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의원의 ‘자뻑(한나라당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의미로) 폭로’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옵니다. 하나는 현역 물갈이 여론이 높고,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해 총선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시점에 구악(舊惡)을 터뜨려 활로를 뚫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고 의원 선거구(서울 서초을)에는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공천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박 전 구청장의 후견인이 박희태 국회의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천 갈등이 돈 봉투 폭로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다른 하나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엄격한 정치자금법(일명 오세훈법) 개정을 주도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따라 하기가 아니냐는 겁니다. 고 의원이 2014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2년 앞서 일찌감치 전국적 인지도를 끌어올릴 빅 이슈로 돈 봉투 사건을 터뜨렸다는 해석이 그것입니다. 돈 봉투 사건의 처리 결과에 따라서는 고 의원에게 ‘한국 정치에서 돈 봉투를 추방하는 계기를 만든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훈장처럼 주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진실은 고 의원 본인만 알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국민 누구나 오늘의 폭로가 어떤 동기에서 비롯했는지를 알게 되겠죠. 당장 공천경쟁에서 고 의원이 어떤 결과를 손에 쥘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또 2년 뒤 있을 서울시장 선거에 그가 나서는지를 지켜보면 될 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