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백지영 씨는 성대결절 치료를 받으면서도 여덟 번째 정규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춤과 노래를 뽐냈다. ▶ PDL 성대수술로 양성종양을 제거하는 모습.
조덕배와 화요비 수술로 목소리 회복
지난해 8월 조덕배는 언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원장 김형태)를 찾았다. 당시 그는 입과 혀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성대까지 불규칙하게 떨리는 상태였으며, 성대에 큰 폴립(물혹)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뇌졸중 후유증으로 수술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의료진이 택한 방법은 PDL(Pulse Dye Laser·후두전자내시경 펄스다이레이저) 성대수술로, 광섬유형 케이블을 장착한 가늘고 구부러진 후두전자내시경을 코를 통해 목으로 넣은 뒤 폴립 부분에 레이저를 조사해 제거하는 수술 방법(아래 사진). 이 수술은 전신마취나 복잡한 수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부분마취만으로 성대에 생긴 미세한 양성종양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부분마취를 하므로 시술이 20분 내외로 끝나고 출혈이 없을 뿐 아니라, 회복 기간도 짧다. 김형태 원장은 “시술 이후 조덕배는 음성재활치료에 매달렸는데 체계적인 목소리 검사 및 관리를 통해 콘서트 전까지 목소리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그 덕분에 공연을 성황리에 끝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덕배의 경우 뇌졸중에 따른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가 생겨 치료를 받았지만, 목소리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가수는 여러 성대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단적인 예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화요비(옛 이름은 박화요비)다. 2007년 그는 성대 낭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일반인에겐 낯선 질환이지만 목소리를 많이 내는 사람에게는 적잖게 발생하는 성대질환 가운데 하나다.
목소리는 목 양쪽에 있는 성대가 진동하면서 만들어진다. 평상시 대화할 때 성대가 1초에 진동하는 횟수는 100~250회며,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지를 땐 2000회 이상 고속으로 진동한다. 따라서 성대에 혹이나 굳은살 등이 생겨 진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화요비에게 생긴 성대 낭종은 성대에 3~5mm 크기의 달걀 같은 혹 주머니가 생기는 질환으로, 일단 발병하면 혹 주머니 크기가 작더라도 목소리가 심하게 쉰다. 또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으며, 목소리가 이중으로 갈라지거나 간혹 끊겨서 나올 수도 있다.
성대 낭종의 원인에 대해선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선천적으로 성대 안에 낭종을 갖고 태어난 경우, 성대 진동을 원활히 하는 윤활유의 분비샘이 막혀 주머니가 만들어진 경우, 후두염이 있는 상태에서 목소리를 많이 사용해 성대에 상처가 생겼다 아물면서 성대 점막 안쪽으로 주머니가 만들어진 경우다.
성대 낭종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주머니가 점점 커지면서 아랫부분에 있는 성대 인대에 달라붙거나 점막이 갈라져 터질 수도 있다. 치료는 수술을 통해 달걀 모양의 주머니를 깨끗하게 제거해야 한다. 만약 주머니가 터지면 100% 재발하므로 터지지 않도록 주의해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수술의 관건이다. 수술 후 상처가 아무는 4~6개월간은 목소리를 최대한 내지 말아야 하며 이후 음성재활치료로 이전 목소리를 찾는 훈련을 해야 한다.
성대 결절 심하면 굳은살 제거 수술
후두내시경을 통해 가수 조덕배(왼쪽) 씨의 성대 상태를 점검하는 예송이빈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
초기 성대 결절은 주로 음성치료를 통해 잘못된 발성습관을 교정하고 성대를 부드럽게 하는 약물을 복용해 치료한다. 비수술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약물에 대한 반응이 없을 경우엔 굳은살을 제거하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후두현미경을 이용해 성대에 생긴 굳은살을 제거하는 수술(미세후두수술, microlaryngeal surgery)이 그것이다. 수술치료를 한 경우 상처가 아물 때까지 목소리를 가급적 내지 말아야 한다. 처음 약 1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되며 그 후 약 2주까지는 꼭 필요한 대화만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2주 이후엔 편안한 대화는 가능하나 노래는 3~4개월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성대질환은 가수 같은 연예인에게만 발병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평소 말을 많이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교사나 텔레마케터, 영업사원도 성대질환에 걸리기 쉽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김영희(51) 씨는 “다른 직종에 비해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상이 생겨도 수업을 위해 무리하게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목소리 이상도 크게 키우는 사람이 많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교사처럼 평소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인의 경우 성대 움직임에 관여하는 근육에 피로가 누적돼 근 수축이 불규칙적으로 과도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떨리거나 쉰 목소리 또는 잠기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특히 20~3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남성에 비해 발성에 필요한 근육과 폐 용량이 작고 근육 조절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사에게서 나타나는 성대질환이라고 하면 흔히 성대 결절이나 폴립을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연축성 발성장애가 많다. 연축성 발성장애란 성대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 성대나 발성기관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여 목소리가 끊기고 떨리는 상태다. 국내에 약 5000~1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축성 발성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성대 근육에 선택적으로 보톡스를 주입, 뇌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것이다. 절개하지 않고 주사로 치료해 비교적 시술이 간단하지만 영구적이지 않아 정기적으로 재주입해야 한다.
목소리 성정체성도 바꿔
성대 낭종 수술을 받은 가수 화요비.
남성 같은 지나친 저음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도 있다. 김현주(가명·31) 씨는 “외모도 중성적인데 목소리마저 저음이다 보니 트랜스젠더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성정체성에 대한 오해가 많아 괴롭다”고 토로했다.
목 약하면 체계적 검진 필요
남성과 여성 목소리의 가장 큰 차이는 음성의 높낮이, 즉 주파수(Hz) 차이에 있다. 주파수는 성대 길이와 크기가 결정하는데, 남성은 여성에 비해 성대 길이가 길고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목소리를 낸다. 남성 목소리의 기본 주파수는 100~150Hz이며 여성은 200~250Hz. 성대 길이는 여성이 평균 1.5~1.8cm로 남성의 2.0~2.3cm보다 짧다. 따라서 수술적인 방법으로 성대 모양을 바꿔 목소리 톤을 높이고 음성재활치료로 발성법을 교정해 음색을 변화시킨다면 자연스럽게 여성 목소리로 바꿀 수 있다.
또한 트랜스젠더 수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경우에도 이 수술을 통해 여성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예송이비인후과에서 여성화 음성성형을 받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수술 전 평균 137.3Hz였던 목소리 톤이 수술 4개월 뒤 211.5Hz로 74.2Hz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소 목소리를 많이 내거나 목 상태가 약한 사람이라면 체계적인 검진을 통해 목소리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도 과학적, 객관적 진단 및 평가방법이 없어 일반적인 장비로 성대 움직임을 관찰하거나 주관적으로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현재는 목소리 검진 전문 클리닉을 찾으면 목소리에 관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분석과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목소리 분석, 개선, 재활, 관리로 세분화한 4개 프로그램을 통해 음역대나 발성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음치, 불안정한 음색 등 목소리 이상의 다양한 원인을 파악하고 목소리 질환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김형태 원장은 “목소리 이상은 근육의 피로도 누적이나 근 조절 장애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발성장애 진단과 개개인에 맞는 맞춤식 치료 및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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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목소리 검진센터 예송아트세움(Artc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