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은 현안(懸案)에 대한 정당의 견해를 갈무리한 뒤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가교 구실을 하는 자리다. 국민을 향해 정당의 메시지를 공식 전달하는 창구라는 점에서 그는 이제 ‘클로징’이 아닌 ‘오프닝’ 멘트를 하는 사람이 됐다.
그는 대변인 취임 일성으로 “개념 대변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펴낸 책도 ‘개념 사회’(메디치미디어)다. 인터뷰를 한 2월 14일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신경민 대변인, 비례대표로…덕진은 유종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총선 출마 얘기로 시작했다.
▼ 지역구에 출마하는 대신 비례대표로 가나.
“(당 지도부로부터) 대변인에 충실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지역구 공천 신청도 안 했다. 당에서 전략공천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 (지역구에) 출마하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영입 제의를 하면서 총선 출마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나.
“거취나 예우는 (한 대표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 국회 비준까지 마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근 총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했고, 당시 여당은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었다. 민주당이 국회 비준까지 마친 현 시점에 전면 재검토와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말 바꾸기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 (한미 FTA를) 시작한 것은 지울 수 없는 역사다. 다만 경제대국인 미국과 그 시점에 FTA 협상을 시작한 것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다. 그 당시 나는 기자였는데, 협상을 주도한 김현종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독단으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한미 FTA 협상을) 언제 하느냐와 어떻게 하느냐는 점이 중요한데, 시한을 정해놓은 채 협상을 강행하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당이 영입한 인재’라며 백혜련(맨 왼쪽), 송호창 변호사(왼쪽에서 세 번째)를 소개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1월 19일 영입된 신경민 대변인이며, 맨 오른쪽은 김진표 원내대표.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대부분 1차 산업을 우려했는데, 사실 3차 서비스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한미 FTA 협정은 법의 위계질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미 FTA 협정이) 국내법보다 하위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내법에 우선하는 것이 큰 문제다. 잘못하면 우리 법이 미국 법에 모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의 생각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한미 FTA) 재재협상은 해봐야 하며 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 확대를 주장한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증세’ 없이 가능하겠나.
“정부 예산 가운데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필요하다면 증세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일반세로 모든 국민에게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세 부담 여력이 있는 부자에게 더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 확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자 과제다. 옳은 방향으로 가려는데 세금 문제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정계 입문 일성으로 그는 “MB(이명박)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반어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제2의 MB가 출현해서는 안 된다”며 정권교체 당위성을 역설했다.
▼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이명박 정권을 겪으면서 아무나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민주주의는 절차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격을 갖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당과 언론, 전문가, 관료집단 등 각 분야에서 지도자를 검증해 걸러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자격이 없는 무면허운전자 같은 지도자를 만들어낸 구조가 때론 원망스러웠다. 무면허운전자는 또 다른 무면허운전자를 내려 보내지 않았나.”
난 조금 보수에 가까운 중도
그는 언론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로 MBC 등 ‘공공성’이 강한 방송사와 통신사의 사장 자리에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혀 언론을 장악한 것을 꼽았다.
“정치에 ‘지연(地緣)’과 ‘돈’이 판치면서 정치 시스템이 고장 났다. 정화장치가 없는 민주 제도로는 제2의 MB 출현을 막을 수 없다. 정치와 거기서 파생하는 시스템 문제로 괜찮은 (MBC) 선후배가 한직으로 물러났고,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그와 인터뷰를 한 2월 14일에는 MBC 노조가 15일째 파업 중이었다). 결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재건축 작업을 통해 방송 지배구조를 민주화해야 한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 원장은) 정치를 시작한다는 선언만 안 했을 뿐, 이미 정치의 길로 들어선 것 아닌가. 그분이 정치 발전에 기여한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검증을 거쳐야 한다. MB는 기업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시장이 됐고, 대통령직에도 올랐다. 검증 없이 대통령을 뽑은 폐해를 온 국민이 감내하지 않나.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 클로징 멘트에서 ‘자유’와 ‘민주’에 대한 원칙을 얘기했다. 자유와 민주는 스스로 ‘보수’라고 여기는 사람이 앞세우는 가치인데.
“진보와 보수를 대립하는 관계로 보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진보가 보수가 되고, 보수가 진보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 내용상으로 진보와 보수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가 서로를 베껴왔다. 굳이 나의 이념적 좌표를 얘기하라면 중도라고 말하겠다. 조금 보수에 가까운 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