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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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토종닭? 두말하면 잔소리

토종닭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08-09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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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쫄깃한 토종닭? 두말하면 잔소리
    “흔히 삼계탕이라 하지만, 계삼탕이 맞는 말이다. 닭이 주재료이고 인삼은 부재료이다. 이렇게 음식 이름을 바로잡아놓고 보면 이 음식 맛의 포인트가 보인다. 주재료인 닭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다.”(‘미각의 제국’ 중에서)

    필자는 근래 책을 한 권 냈는데 이 계삼탕 부분이 이곳저곳에서 인용되고 있다. 어느 교열기자는 “삼계탕도 맞는 말이다”라며 ‘엉뚱한 딴죽’을 걸기도 하고 어느 음식전문기자는 이 글을 앞세워 계삼탕을 집중 취재했다. 어느 것이든 나로서는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미각의 제국’은 내용을 너무 간결하게 하느라 많은 이야기가 빠졌다. 계삼탕은 토종닭으로 끓여야 맛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토종닭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기에 살을 붙인다.

    토종닭이란 우리 땅에서 예전부터 길러오던 고유한 품종의 닭을 말한다. 우리나라 식용 닭의 종자 중 90%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수입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닭은 외래종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토종닭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데다 달걀도 많이 낳지 못한다고 판단, 서양종과 일본종으로 품종 개량을 한 것이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토종닭 ‘퇴출’은 더 가속화됐는데 미국이 원조품으로 40만 마리에 달하는 외래종 닭을 들여온 탓이다.

    외래종 닭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데 30여 일밖에 걸리지 않고 달걀도 많이 낳으니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있다. 그러나 외래종은 이를 육종한 나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개량돼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외래종 닭이 시장을 석권했음에도 줄기차게 토종닭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살이 부드럽고 기름진 외래종에 비해 토종닭은 약간 질기다 싶을 만큼 살이 차지고 감칠맛이 더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고기 씹는 맛’을 중시하는데 외래종은 이 맛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사라져가던 토종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 입맛에 맞는 닭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맛있고 경제적인’ 토종닭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외래종의 오염이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오지의 토종닭을 구하기도 하고 중국 옌볜에 가서 토종닭을 구해오기도 했다. 이런 종자를 원종으로 우리 입맛에 맞는 토종닭이 ‘개발’됐다. 현재 농가에서 키우는 토종닭으로는 ‘청리닭’ ‘고려닭’ ‘원협3호’ ‘우리맛닭’ 등이 있다. 특히 ‘우리맛닭’은 국립종축원이던 축산기술연구소에서 15년간 연구해 품종을 안정화한 토종닭으로 최근에 농가에 대량 보급되고 있다.

    쫄깃한 토종닭? 두말하면 잔소리

    살이 단단해서 질긴 듯한 토종닭은 씹는 맛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딱 맞는다.

    고기로 먹는 닭을 육계라 한다. 외래종 육계의 경우 32~35일 사육해 음식점에 나온다. 외래종 산란계 수컷도 고기용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50여 일 키워 ‘웅추’라는 이름으로 판다. 웅추는 외래종 육계보다 몸집도 크고 씹는 맛도 좋아 이를 삼계탕으로 내는 식당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시중의 토종닭 중 가장 흔한 품종은 ‘원협3호’로 사육기간은 70~80일이다. 이 밖에 ‘사이비 토종닭’도 있다. 농가에서 ‘백세미’라 부르는데 외래종 산란계 암탉에 육계 종계의 정액을 주입해 얻는다. 그러니까 ‘백세미’는 등록돼 있지 않은 품종으로 토종닭 사육 농가 입장에서는 시장을 흐리는 닭이라 할 수 있다.

    토종닭은 외래종 닭에 비해 살이 단단하다. 이 단단한 살을 쫄깃하게 하려면 그냥 솥에 삶아서는 부족함이 있다. 닭백숙 전문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압력솥을 쓴다. 토종닭은 외래종에 비해 감칠맛이 깊다. 올레인산이 풍부한 까닭이다. 그래서 백숙을 하면 고기보다 국물 맛이 더 있다. 토종닭을 요리할 때 ‘보양’을 위해 너무 많은 한약재를 넣는 것은 좋지 않다. 토종닭 고유의 감칠맛을 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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