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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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 늘면 수질은 어떻게 바뀔까?

4대강 사업 환경논란 5大 쟁점 해부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6-28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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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량 늘면 수질은 어떻게 바뀔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계획 단계부터 전체 공정률이 4분의 1에 이르는 지금까지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학적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을까. 취재 중 만난 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상황으로선 불가능하다. 완공 이후 결과를 예측할 만한 연구가 부족한 데다, 시각에 따라 과학적 소견도 달라진다는 것.

    첨예하게 맞붙은 쟁점에 대한 양측 주장은 어떨까.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박철휘 교수, 서울여대 환경생명공학부 이창석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등의 도움말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찬반 의견을 정리했다.

    논란의 핵심은 보 · 준설

    4대강 사업의 목적은 크게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로 나뉜다. 이를 위해 4대강에 16개 보(洑)를 설치하고 강바닥 토사 5억7000만㎡를 준설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보는 농경지 등에 댈 물을 저장하는 ‘작은 댐’이고, 준설(浚渫)은 강의 ‘물그릇’을 넓히는 작업을 뜻한다. 강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보 설치와 준설은 4대강을 살릴 수 있을까.

    1 강바닥 파헤치는 준설, 꼭 해야 하나?



    정부가 내세운 준설의 주목적은 ‘홍수 대비’다. 강바닥의 흙을 파내면 강의 그릇이 커져 물의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논리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홍수 위험이 커졌다. 준설을 하면 홍수위(洪水位)가 낮아져 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준설이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박철휘 교수는 “바닥에 쌓인 침전물을 걷어내면 수질도 깨끗해진다. 또 수량이 풍부해지면 희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준설 작업의 필요성 자체에 회의적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우리나라 하천은 매년 여름 큰 홍수마다 바닥의 오염원이 자연스럽게 쓸려나간다. 퇴적물이 쌓이는 댐 근처만 관리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준설의 효율성과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전국 강바닥을 5억7000만㎡나 파내는 작업은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홍수 방어책이다. 대규모 준설로 강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이 멸종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 ‘미니 댐’ 보 건설 효과는?

    정부는 전국에 고정보와 가동보로 구성된 혼합보 16개를 만들 계획이다. 고정보는 수문이 없는 반면, 가동보는 필요에 따라 수문을 여닫아 수량을 조절할 수 있다. 정부가 내세운 보 건설 목적은 수량 확보. 가까운 미래에 닥칠 물 부족과 이상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물 부족 전망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물 부족량은 변함이 없는데 보의 수와 규모를 크게 늘린 점이 의심스럽다는 것. 보가 수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줄기를 막아 물을 가두면, 조류가 증식하는 부영양화(富營養化) 현상으로 물이 더러워진다는 논리다. 김정욱 교수는 “가동보라고 해도 물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수질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또 보로 물을 확보해도 사용처가 없다”고 지적했다.

    3 침수 위험은?

    침수 위험은 어떨까. 반대론자들은 “준설을 하고 보를 건설하면 주변 농경지가 침수돼 습지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바닥을 깊게 파면 물을 담는 공간이 커지는데 침수 논란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답은 흙의 특성과 지하수에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욱 교수는 “강물 수위가 올라가면 주변 지역 지하수 수위도 올라간다. 보를 건설해 수위가 올라가면 강둑 너머 농경지 수위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상습 침수지역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한다. 박철휘 교수는 “건설기술이 발전해 지형의 특성에 따른 맞춤식 보 설계가 가능하다. 홍수를 막겠다고 둑과 제방만 높게 쌓으면 강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4 수질 개선, 성공할까?

    바닥을 파내고 보를 설치하면 유량과 저수량이 늘어난다. 수량이 변하면 수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의 본질은 강 살리기다. 수질은 깨끗해질까, 아닐까. 양측은 준설 작업으로 침전물을 걷어내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데 동의한다. 보를 건설하면 수량이 증가한다는 점에서도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예측 유속·유량과 그에 따른 수질 전망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정부는 “수량이 증가하면 유속이 느려진다. 하지만 댐 조절을 통해 수질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하는 반면, 반대 측은 “보에 물을 담아두면 유속과 유량이 줄어들어 수질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질 개선의 핵심은 하수 처리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창근 교수는 “강 상류가 깨끗해야 수질이 개선되지, 둑과 댐을 쌓는다고 물이 맑아지는 것이 아니다. 또 4대강 사업으로 수변이 개발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5 최근 불거진 오니토 논란

    퇴적토 오염 논란은 공사가 본격화된 올해 초부터 제기됐다. 강바닥에서 퍼 올린 흙이 악취를 풍기면서 오염 문제가 불거진 것. 준설 작업으로 퍼낸 준설토는 오니토(汚泥土)일까 아닐까. 반대론자들은 오니토 매장 가능성에 한 표를 던졌다. 박창근 교수는 “깊게는 4~5m까지 강바닥을 파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장 폐수 등이 퇴적된 오니토층을 건드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색이 시커멓다고 모두 오니토는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영산강 현장의 한 관계자는 “성분 분석을 했더니 기준치를 초과하는 준설토는 나오지 않았다. 강바닥 아래 저층의 흙은 세균 때문에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아도 검은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성분 분석 기준은 믿을 게 못 된다”고 재반박한다. 서울 사립대의 한 교수는 “정부가 활용하는 ‘토양오염 우려 기준’의 21개 항목은 대부분 중금속이다. 하지만 환경호르몬 등 기타 오염물질도 많아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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