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현지시각) 미국의 2위 이동통신사업자 AT·T가 4위인 T모바일 미국법인을 390억 달러(44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세계 통신업계 역사에 기록될 이번 인수는 ‘아이폰’과 ‘데이터 트래픽(사용량)’ 폭증에 기인한다. AT·T는 2007년 미국 애플의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 예상치를 뛰어넘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겪었다. 무선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음성통화까지 끊김 현상이 일어났다.
이럴 때는 4세대(4G) 통신망 상용화나 주파수 추가 할당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통화끊김 현상으로 고객 불만이 폭발하자 AT·T는 네트워크를 확충하고자 T모바일 미국법인의 인수를 감행했다.
방통위 3월 중 경매 공고 예정
미국에서 날아든 빅뉴스를 접한 국내 통신사들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오죽 답답했으면 인수 카드를 꺼냈겠느냐는 것.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143만 명에 불과했다. 1년 후인 3월 말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안에 심각하게 통화 품질이 저하되고, 무선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4G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를 앞당기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황금 주파수’를 받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주파수 할당은 어느 회사로 가느냐에 따라 통신업계 판도를 바꿀 만한 사안이다. 있는 도로를 잘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파수를 받아 도로를 넓히는 게 데이터 트래픽 폭발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의 간담회 자리. 새해 인사를 나누고, 통신비 인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주파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석채 KT 회장은 “특정 기업이 주파수 대역을 50% 이상 소유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기업은 SK텔레콤이다. 이에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가입자 규모를 비교하면 오히려 주파수가 모자라다”며 “주파수가 없어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논리를 댔다.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공정경쟁’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현 체제에서) 경쟁하기에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CEO들이 직접 ‘우리에게 달라’고 외친 이 주파수는 2.1GHz(기가헤르츠) 대역의 20MHz(메가헤르츠) 대역폭이다. 방통위는 3월 중에 이를 경매한다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 왜 2.1GHz 주파수를 두고 통신 3사 수장이 싸우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주파수 대역과 대역폭에 대해 알아야 한다.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말한다.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위아래로 큰 파도를 그리며 이동하고, 높을수록 직진에 가깝게 이동한다.
누가 선정되든 특혜시비 불 보듯
몇 년 전만 해도 원조 ‘황금 주파수’는 800MHz였다.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위아래로 요동치며 전파가 날아다니니 산골 계곡, 전철 안, 빌딩숲 사이를 이리저리 굴절해가며 다닐 수 있었다. SK텔레콤이 이 원조 황금 주파수를 독점했다. 2세대(2G) 통신망 시절 ‘011’ 휴대전화만이 지하철에서 잘 터졌던 이유다. 당시 KTF와 LG텔레콤 등은 1.8GHz 대역을 썼다.
그런데 왜 갑자기 2.1GHz를 두고 황금 주파수라고 하는 걸까. 스마트폰 때문이다. 2.1GHz 대역이 스마트폰 시대의 단말기 국제 표준 대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통신 기술이 발달해 높은 대역의 주파수도 통신용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됐고, 이 주파수 대역의 전파가 더 많은 정보량을 실어 나르기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이폰도 2.1GHz 대역으로 시판됐다. 그래서 LG유플러스는 지금 상태에선 아이폰을 팔지 못한다.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 주파수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대역폭은 특정 대역의 주파수가 이동하는 도로의 폭으로 이해하면 된다. 방통위가 경매에 부칠 2.1GHz 대역 20MHz 대역폭을 바꿔 말하면 2.1GHz용 ‘자동차(스마트폰)’가 달릴 수 있는 도로 2차선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2.1GHz 대역용 스마트폰이 달릴 수 있는 도로를 6차선(60MHz) 가지고 있다. KT는 4차선(40MHz), LG유플러스는 없다.
당초 정부는 2001년 이 대역의 120MHz 대역폭을 사이좋게 3사에 40MHz씩 나눠줬지만 LG유플러스는 사업성에 맞지 않는다며 2006년 반납했다. LG가 반납한 40MHz 중 절반은 지난해 SK텔레콤이 가져갔고, 나머지 절반이 경매에 나온 그 대역폭이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LG유플러스가 도로 가져가는 게 공평할 것 같지만, 속사정을 듣고 나면 3사의 논리가 모두 그럴듯하다.
주파수 ‘부자’로 보이는 SK텔레콤은 ‘인구밀도론’을 내세운다. SK텔레콤의 2600만 가입자를 따져보면 지금 주파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입자 100만 명당 주파수 보유량(MHz)은 KT(4.96), LG유플러스(4.43), SK텔레콤(3.49) 순이라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의 데이터 트래픽은 지난해 1월 201TB(테라바이트)에서 올해 1월 3079TB로 1년 사이 약 15배 늘었다. 넓은 6차선 도로라도 차가 급격하게 밀려들어와 곧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KT의 주장은 다르다. 2.1GHz 대역을 이용하는 3세대(3G)망 가입자 수로만 따지면 SK텔레콤과 KT가 1500만 명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주파수는 KT가 20MHz 더 적다는 것. KT 관계자는 “KT는 와이파이, 와이브로 같은 보완 수단에 투자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SK텔레콤은 보완 수단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엄살을 부린다”며 “SK텔레콤이 20MHz를 더 가져가면 대역폭이 8:4:0으로 SK텔레콤의 독점이 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공정 사회론’을 강조한다. 과거 사업성을 잘못 판단해 반납했다 하더라도 스마트폰 시대가 갑자기 찾아와 세상이 바뀌었고, 지금 후발업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영영 일어설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외국산 스마트폰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4G 통신망을 올해 안에 상용화하면 트래픽이 급증하므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를 경매 참여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3사 경매는 ‘돈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3사의 치열한 공방에 방통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3사의 논리가 팽팽한 탓에 누가 선정되든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대역폭은 10의 배수에 따라 쪼개지기 때문에 3사가 나눠가질 수도 없다. 경매 방식도 문제다. 무조건 높은 가격을 적어낸 순으로 뽑으면 과열경쟁으로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2.1GHz 대역 20MHz 대역폭을 2016년 12월까지 쓰는 대가로 1064억 원을 선납했으나, 2016년까지는 매년 해당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1.6%를 내야 한다.
이럴 때는 4세대(4G) 통신망 상용화나 주파수 추가 할당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통화끊김 현상으로 고객 불만이 폭발하자 AT·T는 네트워크를 확충하고자 T모바일 미국법인의 인수를 감행했다.
방통위 3월 중 경매 공고 예정
미국에서 날아든 빅뉴스를 접한 국내 통신사들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오죽 답답했으면 인수 카드를 꺼냈겠느냐는 것.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143만 명에 불과했다. 1년 후인 3월 말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안에 심각하게 통화 품질이 저하되고, 무선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4G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를 앞당기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황금 주파수’를 받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주파수 할당은 어느 회사로 가느냐에 따라 통신업계 판도를 바꿀 만한 사안이다. 있는 도로를 잘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파수를 받아 도로를 넓히는 게 데이터 트래픽 폭발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의 간담회 자리. 새해 인사를 나누고, 통신비 인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주파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석채 KT 회장은 “특정 기업이 주파수 대역을 50% 이상 소유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기업은 SK텔레콤이다. 이에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가입자 규모를 비교하면 오히려 주파수가 모자라다”며 “주파수가 없어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논리를 댔다.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공정경쟁’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현 체제에서) 경쟁하기에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CEO들이 직접 ‘우리에게 달라’고 외친 이 주파수는 2.1GHz(기가헤르츠) 대역의 20MHz(메가헤르츠) 대역폭이다. 방통위는 3월 중에 이를 경매한다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 왜 2.1GHz 주파수를 두고 통신 3사 수장이 싸우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주파수 대역과 대역폭에 대해 알아야 한다.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말한다.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위아래로 큰 파도를 그리며 이동하고, 높을수록 직진에 가깝게 이동한다.
누가 선정되든 특혜시비 불 보듯
몇 년 전만 해도 원조 ‘황금 주파수’는 800MHz였다.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위아래로 요동치며 전파가 날아다니니 산골 계곡, 전철 안, 빌딩숲 사이를 이리저리 굴절해가며 다닐 수 있었다. SK텔레콤이 이 원조 황금 주파수를 독점했다. 2세대(2G) 통신망 시절 ‘011’ 휴대전화만이 지하철에서 잘 터졌던 이유다. 당시 KTF와 LG텔레콤 등은 1.8GHz 대역을 썼다.
그런데 왜 갑자기 2.1GHz를 두고 황금 주파수라고 하는 걸까. 스마트폰 때문이다. 2.1GHz 대역이 스마트폰 시대의 단말기 국제 표준 대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통신 기술이 발달해 높은 대역의 주파수도 통신용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됐고, 이 주파수 대역의 전파가 더 많은 정보량을 실어 나르기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이폰도 2.1GHz 대역으로 시판됐다. 그래서 LG유플러스는 지금 상태에선 아이폰을 팔지 못한다. LG유플러스는 2.1GHz 대역 주파수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대역폭은 특정 대역의 주파수가 이동하는 도로의 폭으로 이해하면 된다. 방통위가 경매에 부칠 2.1GHz 대역 20MHz 대역폭을 바꿔 말하면 2.1GHz용 ‘자동차(스마트폰)’가 달릴 수 있는 도로 2차선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2.1GHz 대역용 스마트폰이 달릴 수 있는 도로를 6차선(60MHz) 가지고 있다. KT는 4차선(40MHz), LG유플러스는 없다.
당초 정부는 2001년 이 대역의 120MHz 대역폭을 사이좋게 3사에 40MHz씩 나눠줬지만 LG유플러스는 사업성에 맞지 않는다며 2006년 반납했다. LG가 반납한 40MHz 중 절반은 지난해 SK텔레콤이 가져갔고, 나머지 절반이 경매에 나온 그 대역폭이다. 언뜻 보면 아무것도 없는 LG유플러스가 도로 가져가는 게 공평할 것 같지만, 속사정을 듣고 나면 3사의 논리가 모두 그럴듯하다.
주파수 ‘부자’로 보이는 SK텔레콤은 ‘인구밀도론’을 내세운다. SK텔레콤의 2600만 가입자를 따져보면 지금 주파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입자 100만 명당 주파수 보유량(MHz)은 KT(4.96), LG유플러스(4.43), SK텔레콤(3.49) 순이라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의 데이터 트래픽은 지난해 1월 201TB(테라바이트)에서 올해 1월 3079TB로 1년 사이 약 15배 늘었다. 넓은 6차선 도로라도 차가 급격하게 밀려들어와 곧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KT의 주장은 다르다. 2.1GHz 대역을 이용하는 3세대(3G)망 가입자 수로만 따지면 SK텔레콤과 KT가 1500만 명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주파수는 KT가 20MHz 더 적다는 것. KT 관계자는 “KT는 와이파이, 와이브로 같은 보완 수단에 투자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SK텔레콤은 보완 수단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엄살을 부린다”며 “SK텔레콤이 20MHz를 더 가져가면 대역폭이 8:4:0으로 SK텔레콤의 독점이 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공정 사회론’을 강조한다. 과거 사업성을 잘못 판단해 반납했다 하더라도 스마트폰 시대가 갑자기 찾아와 세상이 바뀌었고, 지금 후발업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영영 일어설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외국산 스마트폰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4G 통신망을 올해 안에 상용화하면 트래픽이 급증하므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를 경매 참여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3사 경매는 ‘돈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3사의 치열한 공방에 방통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3사의 논리가 팽팽한 탓에 누가 선정되든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대역폭은 10의 배수에 따라 쪼개지기 때문에 3사가 나눠가질 수도 없다. 경매 방식도 문제다. 무조건 높은 가격을 적어낸 순으로 뽑으면 과열경쟁으로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2.1GHz 대역 20MHz 대역폭을 2016년 12월까지 쓰는 대가로 1064억 원을 선납했으나, 2016년까지는 매년 해당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1.6%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