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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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탈락한 운동선수들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6-28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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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 그리기 시간에 저는 꼭 야구선수와 축구선수를 그렸습니다. 프로스포츠의 화려한 모습은 어린 제게도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학교에 축구부가 생겼을 때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는 두근거림에 가입원서를 냈고 방과 후에는 열심히 운동장을 뛰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장에 찾아온 어머니가 제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어머니는 “운동선수 되기가 쉬운 줄 아느냐. 공부는 조금만 잘해도 밥벌이를 할 수 있지만 운동선수는 최고만 살아남는다”며 저를 채근했습니다. 그날 밤 울면서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중도탈락 학생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며 그날 어머니의 선택에 감사할 뿐입니다. 특기생 선수들은 학업을 포기하다시피 한 채 운동에 매달리지만 운동으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직업으로 운동을 하는 비율은 고작 1%라고 합니다. 고된 훈련, 실력 부족, 부상, 폭력 등으로 운동을 그만둔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가지만 손을 놓았던 공부를 하기도,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기만 합니다. 실태조사 결과 중도탈락 후 14%만이 하위 학업성적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도탈락한 운동선수들
    제 주변에도 운동선수로 뛰다가 중도포기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운동을 그만둔 순간 막막하기만 했다고 합니다. 토익 점수도 없고 학점도 없고, 취업 준비를 도와줄 친구도 없기 때문입니다. 운동 외에 특기가 없어 피트니스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잇거나 지인의 도움으로 ‘적당히’ 취직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운동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절박감에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일부 축구선수가 고의로 어깨탈구를 일으켜 병역을 면제받고 운동을 계속하려다 처벌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분명한 범죄행위지만 그만큼 그들에게는 축구가 절박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극단의 갈림길에 놓인 학생선수들에게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때입니다. 그러려면 중도탈락 학생선수들의 문제를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생각하는 공감이 필요합니다. 스포츠는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함이지, 좌절과 절망을 주려고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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