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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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햄릿 아니잖아

연극 ‘리턴 투 햄릿’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1-16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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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햄릿 아니잖아
    한국 연극무대에 가장 빈번히 오르는 고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일 것이다. 원작을 정통으로 살린 경우 외에도 재해석, 재구성하거나 뮤지컬로 장르를 바꾸는 등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해왔다. 여러 ‘햄릿’ 가운데 대중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공연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리턴 투 햄릿’(연출 장진)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앞선 ‘햄릿’ 작품들을 향해 시니컬한 대사를 날린다. 어차피 관객은 원작의 내용을 잘 모르는데 재해석하고 실험한다고 떠들어봐야 연출자의 의도가 전달될 리 만무하다고 질타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연극을 사뭇 다르게 풀어간다.

    이 연극은 ‘햄릿’을 소재로 삼되 원작에는 방점을 찍지 않는다. 그 대신 분장실 등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관객은 오래전 덴마크에 살았던 햄릿 왕자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극중 배우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다. 4대 보험, 최저임금 등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처우도 보장받을 수 없고, 오랜 기간 무대를 지키며 연기 실력을 인정받아도 방송을 타 유명해진 배우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묘사한다. 아울러 남들이 낭만적으로만 바라보는 배우 커플의 이면, 아동극과 재연드라마를 전전하며 가정을 꾸려가는 나이 많은 배우의 모습 등 남모를 상처와 애환을 사실감 있게 전한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상황을 개인 문제로 소급하지 않고 연극계의 구조적 문제로 적절히 언급한다는 점, 그리고 인물들의 고충을 넋두리처럼 읊어대는 것이 아니라 인물 간 갈등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쉬운 언어로 풀어가는 대중적인 연극이면서도 똑똑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평론가들의 현학적인 글쓰기에 대한 불만, 시사 문제 등도 언급한다.

    분장실을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는 인물들의 삶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교차한다. 인물들은 분장실에서도 연극을 하며 소통한다. 본인들의 고민을 상황극으로 공연해보는 것이다. 또한 햄릿이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한 삼촌 클라우디우스를 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우유부단하게 놓치는 장면, 갑자기 난폭하게 돌변해 연인 오필리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장면, 햄릿이 오필리어의 아버지 플로니우스를 죽이는 장면도 마당극으로 만들어본다. 작품의 비극성과 햄릿 캐릭터에 대한 그들 나름의 전문적인 해설도 덧붙인다. 그 덕분에 관객은 원작 ‘햄릿’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은 인물들이 분장실에서 무대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낀다. 그들 각자의 등은 앞서 펼쳐놓은 이야기를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있는 듯하다. 배우들이 모두 각자의 배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데, 특히 김원해는 잘나가는 여배우의 남편으로서 아동극부터 재연드라마까지 뛰어다니는 진우 역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강유나는 배우 꿈을 접었으나 최선을 다해 사는 무대감독 역을 당차게 보여준다. 4월 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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