문제다.

한편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해피엔딩을 이루는 ‘낭만 희극’에는 종종 유머를 담당하는 커플이 서브플롯을 형성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고양이 커플이 그 역을 맡았다. 고양이 커플은 정은의 부모님, 택배기사, 열쇠집 아저씨, 정은의 남자친구, 경민의 여자친구 등 일인다역을 소화하고 무대를 전환하는 일까지 맡아 공연을 이끌어간다. 무대 구석에서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튀어나오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대는 전환을 최소화하고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이 작품은 노련한 배우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보다 풋풋한 신인 배우의 가식 없는 연기가 더 잘 어울리는 면이 있다. 대학로 틴틴홀, 오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