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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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안정 … ‘현대카드’는 웃는다

혁신적 마케팅과 보수적 리스크 관리 조화 … ‘카드대전’ 두려움 없이 신나는 행보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www.facebook.com/scud2007

    입력2011-03-28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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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카드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KB국민카드의 분사와 삼성카드의 2위 탈환 선언, 여기에 롯데카드의 점유율 확장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카드업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조금이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금융감독원장이 주최한 카드사 CEO 간담회에서 ‘과열 마케팅 자제’ 발언이 나왔을 정도다.

    “리스크는 평소에 관리하는 것”

    카드사들의 무한경쟁 속에 현대카드의 행보가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불과 7년 전만 해도 카드사 전체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2010년 2위에 올라선 뒤 확고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드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카드의 고속성장의 원동력으로 기존 신용카드사와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꼽는다. M카드를 비롯한 알파벳 카드,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 등 프리미엄 카드는 이전의 카드상품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슈퍼콘서트, 슈퍼매치 등 대대적인 문화마케팅으로 현대카드 골수팬을 만들어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런 대형 문화행사는 카드사의 업무영역을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카드만의 남다른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관된 리스크 관리 철학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 현대카드는 2007년 이후 줄곧 카드사 중에서 최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이후 한때 연체율이 20% 이상 치솟기도 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2005년 4%대로 낮아지더니 2007년에는 0.4%까지 떨어졌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환경이 매우 불안정했던 2008년에도 연체율은 0.7%에 그쳤다.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현대카드의 전략은 ‘3 Must’(측정 가능한 리스크는 모두 계량화한다, 중요한 업무는 프로세스화한다,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다)와 ‘3 Don’t’(이익을 희생한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경기 사이클에 편승한 전략은 시행하지 않는다, 예상된 손실은 즉시 인식하고 이연하지 않는다) 정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경영진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은 “리스크 관리는 한 치의 어긋남 없는 교과서 같아야 한다. 리스크 관리는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것이지, 위기 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다시 한 번 교과서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금융은 자제의 미학이기도 하다. 가다가 스스로 멈춰야 한다. 끝까지 가버리면 내리막이 아닌 절벽이 나온다. 금융은 손절매의 미학이기도 하다.”

    이런 경영철학을 반영하듯 현대카드에는 다양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있다. 리스크관리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정 사장을 위원장으로 GE 측 인사 5명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측 인사 5명(정 사장 포함)으로 구성된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모든 안건에 만장일치제가 기본이다.

    “카드사업에서 금융 비중을 얼마까지 용인할 겁니까?”

    지난해 10월 현대카드 본사 11층에서 열린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오자 회의장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영업이익을 위해서라면 금융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선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어느 정도 선에서 금융 비중을 정할지가 관건이었다. 이미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선 신용카드사의 전체 취급액 중 금융 비중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가이드라인은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보다 낮은 40%였다. 리스크 관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출혈경쟁은 물론 무수익 상품을 원천적으로 내놓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단순히 신용등급에 따라 고객의 한도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거래 성향과 그동안의 행태 등을 감안해 문제고객을 사전에 걸러내는 ‘Anti-Fraud’ 시스템 역시 현대카드가 처음 도입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다.

    비단 현대카드만이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2005년 7월 정부가 공식적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하기 전인 2005년 1월부터 국내 최초로 DTI를 주택담보대출 심사기준에 적용했다. 2006년 11월에는 많은 반대에도 RVI(잔존가치보험)라는 생소한 보험을 도입했다. RVI에 가입하면 주택가격이 대출시점 기준가격 대비 30%까지 떨어지게 될 경우 보험으로 보상받는다. 하지만 실제 주택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매년 내는 보험료는 200억 이상인데 실제 받는 보험금은 20억 정도밖에 안 돼 180억 원의 손해를 본다. 그럼에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RVI를 고수하고 있다.

    성장과 안정 … ‘현대카드’는 웃는다

    기존 틀을 깬 카드상품과 대대적인 문화마케팅 등 현대카드만의 남다른 마케팅 전략은 현대카드의 고속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마케팅으로 브랜드 높이기

    시장이 과열됐음에도 현대카드가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철저한 시스템에 기인한다. 현대카드 김병희 리스크본부장(상무)은 “리스크 관리는 기술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는 철학이 중요하다”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현재 경영실적은 바로 이런 것까지 감안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철저한 리스크 관리는 아이러니하게도 활발한 마케팅과 맞닿아 있다.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마케팅, 브랜딩, 상품 차별화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 정 사장은 “유행에 휘말려 단기차입에 의존하고, 현금대출을 늘리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처럼 단기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투자에 집중한다면 위기 때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마케팅에 돈을 쓰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게 현대카드의 생각이다. 마케팅 비용을 늘려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우량고객을 늘린다면, 이보다 좋은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많이 지출하는 비용을 꼽는다면 대손 비용이다. 마케팅 비용을 효과적으로 지출하면 대손 비용을 줄여서 전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정 사장은 “광고, 마케팅을 하나도 하지 않고 회사를 유지하려면 대출한도를 늘리고, 연회비를 면제하고, 카드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결국 회사의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창의적인 마케팅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을 주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창의적인 마케팅을 하는 선순환 구조로 접어들면서 현대카드는 현재 벌어지는 카드대전도 결코 두렵지 않다는 반응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일견 상반돼 보이는 두 전략이 성장과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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