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 조종석 같은 운전석
뉴3008의 첫인상은 짧고 뭉툭하면서 실제보다 커 보인다. 앞모습은 짧은 보닛에 격자형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큼지막한 사자 모양 엠블럼, 위로 길게 뻗은 전조등이 전체적으로 차체를 커 보이게 하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길이 4365mm, 넓이 1835mm, 높이 1640mm로 기아자동차 스포티지R에 비해 35mm, 20mm가 짧고 좁지만, 높이는 5mm 더 높다. 옆과 뒤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귀여운 인상으로 프랑스 디자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다.
운전석에 앉자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올라앉은 기분이다. 운전석 시야가 높고 대시보드에 연결된 센터페시아와 스티어링 휠 주위로 운전에 필요한 모든 조작 버튼이 집중됐다. 1.70㎡의 넓은 유리 천장은 햇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어떤 좌석에 앉아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시동을 걸자 조용한 엔진소리와 함께 운전석 대시보드 위로 작고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판이 살짝 올라왔다. 주행속도 및 앞차와의 거리를 표시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다. 보통 억대의 고급차에만 있는, 3000만 원대 차량에서는 보기 드문 옵션이다.
#변속 충격 크지만 연비 생각하면 참을 만해

뉴3008은 토크컨버터(Torque Converter·유압방식에 의한 변속장치)가 없는 6단 반자동 건식변속기를 사용해 연비를 높였다.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라고 부르는 이 변속기는 수동변속기의 기어를 전자장치로 넣어주는 방식으로, 변속 충격이 큰 것이 단점이지만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저속에서 변속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1단, 2단 등 변속시점마다 고개가 저절로 앞으로 숙여질 정도였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변속시점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는 요령을 터득하니 충격이 많이 줄고 몸도 차츰 적응됐다. 시험주행을 마칠 즈음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고연비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변속 충격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젤엔진 소음 극복한 뉴3008
1.6HDi 엔진은 이전 모델보다 토크가 12.5%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27.5kg·m으로 어지간한 2500cc 가솔린 차량의 순간가속능력을 능가한다. 최대출력 112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14초 정도 걸려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가족이 함께 타는 패밀리카로 실용성에 무게를 둔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시험주행 내내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정숙성이다. 그동안 디젤차의 소음은 극복하기 힘든 단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뉴3008은 시속 120km로 달리면서도 옆 사람과 대화할 때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될 만큼 조용했다. 동급의 가솔린차량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디젤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푸조가 소음을 줄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느껴졌다.
그립 컨트롤(Grip Control)은 약 150kg에 달하는 4륜구동 장치를 없애고 대신 전자식으로 접지력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평상시엔 평지 모드로 주행하다가 필요하면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다이얼로 평지, 스노, 오프로드, 사막, ESP오프 등 5개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가령 주행 중 진흙길을 만났을 때 오프로드 모드로 다이얼을 맞추면 토크와 접지력을 높여 진흙길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뉴3008은 실내공간이 넉넉하고 수납공간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뒷좌석은 6대 4로 나눠서 접고, 조수석은 앞으로 완전히 접을 수 있다. 짐을 싣는 공간은 평상시 512ℓ지만 좌석을 모두 접으면 1604ℓ까지 늘어난다. 특히 트렁크 문은 2단으로 열고 닫을 수 있어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며, 아래 문은 최대 200kg까지 하중을 견딘다. 중앙 콘솔은 13.5ℓ로 깊숙한 데다, 뒷좌석 바닥에 각각 3.8ℓ와 3.3ℓ의 비밀 수납공간을 뒀다.
이 밖에도 6개의 에어백과 2개의 아이소픽스(ISOFix) 유아용 시트 안전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유럽 신차충돌테스트(Euro Ncap)에서 별 5개로 최고등급을 받았다.
#몇 가지 불편한 점도 눈에 띄어
주행 중 몇 가지 불편한 점도 눈에 띄었다. 먼저 터치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이 대시보드 앞쪽 멀리 위치해 조작이 힘들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려면 안전벨트를 풀어야 할 정도로 멀었다. 패들시프트도 스티어링 휠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차체에 고정돼 조작하는 데 불편했다. 가죽이 아닌 직물시트 역시 아쉬웠다.
푸조는 2011년 한국에서 총 2636대를 팔았다. 그중 뉴3008은 654대(24%)로 전체 라인업 가운데 가장 많이 나갔다. 판매가격은 3890만 원이다.

비행기 조종석을 닮은 운전석에는 조작 버튼이 집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