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기상청은 서울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많은 눈이 올 것으로 예상한 시민들은 자가용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러나 예고했던 대설은 없었고, 기상청은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란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제전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백, 수천 가지 복잡한 요인이 작용하는 경제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는 얼마나 될지’ 궁금해하며 전문가들의 예측에 귀를 쫑긋 세운다. 비록 100% 예측은 할 수 없어도 다가올 경제 상황에 대처할 우리의 능력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핸 예상보다 좋은 6% 성장
2009년 말 ‘주간동아’는 717호 커버스토리 ‘2010 호랑이 날개 단 재테크’에서 2010년 경기전망을 내놓은 정부 경제부처와 국책연구기관, 기업·금융기관 경제연구소 등 9개 관련기관의 자료를 모두 모아 비교, 분석했다. 이들의 2010년 경기전망에 대한 공통된 견해는 “전체적으로 경제위기 이전의 성장세는 되찾겠지만, 한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선진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느리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여전히 잠재한 상황에서 섣불리 고성장을 점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2010년 한 해 동안 이들의 경제전망은 어느 정도나 맞아떨어졌을까? 12월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1년 경제전망’에 나타난 2010년 한국의 경제 성적표는 경제성장률 6.1%, 민간소비 4.2%, 설비투자 24.3%, 건설투자 -1.5%, 수출(입) 증가율 28.5%(31.4%), 물가 2.9%, 실업률 3.8%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것은 경제성장률이다. 2009년 말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5.5%)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3.9%)였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0년 경제성장률은 5% 안팎. 이 밖에 삼성경제연구소 4.3%, LG경제연구원 4.6%, 한국금융연구원 4.4%, 산업연구원 4.8%였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의 예상치를 두고 일각에선 “지나치게 낙관론을 견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며 비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은 곳이 됐다. 반면 한국은행이나 민간연구소들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 체면을 구겼다. 희비를 가른 것은 설비투자였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7.1%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 한국개발연구원과 달리 삼성경제연구소(8.2%), LG경제연구원(9.7%) 등은 한 자릿수 증가율을 예상했다.
여기에 3% 안팎의 증가를 예상했던 민간소비가 4.2%로 건실한 성장세를 보였고, 수출(28.5%)이 예상치(10.3~17.1%)를 넘어서며 큰 폭의 감소를 예상했던 경상수지 흑자가 290억 달러에 이르러 ‘수출과 내수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은 “수출이 상당히 호조를 보였다. 여기에 수출과 연결되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설비투자가 25%대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물가(2.7~3.2%)와 실업률(3.4~3.7%)은 오차범위 내에 들었지만 환율은 1140원대로 전망치(1120~1060원)를 웃돌았다.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G2 싸움’으로 시작된 환율전쟁이 ‘흑자 선진국 대 적자 선진국’ ‘선진국 대 신흥개발도상국들’로 전선이 넓혀지고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는 금리 인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소폭 상승에 그쳤다.
2011년 경제전망에 대해 기관들은 전반적으로 올해와 같은 6%대의 고성장세는 어렵겠지만 4% 안팎의 원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표 참조). 하지만 그 내용에서는 각 기관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정부는 고용 회복이 지속되고 수출·내수 증가세가 유지되는 점 등을 감안해 기관 중 가장 높은 연간 5% 내외의 성장을 예상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하고 설비투자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며,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건설투자의 회복세도 미흡할 전망이다. 소비도 크게 증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3.8% 성장을 예상해 대조를 이뤘다.
주요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내년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11년 수출 증가율은 8~10%에 그치는 반면 수입은 13~17%까지 폭증,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10억~20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성장 둔화세가 본격화되면서 수출의 활력이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LCD 부문에서 일본, 대만 등의 공급 확대로 수출단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여건이 올해보다 불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는 3%, 실업률은 3.5~3.7%
원화가 주요 경쟁국 환율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화 절상은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5개기관이 내놓은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110~1060원으로, 12월 현재 1140원대에 비해 최대 80원가량 절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4%대의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민간소비와 달리, 설비투자는 올해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되고 건설투자는 1%대 초반이나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된다. 물가는 올해 2.9%보다는 다소 높은 3% 초중반 예측이 대세를 이뤘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높아지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파급되고 있다. 중기 물가안정목표 중심치(3.0%)를 상회하는 3%대 중반의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실업률은 3.5~3.7%대로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며 7%대에 달하는 청년실업 등 구조적 문제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전망치는 3개 기관에서 내놓았는데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를 감안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72.4달러를 예상한 반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소비 증가가 공급 증가를 상회하는 데다, 유동성 과잉 현상과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평균 87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는 저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물가상승 압력 등의 요인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관에 따라 예측이 엇갈리지만 2010년 경제전망을 근접하게 맞힌 쪽도, 그렇지 않은 쪽도 “전망은 전망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 부장은 “누가 몇%에 더 근접했느냐에 집착하기보다는 추세를 봐야 한다. 전망치를 내면 상향 바이어스(bias)나 하향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 맞는다고 다음에 맞는다는 법이 없다.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수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확장세를 보이며 정상적인 경기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선 타 기관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올핸 예상보다 좋은 6% 성장
2009년 말 ‘주간동아’는 717호 커버스토리 ‘2010 호랑이 날개 단 재테크’에서 2010년 경기전망을 내놓은 정부 경제부처와 국책연구기관, 기업·금융기관 경제연구소 등 9개 관련기관의 자료를 모두 모아 비교, 분석했다. 이들의 2010년 경기전망에 대한 공통된 견해는 “전체적으로 경제위기 이전의 성장세는 되찾겠지만, 한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선진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느리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여전히 잠재한 상황에서 섣불리 고성장을 점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2010년 한 해 동안 이들의 경제전망은 어느 정도나 맞아떨어졌을까? 12월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1년 경제전망’에 나타난 2010년 한국의 경제 성적표는 경제성장률 6.1%, 민간소비 4.2%, 설비투자 24.3%, 건설투자 -1.5%, 수출(입) 증가율 28.5%(31.4%), 물가 2.9%, 실업률 3.8%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것은 경제성장률이다. 2009년 말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5.5%)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3.9%)였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0년 경제성장률은 5% 안팎. 이 밖에 삼성경제연구소 4.3%, LG경제연구원 4.6%, 한국금융연구원 4.4%, 산업연구원 4.8%였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의 예상치를 두고 일각에선 “지나치게 낙관론을 견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며 비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은 곳이 됐다. 반면 한국은행이나 민간연구소들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 체면을 구겼다. 희비를 가른 것은 설비투자였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7.1%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 한국개발연구원과 달리 삼성경제연구소(8.2%), LG경제연구원(9.7%) 등은 한 자릿수 증가율을 예상했다.
여기에 3% 안팎의 증가를 예상했던 민간소비가 4.2%로 건실한 성장세를 보였고, 수출(28.5%)이 예상치(10.3~17.1%)를 넘어서며 큰 폭의 감소를 예상했던 경상수지 흑자가 290억 달러에 이르러 ‘수출과 내수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은 “수출이 상당히 호조를 보였다. 여기에 수출과 연결되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설비투자가 25%대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물가(2.7~3.2%)와 실업률(3.4~3.7%)은 오차범위 내에 들었지만 환율은 1140원대로 전망치(1120~1060원)를 웃돌았다.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G2 싸움’으로 시작된 환율전쟁이 ‘흑자 선진국 대 적자 선진국’ ‘선진국 대 신흥개발도상국들’로 전선이 넓혀지고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는 금리 인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소폭 상승에 그쳤다.
2011년 경제전망에 대해 기관들은 전반적으로 올해와 같은 6%대의 고성장세는 어렵겠지만 4% 안팎의 원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표 참조). 하지만 그 내용에서는 각 기관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정부는 고용 회복이 지속되고 수출·내수 증가세가 유지되는 점 등을 감안해 기관 중 가장 높은 연간 5% 내외의 성장을 예상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하락하고 설비투자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며,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건설투자의 회복세도 미흡할 전망이다. 소비도 크게 증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3.8% 성장을 예상해 대조를 이뤘다.
주요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내년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11년 수출 증가율은 8~10%에 그치는 반면 수입은 13~17%까지 폭증,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10억~20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성장 둔화세가 본격화되면서 수출의 활력이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LCD 부문에서 일본, 대만 등의 공급 확대로 수출단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여건이 올해보다 불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는 3%, 실업률은 3.5~3.7%
원화가 주요 경쟁국 환율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화 절상은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5개기관이 내놓은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110~1060원으로, 12월 현재 1140원대에 비해 최대 80원가량 절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4%대의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민간소비와 달리, 설비투자는 올해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되고 건설투자는 1%대 초반이나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된다. 물가는 올해 2.9%보다는 다소 높은 3% 초중반 예측이 대세를 이뤘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높아지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파급되고 있다. 중기 물가안정목표 중심치(3.0%)를 상회하는 3%대 중반의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실업률은 3.5~3.7%대로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며 7%대에 달하는 청년실업 등 구조적 문제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전망치는 3개 기관에서 내놓았는데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를 감안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72.4달러를 예상한 반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소비 증가가 공급 증가를 상회하는 데다, 유동성 과잉 현상과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평균 87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는 저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물가상승 압력 등의 요인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관에 따라 예측이 엇갈리지만 2010년 경제전망을 근접하게 맞힌 쪽도, 그렇지 않은 쪽도 “전망은 전망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 부장은 “누가 몇%에 더 근접했느냐에 집착하기보다는 추세를 봐야 한다. 전망치를 내면 상향 바이어스(bias)나 하향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에 맞는다고 다음에 맞는다는 법이 없다.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수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확장세를 보이며 정상적인 경기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선 타 기관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