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일 탐나는 건 아이패드예요. 친구들 대부분 브랜드 옷보다 브랜드 디지털 기기에 눈독 들이죠. 놀 때는 노트북 끼고 누구네 집이나 카페에서 만나요.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채팅으로 수다를 떨죠. 옷은 브랜드를 사고 싶지만 비싸니까 동대문에서 연예인 ‘사복간지’(연예인의 평상복 스타일) 느낌으로 코디해요. 지금 고구려왕의 업적을 정리하는 숙제를 해야 하는데, 인터넷 뒤적거리면 나오는 걸 왜 숙제로 내주는지 이해가 안 가요. 도대체 왜죠?”
트렌드 컨설팅 회사인 PFIN이 세대 조사차 만난 10여 명의 중고등학생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한 손으로 책상 모서리를 매만졌다. 답변은 똑 부러졌지만, 워낙 산만한 탓에 질문을 듣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동시대를 사는 집단은 그들만의 특징을 갖는다. 80년대 학번인 ‘386세대’는 치열하고, 90년대에 등장한 ‘X세대’는 공동의 가치보다 개인을 중시한다. 반면에 ‘N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등 최근 세대의 핵심은 디지털이다. 인터넷과 함께 태어나고 디지털에 둘러싸여 성장한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경계 짓지 않고, 창작에 익숙하며, 몸 운동보다 손가락 운동을 좋아한다. 1986~2000년 사이에 태어난 ‘1024’의 라이프스타일과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휴대전화 없는 세상? 돌아버리죠~”
30대 중반의 직장인 선정인 씨는 카페 맞은편에 모여 앉은 남학생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교복 차림의 이들은 한 시간 내내 노트북 키보드만 두드릴 뿐, 입을 여는 법이 없었다. 이따금 키득거리거나 슬쩍 눈빛 교환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들은 줄곧 대화 중이었다. 모니터에 온라인 게임 창과 네이트온 창을 띄우고 ‘손가락 대화’를 나눈 것.
30대 이상은 수다를 떨고 싶으면 전화기를 든다. 문자메시지는 용건이 있거나 약속을 잡을 때나 사용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던 중 문득 심심해질 때는 채팅을 하기도 한다. 반면 ‘1024’는 단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대화하듯 ‘뭐하는긔 ㅋ’ ‘학원가긔’ 같은 문자메시지를 수십 통씩 주고받는다. PFIN 이정민 대표는 “이들은 말보다 손가락 대화를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들은 1996년 2G 휴대전화, 1998년 MP3, 2000년 ‘버디버디’, 2004년 닌텐도, 2009년 아이폰을 경험해 디지털 환경이 공기처럼 익숙하다. 또 인터넷을 e메일로 시작한 이전 세대와 달리 채팅으로 시작했다. e메일은 상대편이 일정 시간 뒤 확인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아날로그적이다. 하지만 채팅은 동시적이고 일상의 대화체가 그대로 재현되므로 이들은 일상과 디지털 대화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1024’ 이전 세대에게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그저 통화를 하고 작업을 돕는 도구다. 학창시절에도 좋은 기기를 갖고 있으면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디지털 기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는 않았다. 하지만 ‘1024’에게 디지털은 곧 패션이다. 사용하는 기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자신을 표현한다. “지금 제일 갖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디지털 기기가 1위에 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소년기는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시기다. 남의 눈에 비치는 나에 관심을 갖고, 외양을 꾸미는 데 몰두한다. 과거 표현 수단이 옷이었다면, 지금은 디지털 기기다. 희소성 있거나 최신의 제품을 갖고 있으면 단번에 화제의 중심이 된다. 디지털 기기는 이들에게 ‘간지’ 살리는 액세서리와 같다.”(PFIN 도진수 마케팅팀 대리)
온·오프라인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
지난 10년간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한국형 SNS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블로그를 거쳐 트위터, 페이스북의 공세로 지금은 주춤하는 기세다. ‘1024’는 온라인으로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대학생은 정보 중심의 트위터, 중·고등학생은 온라인 사교에 적합한 페이스 북으로 갈아타며 눈 뜨고 있는 시간 대부분을 SNS와 함께한다.
‘1024’ 이전 세대인 20대 중·후반 이상 세대도 미니홈피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분명히 구분 짓고,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온라인 인간관계는 지양했다. ‘1024’는 다르다. 이들에게 온라인상의 관계는 실제 친구관계만큼 중요해서 낯선 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온라인 친구를 맺는다.
“친구들이 아는 사이트는 무조건 가입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배제되거나, 그 속에서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은 현실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같이 팬픽을 읽고 같은 장소에 놀러가는 것처럼, SNS활동을 통해 또래의식을 돈독히 한다.”(서울 대청중 3학년)
“이전 세대는 1촌의 1촌, 즉 남에게 다가가는 것을 쑥스러워한다. 반면 ‘1024’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친구를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과 주로 교류하지만, 만나기 힘든 이들과도 쉽게 친구가 된다. 온라인 사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이전 세대와 다르다.”(PFIN 이지현 리서치팀장)
이들은 또 외국 온라인 친구와의 교류에도 거리낌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 언어 공포가 없고, 어학연수와 해외캠프 등으로 한두 번씩은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드라마, 뮤직비디오, 케이블 쇼 프로그램,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를 접하며 글로벌 감각을 몸으로 익혔다. 특히 최근에는 번역기의 발달로 영어는 물론 중국, 일본, 프랑스 누리꾼과도 쉽게 이야기한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프랑스 팬, 영국 팬, 한국 팬이 실시간 댓글 놀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디지털 문화는 학습·사회 능력은 물론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학습 능력부터 살피면, ‘1024’는 조합에 능한 대신 마무리에 약하다. 채팅과 문자메시지는 단문 위주다. 즉각적으로 원하는 토막글을 여러 번 주고받는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인터넷 게시판 문화도 마찬가지. 아이디어 차원의 씨앗 글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모양새를 갖춰나간다.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하나로 꾸미는 일은 잘하지만, 하나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책임감은 떨어진다.
가치관은 어떨까. 과거에는 모범생과 문제아의 구분이 뚜렷했다. 거꾸로 말해 공부와 놀이 모두에 뛰어난 학생은 드물었다. 지금은 팔방미인이 대세다. 공부는 물론 게임, 연예인, 패션에 정통해야 친구들에게 인정받는다. 대학생활도 마찬가지. 파티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휴학 기간 동안 회사생활을 해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1024’ 세대의 맏이인 1986년생들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했다. 사회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10대는 ‘지금은 엄마가 원하니까 공부를 하지만, 나중에는 재미있으면서 돈도 버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무 데도 비전이 없다면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겠다’ 답변한 학생도 상당수였다. 윗세대는 공부와 성실이 인생 모토였지만 ‘1024’는 재미를 중시한다. 자기를 드러내기 좋아해 조직 속 톱니바퀴를 거부하는 경향도 있다. 이들이 조직과 사회에서 낙오하는 것을 막으려면 작되 가족적인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기존 기업들도 분명한 비전을 줘야 한다.”(PFIN 이정민 대표)
트렌드 컨설팅 회사인 PFIN이 세대 조사차 만난 10여 명의 중고등학생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한 손으로 책상 모서리를 매만졌다. 답변은 똑 부러졌지만, 워낙 산만한 탓에 질문을 듣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동시대를 사는 집단은 그들만의 특징을 갖는다. 80년대 학번인 ‘386세대’는 치열하고, 90년대에 등장한 ‘X세대’는 공동의 가치보다 개인을 중시한다. 반면에 ‘N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등 최근 세대의 핵심은 디지털이다. 인터넷과 함께 태어나고 디지털에 둘러싸여 성장한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경계 짓지 않고, 창작에 익숙하며, 몸 운동보다 손가락 운동을 좋아한다. 1986~2000년 사이에 태어난 ‘1024’의 라이프스타일과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휴대전화 없는 세상? 돌아버리죠~”
30대 중반의 직장인 선정인 씨는 카페 맞은편에 모여 앉은 남학생들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교복 차림의 이들은 한 시간 내내 노트북 키보드만 두드릴 뿐, 입을 여는 법이 없었다. 이따금 키득거리거나 슬쩍 눈빛 교환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들은 줄곧 대화 중이었다. 모니터에 온라인 게임 창과 네이트온 창을 띄우고 ‘손가락 대화’를 나눈 것.
30대 이상은 수다를 떨고 싶으면 전화기를 든다. 문자메시지는 용건이 있거나 약속을 잡을 때나 사용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던 중 문득 심심해질 때는 채팅을 하기도 한다. 반면 ‘1024’는 단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대화하듯 ‘뭐하는긔 ㅋ’ ‘학원가긔’ 같은 문자메시지를 수십 통씩 주고받는다. PFIN 이정민 대표는 “이들은 말보다 손가락 대화를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들은 1996년 2G 휴대전화, 1998년 MP3, 2000년 ‘버디버디’, 2004년 닌텐도, 2009년 아이폰을 경험해 디지털 환경이 공기처럼 익숙하다. 또 인터넷을 e메일로 시작한 이전 세대와 달리 채팅으로 시작했다. e메일은 상대편이 일정 시간 뒤 확인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아날로그적이다. 하지만 채팅은 동시적이고 일상의 대화체가 그대로 재현되므로 이들은 일상과 디지털 대화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1024’ 이전 세대에게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그저 통화를 하고 작업을 돕는 도구다. 학창시절에도 좋은 기기를 갖고 있으면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디지털 기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는 않았다. 하지만 ‘1024’에게 디지털은 곧 패션이다. 사용하는 기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자신을 표현한다. “지금 제일 갖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 디지털 기기가 1위에 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소년기는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시기다. 남의 눈에 비치는 나에 관심을 갖고, 외양을 꾸미는 데 몰두한다. 과거 표현 수단이 옷이었다면, 지금은 디지털 기기다. 희소성 있거나 최신의 제품을 갖고 있으면 단번에 화제의 중심이 된다. 디지털 기기는 이들에게 ‘간지’ 살리는 액세서리와 같다.”(PFIN 도진수 마케팅팀 대리)
온·오프라인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
지난 10년간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한국형 SNS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블로그를 거쳐 트위터, 페이스북의 공세로 지금은 주춤하는 기세다. ‘1024’는 온라인으로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대학생은 정보 중심의 트위터, 중·고등학생은 온라인 사교에 적합한 페이스 북으로 갈아타며 눈 뜨고 있는 시간 대부분을 SNS와 함께한다.
‘1024’ 이전 세대인 20대 중·후반 이상 세대도 미니홈피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분명히 구분 짓고,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온라인 인간관계는 지양했다. ‘1024’는 다르다. 이들에게 온라인상의 관계는 실제 친구관계만큼 중요해서 낯선 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온라인 친구를 맺는다.
“친구들이 아는 사이트는 무조건 가입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배제되거나, 그 속에서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은 현실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같이 팬픽을 읽고 같은 장소에 놀러가는 것처럼, SNS활동을 통해 또래의식을 돈독히 한다.”(서울 대청중 3학년)
“이전 세대는 1촌의 1촌, 즉 남에게 다가가는 것을 쑥스러워한다. 반면 ‘1024’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친구를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과 주로 교류하지만, 만나기 힘든 이들과도 쉽게 친구가 된다. 온라인 사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이전 세대와 다르다.”(PFIN 이지현 리서치팀장)
이들은 또 외국 온라인 친구와의 교류에도 거리낌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워 언어 공포가 없고, 어학연수와 해외캠프 등으로 한두 번씩은 외국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드라마, 뮤직비디오, 케이블 쇼 프로그램,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를 접하며 글로벌 감각을 몸으로 익혔다. 특히 최근에는 번역기의 발달로 영어는 물론 중국, 일본, 프랑스 누리꾼과도 쉽게 이야기한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프랑스 팬, 영국 팬, 한국 팬이 실시간 댓글 놀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디지털 문화는 학습·사회 능력은 물론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학습 능력부터 살피면, ‘1024’는 조합에 능한 대신 마무리에 약하다. 채팅과 문자메시지는 단문 위주다. 즉각적으로 원하는 토막글을 여러 번 주고받는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인터넷 게시판 문화도 마찬가지. 아이디어 차원의 씨앗 글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모양새를 갖춰나간다.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하나로 꾸미는 일은 잘하지만, 하나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책임감은 떨어진다.
가치관은 어떨까. 과거에는 모범생과 문제아의 구분이 뚜렷했다. 거꾸로 말해 공부와 놀이 모두에 뛰어난 학생은 드물었다. 지금은 팔방미인이 대세다. 공부는 물론 게임, 연예인, 패션에 정통해야 친구들에게 인정받는다. 대학생활도 마찬가지. 파티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휴학 기간 동안 회사생활을 해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1024’ 세대의 맏이인 1986년생들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했다. 사회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10대는 ‘지금은 엄마가 원하니까 공부를 하지만, 나중에는 재미있으면서 돈도 버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무 데도 비전이 없다면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겠다’ 답변한 학생도 상당수였다. 윗세대는 공부와 성실이 인생 모토였지만 ‘1024’는 재미를 중시한다. 자기를 드러내기 좋아해 조직 속 톱니바퀴를 거부하는 경향도 있다. 이들이 조직과 사회에서 낙오하는 것을 막으려면 작되 가족적인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기존 기업들도 분명한 비전을 줘야 한다.”(PFIN 이정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