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들과 영화관에 3D 애니메이션을 보러 간 주부 유정희(39·가명) 씨. 영화 상영 도중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느껴 관람을 포기하고 영화관을 나왔다. 요 며칠 머리가 핑 도는 게 빈혈이 생긴 듯해 안 그래도 병원에 가보려던 차라 덜컥 겁이 나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이석증’. 이석증은 귓속에 있는 돌가루(이석)가 떨어져 나와 평형기능에 장애가 생겨 나타나는 어지럼증으로, 3D 영상의 시각적 자극이 증상을 악화시켰던 것이다.
‘아바타’가 몰고 온 3D 열풍이 거세다. 3D 영화로 변신한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와 ‘트랜스포머 3’를 비롯해 3D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2’ ‘빨간 모자의 진실 2’ ‘개구쟁이 스머프’ 등 3D 대작이 융단폭격을 해올 전망. 또한 3D 영화의 인기는 3D TV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지상파 3D 방송을 송출한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다퉈 3D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으며, 머지않아 모든 가정에서 3D TV를 즐기게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3D 기술이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3D TV를 보다가 구토 증상을 보였다는 사람도 있고 두통이나 어지럼증,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 시청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D 증후군’ 또는 ‘아바타 증후군’이라 부르는 이 증상을 두고 3D TV 제조사 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자체 비교 시연을 통해 자사 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하자, 3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셔터안경식(SG 방식)인 삼성전자 3D TV의 인체유해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서베이를 통해 나타난 고객의 불만은 주로 건강 문제였다. 3D 영상을 감상할 때 나타나는 화면 겹침(크로스토크)과 화면 깜빡임(플리커) 현상이 두통, 어지럼증,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다. 세계적 권위의 환경안정 인증기관인 TUV로부터 LG 필름패턴 편광안경식(FPR) 3D TV는 ‘플리커 프리’ 판정을 받은 반면, 셔터안경식인 SG 3D TV는 이를 인정받는 데 실패했고, 세계 여러 기관이 셔터안경식의 경우 플리커로 인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영화와 TV ‘3D’ 화면이 대세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지상파 3D 방송 시청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이용자가 3D 영상에 어지럼증, 이중상, 눈의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 101명과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 가정에서 3m 시청거리를 두고 3D TV를 15~30분간 시청할 때 어지럼증을 ‘높거나 매우 높게 느꼈다’고 답한 응답자가 35%를 차지했다. 시간차를 두고 화면이 중복돼 보이는 이중상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23%에 이르렀으며 눈의 피로, 안경 착용의 불편함을 호소한 경우도 50% 내외로 높게 나타났다.
3D 영상을 시청하면 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될까. 사람의 두 눈은 6cm 정도 떨어져 있다. 자연히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는 사물에는 차이가 생기는데 이렇게 각각 다르게 인식된 두 눈의 2차원 영상 신호가 뇌에서 합쳐지면 입체감, 원근감을 느끼게 된다. 즉, 3D 영상은 사람의 눈처럼 2개의 카메라로 촬영한 서로 다른 영상을 하나의 화면에 구현한 것이다. 이때 겹쳐 보이는 두 이미지를 특수 안경을 통해 양쪽 눈으로 분리해서 보게 만들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3D 영상의 매력인 바로 눈앞에서 움직이는 입체 영상으로 인해 귓속의 전정기관이 빠르게 기능하지 못할 경우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귀는 듣는 기능뿐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기능도 한다. 만일 귀의 평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똑바로 걸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다. 따라서 신체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귓속의 전정기관을 중심으로 말초기관부터 중추신경계까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기관이 상호 작용을 해야 한다. 눈을 통한 시각계, 귀를 통한 전정계(前庭係), 그리고 신체 내 고유감각기 등에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귀와 눈, 균형 깨지면 어지럼증 발생
소리이비인후과 더 퓨처 센터(The Future Center) 전영명 대표원장은 “귀의 전정기관은 머리가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1도의 오차도 없이 머리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안구를 움직여 늘 일정한 위치에 고정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중요한 귓속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움직이는 물체를 보거나 차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며,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핑’ 돌고, 사물의 초점도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지럼증 검사를 할 때 평형을 깨뜨려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속도 및 움직임을 관찰하는 안진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길 경우 어느 한쪽을 응시할 때 눈동자에 떨림이 나타나는 원리를 이용한 것. 따라서 안진검사는 머리를 좌우로 20~30번 세게 흔들어 양측 머리를 자극한 후 안구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오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처럼 귀와 눈은 신체 평형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3D 영화를 보다가 어지럼증을 느껴도 영화 관람을 중지하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3D 영상으로 인한 어지럼증도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반복될 경우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게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3D 영화를 관람한 40대 남성이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성애병원 신경과 조성진 부장은 “입체감과 생동감을 전하는 3D TV는 평면 TV보다 감각적인 자극을 전달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 인자를 지닌 사람은 3D TV로 어떤 콘텐츠를 보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내용에 선정성이 거의 없는 잔잔한 콘텐츠라면 평면 TV처럼 별다른 문제없이 즐길 수 있지만 사람을 찌르거나 총을 쏘고 피를 흘리는 액션, 스릴러, 호러 등을 보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성인영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중계 같은 콘텐츠를 시청하면 자극적인 화면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흥분으로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갈 수 있는데, 혈압이 상승하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이 발병하는 데 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 생기면 즉시 시청 중단을
또 3D TV를 시청하는 중에 흥분하면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혈압이 올라가면서 빠른 박동과 강한 수축으로 심장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의 양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평소 협심증, 심근경색증으로 심장근육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당뇨병 환자도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를 수 있으며, 3D TV를 시청하면 방향에 따라 눈이 여러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눈의 피로 현상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2월 고대 구로병원 안과 송종석 교수가 일반인 14명을 대상으로 3D TV를 시청하게 한 뒤 증상을 비교한 결과, 시청 전에 비해 일시적으로 근시가 심해지고 눈 피로감이 2D TV를 시청했을 때보다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3D 증후군’이라 부르는 어지럼증, 눈의 피로 현상을 막으려면 어떤 주의가 필요할까. 먼저 노약자나 고혈압 환자, 그리고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 어지럼증질환을 가진 환자는 3D 영상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시청을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전 대표원장은 “장시간 관람은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 3D 영상에 장시간 노출될수록 어지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곧바로 전문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 만일 저하된 평형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네안과병원 최재호 원장은 “대부분의 가정집에서는 형광등 사용이 많은데,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2D TV보다 집중도가 높은 3D TV를 시청하면 시력 변화, 눈부심, 눈의 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구토 증상까지 나타난다”면서 “특히 아이에게 이런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만일 3D TV를 시청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시청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인 성장기(8세 이하) 어린이가 3D TV나 3D 게임기를 장기간 바라볼 경우 시력 발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는 게 최 원장의 충고다.
‘3D 증후군’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된 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평범한 진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자기 몸 상태를 먼저 점검하고 넘칠 만큼 3D를 탐하지만 않는다면, 이 첨단기술은 우리 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이기(利器)가 될 것이다.
도움말 : 소리이비인후과 The Future Center 전영명 대표원장, 누네안과병원 최재호 원장, 성애병원 신경과 조성진 부장
‘아바타’가 몰고 온 3D 열풍이 거세다. 3D 영화로 변신한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와 ‘트랜스포머 3’를 비롯해 3D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 2’ ‘빨간 모자의 진실 2’ ‘개구쟁이 스머프’ 등 3D 대작이 융단폭격을 해올 전망. 또한 3D 영화의 인기는 3D TV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지상파 3D 방송을 송출한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다퉈 3D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으며, 머지않아 모든 가정에서 3D TV를 즐기게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3D 기술이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3D TV를 보다가 구토 증상을 보였다는 사람도 있고 두통이나 어지럼증,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 시청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D 증후군’ 또는 ‘아바타 증후군’이라 부르는 이 증상을 두고 3D TV 제조사 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자체 비교 시연을 통해 자사 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하자, 3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셔터안경식(SG 방식)인 삼성전자 3D TV의 인체유해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서베이를 통해 나타난 고객의 불만은 주로 건강 문제였다. 3D 영상을 감상할 때 나타나는 화면 겹침(크로스토크)과 화면 깜빡임(플리커) 현상이 두통, 어지럼증,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다. 세계적 권위의 환경안정 인증기관인 TUV로부터 LG 필름패턴 편광안경식(FPR) 3D TV는 ‘플리커 프리’ 판정을 받은 반면, 셔터안경식인 SG 3D TV는 이를 인정받는 데 실패했고, 세계 여러 기관이 셔터안경식의 경우 플리커로 인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영화와 TV ‘3D’ 화면이 대세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지상파 3D 방송 시청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이용자가 3D 영상에 어지럼증, 이중상, 눈의 피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 101명과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 가정에서 3m 시청거리를 두고 3D TV를 15~30분간 시청할 때 어지럼증을 ‘높거나 매우 높게 느꼈다’고 답한 응답자가 35%를 차지했다. 시간차를 두고 화면이 중복돼 보이는 이중상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23%에 이르렀으며 눈의 피로, 안경 착용의 불편함을 호소한 경우도 50% 내외로 높게 나타났다.
3D 영상을 시청하면 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될까. 사람의 두 눈은 6cm 정도 떨어져 있다. 자연히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는 사물에는 차이가 생기는데 이렇게 각각 다르게 인식된 두 눈의 2차원 영상 신호가 뇌에서 합쳐지면 입체감, 원근감을 느끼게 된다. 즉, 3D 영상은 사람의 눈처럼 2개의 카메라로 촬영한 서로 다른 영상을 하나의 화면에 구현한 것이다. 이때 겹쳐 보이는 두 이미지를 특수 안경을 통해 양쪽 눈으로 분리해서 보게 만들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3D 영상의 매력인 바로 눈앞에서 움직이는 입체 영상으로 인해 귓속의 전정기관이 빠르게 기능하지 못할 경우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귀는 듣는 기능뿐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기능도 한다. 만일 귀의 평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똑바로 걸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다. 따라서 신체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귓속의 전정기관을 중심으로 말초기관부터 중추신경계까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된 기관이 상호 작용을 해야 한다. 눈을 통한 시각계, 귀를 통한 전정계(前庭係), 그리고 신체 내 고유감각기 등에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귀와 눈, 균형 깨지면 어지럼증 발생
소리이비인후과 더 퓨처 센터(The Future Center) 전영명 대표원장은 “귀의 전정기관은 머리가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1도의 오차도 없이 머리가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안구를 움직여 늘 일정한 위치에 고정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중요한 귓속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움직이는 물체를 보거나 차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며,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핑’ 돌고, 사물의 초점도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지럼증 검사를 할 때 평형을 깨뜨려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속도 및 움직임을 관찰하는 안진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길 경우 어느 한쪽을 응시할 때 눈동자에 떨림이 나타나는 원리를 이용한 것. 따라서 안진검사는 머리를 좌우로 20~30번 세게 흔들어 양측 머리를 자극한 후 안구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오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처럼 귀와 눈은 신체 평형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3D 영화를 보다가 어지럼증을 느껴도 영화 관람을 중지하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3D 영상으로 인한 어지럼증도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반복될 경우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게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3D 영화를 관람한 40대 남성이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성애병원 신경과 조성진 부장은 “입체감과 생동감을 전하는 3D TV는 평면 TV보다 감각적인 자극을 전달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 인자를 지닌 사람은 3D TV로 어떤 콘텐츠를 보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내용에 선정성이 거의 없는 잔잔한 콘텐츠라면 평면 TV처럼 별다른 문제없이 즐길 수 있지만 사람을 찌르거나 총을 쏘고 피를 흘리는 액션, 스릴러, 호러 등을 보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성인영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중계 같은 콘텐츠를 시청하면 자극적인 화면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흥분으로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갈 수 있는데, 혈압이 상승하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이 발병하는 데 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 생기면 즉시 시청 중단을
또 3D TV를 시청하는 중에 흥분하면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혈압이 올라가면서 빠른 박동과 강한 수축으로 심장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의 양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평소 협심증, 심근경색증으로 심장근육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당뇨병 환자도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일시적으로 혈당이 오를 수 있으며, 3D TV를 시청하면 방향에 따라 눈이 여러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눈의 피로 현상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2월 고대 구로병원 안과 송종석 교수가 일반인 14명을 대상으로 3D TV를 시청하게 한 뒤 증상을 비교한 결과, 시청 전에 비해 일시적으로 근시가 심해지고 눈 피로감이 2D TV를 시청했을 때보다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3D 증후군’이라 부르는 어지럼증, 눈의 피로 현상을 막으려면 어떤 주의가 필요할까. 먼저 노약자나 고혈압 환자, 그리고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 어지럼증질환을 가진 환자는 3D 영상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시청을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전 대표원장은 “장시간 관람은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 3D 영상에 장시간 노출될수록 어지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곧바로 전문 병의원을 찾아야 한다. 만일 저하된 평형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누네안과병원 최재호 원장은 “대부분의 가정집에서는 형광등 사용이 많은데,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2D TV보다 집중도가 높은 3D TV를 시청하면 시력 변화, 눈부심, 눈의 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구토 증상까지 나타난다”면서 “특히 아이에게 이런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만일 3D TV를 시청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시청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인 성장기(8세 이하) 어린이가 3D TV나 3D 게임기를 장기간 바라볼 경우 시력 발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는 게 최 원장의 충고다.
‘3D 증후군’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된 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평범한 진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자기 몸 상태를 먼저 점검하고 넘칠 만큼 3D를 탐하지만 않는다면, 이 첨단기술은 우리 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이기(利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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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 소리이비인후과 The Future Center 전영명 대표원장, 누네안과병원 최재호 원장, 성애병원 신경과 조성진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