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저지 움직임에 선진당 연대하나}
금강은 충남북을 관통한다. 대전시와 전북 일부 지역도 금강 유역에 포함되지만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연관성이 적다. 충남북 광역단체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두 지역의 지방권력 구도는 차이가 크다.
충북도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도 민주당 소속이 가장 많다. 반면 충남도에서 민주당은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제3당이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수 분포가 자유선진당-한나라당-민주당 순이다. 광역의원에서만 민주당이 자유선진당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을 뿐이다.
자유선진당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당 정체성이나 정책 방향을 보면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에 가깝다. 자유선진당의 당론도 4대강 사업에 반대지만 민주당처럼 적극적이지는 않다. 민주당의 4대강 사업 저지 움직임에 자유선진당이 조직적으로 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지방정부 4대강 사업 현주소
위탁사업 거부 단체장 없어 … 안희정 지사도 한발 물러나}
충남도가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4대강 사업 중 금강 살리기 사업 예산은 모두 2900여억 원이다. 이 가운데 하천농지 수용 보상비 1200억 원을 제외하면 시설사업 예산으로 1700억 원 정도를 위탁받았다. 이들 대부분 준설과 생태하천 조성, 자전거길 만들기 등을 위한 예산이다. 여기에 교량보호공과 양·배수장 및 배수문 설치 예산 등이 포함돼 있다. 충북도가 위탁받은 시설사업 예산 1000억 원은 대부분 생태하천 조성사업 몫이다.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금강 살리기 사업 중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위탁받은 사업을 반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안 지사 측 박병남 대변인은 그러나 ‘중단 요청의 의미’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나 재검토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우기가 시작되면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정부와 광역단체장, 전문가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는 게 박 대변인의 부연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안 지사는 해당지역 기초단체장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의견을 들으면서 함께 고민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 측에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동안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현재 정부로부터 골재 적치장과 하천농지수용 보상사업 등을 위탁받은 금강 유역 기초단체장들은 모두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재적치장 사업의 경우 현재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연기군, 청양군 등에서 진행 중이다. 적치장을 확보해 골재를 선별해서 판매 관리하는 이 사업의 수익금은 전액 해당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수입으로 잡힌다. 다만 100억 원이 넘는 금액에 한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나누고, 정부의 수익금은 4대강 사업 예산으로 재투자된다.
충남 연기군 세종시 예정부지를 가르는 금강에 공사 중인 금남보 공사 현장. 장마철에 대비해 가물막이 제거작업과 제방공사가 한창이다.
부여군에서는 하천농지수용 보상사업도 직접 진행한다. 5개 공구에서 진행된 이 사업은 거의 완료된 상태. 미집행률은 5%에 불과하다. 금강 유역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부여군이 11개 지구로 가장 많고 공주시 3개 지구, 청양군 1개 지구 등 모두 15개 지구에서 진행 중이다.
이용우 부여군수(자유선진당)는 “현재 부여보(洑)의 공정률이 45%나 되고 하천농지 보상도 다 끝나가는데 이를 중단한다면 오히려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지는 이 군수의 설명이다.
“환경 및 생태계 파괴나 막대한 예산투자를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홍수나 가뭄 피해를 예방하고 하천 수량을 적정 상태로 유지해 생태기능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게다가 67km에 이르는 공주-부여 간 옛 뱃길 복원도 가능하다. 여기에 지역관광 개발과 경제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순기능까지 따져본다면, 4대강 사업에 대해 중앙당은 반대지만 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군수는 안 지사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충남지역 기초단체장들과의 연대 시도에 대해 “우리가 4대강 사업을 거부했을 때 안 지사가 뭔가 반대급부를 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솔직히 없지 않느냐”면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에 대해 ‘조건부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유한식 연기군수(자유선진당)도 “시범사업 지역인 연기군에서는 세종시는 물론 4대강 공사가 60% 정도 진척돼 중단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4대강 사업 찬성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환경파괴와 오염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수립하고 세심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군수는 또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골재적치장 사업은 물론,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골재적치장 사업은 세종시 선정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이고, 농지 리모델링 사업은 더 확대해야 하는데 흙이 부족해서 이를 못하는 게 문제”라는 것.
골재적치장 사업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공주시 이준원 시장(국민중심연합)도 “현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을 무작정 중지한다면 오히려 반환경적이고, 또 다른 환경파괴가 야기된다. 필요에 따라 설계 변경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그 대안으로 “지류가 깨끗해야 본류도 깨끗하다”면서 “금강 살리기 사업을 좀 더 확대해 금강 본류와 지천을 동시에 정리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강 유역 현장 르포
“지역경제 살린다면서 농민들 왜 쫓아내나”}
부여군 부여읍 자왕리에 건설 중인 부여보.
금강으로 향하는 취재 차량의 라디오에서 오늘의 날씨와 주말 기상예보가 흘러나왔다. 세력이 약화돼 남쪽 먼 바다로 밀려 내려갔던 장마전선의 북상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평년보다 2주일 정도 빠르게 시작됐다던 장마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4대강 곳곳이 파헤쳐지고 물길이 막힌 상황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는 예상치 못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강 유역에서는 금남보와 금강보, 부여보 3개 보와 대규모 준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117km에 이르는 노후제방 공사도 한창이다. 빗물 저류시설과 생태유수지 등 비점오염원 관리사업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미호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니 금강 본류와 만나는 지점에 세종시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마침 오늘(6월 22일)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 처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종시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덤프트럭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세종시 중심부를 관통하는 금강 양측을 잇는 다리공사 현장 사이로 금남보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금남보의 공사 진척률은 60%로 금강 유역의 3개 보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게 현장 감리를 맡고 있는 극동엔지니어링(주) 박장환 단장의 설명이다.
총길이 348m인 금남보는 현재 1단계 구간인 272m 공사가 사실상 끝났다. 소수력발전소 등 나머지 2단계 구간은 우기가 끝나는 9월부터 다시 공사를 시작해 내년 2월이면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우기를 대비해 가물막이 제거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벌건 흙이 그대로인 제방에는 장맛비에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돌이 쌓아올려졌다.
박 단장은 “6월 말까지 일주일 정도면 마무리 공사를 끝내고 통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게 쉽지 않아 보였다. 금남보 공사구간을 에워싸고 있는 가물막이를 일주일 안에 제거하기가 불가능해 보인 것.
실제 공사현장에 만난 한 관계자는 “현장에 중장비를 얼마나 투입시키느냐에 따라 공사기간이 달라지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순간 이번 주말 장마전선의 북상을 알리는 기상예보가 머리를 스쳤다. 폭우가 내려 갑자기 강물이 불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걱정이 됐다.
박 단장은 그러나 “큰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강 깊이를 1.5m까지 준설했고 강 상류에 대청댐도 있기 때문에 수위가 크게 올라가지 않아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강 유역에 세워지는 3개 보는 저마다 목적이 다르다. 금남보는 세종시 시민들을 위한 수질개선과 생태환경 조성이 목적이고, 금강보는 건기를 대비한 수량관리 차원에서 짓는 것이다. 부여보는 부여~공주 간 67km에 이르는 뱃길 복원을 통한 지역발전이 목적이다.
환경단체와 종교단체 관계자들은 이들 보 건설 자체에 강력히 반대한다.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조세종 사무국장의 말이다.
“금남보가 설치되는 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수계는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지역이었다. 자연 그대로 놔둬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무슨 보를 만들어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환경을 조성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금강보를 만들어 수심 6~7m까지 물을 가두려는 것도 잘 이해가 안 간다. 그동안 대청댐을 통해 수량관리가 잘 돼왔다. 금강보를 공사하면서 모래톱이 다 없어져서 오히려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부여보는 뱃길을 복원해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건데, 그런다고 하천 농지를 다 없애고 농민들을 쫓아내나.”
조 국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민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저항했는데 수용이 끝난 지금은 다른 곳으로 다 뿔뿔이 흩어졌다. 어차피 공사가 시작된 마당에 되도록 빨리 끝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듯하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금강은 오랜 세월 동안 흙과 모래가 쌓이면서 수심이 많이 얕아졌다. 금남보를 출발해 금강보, 부여보에 이르기까지 강 곳곳에서 대규모 준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여보에서는 우기를 대비해 가물막이에 철근을 심는 보강공사가 한창이다. 언뜻 봐도 부여보의 높이는 보치고는 꽤 높다. 계획된 수문 높이는 7.2m.
부여군 부여읍 구교리와 청양군 청남면 중산리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은 강 수면이 높아지면서 침수 피해와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국토부와 지자체, 국회 등 여러 곳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산리 윤수학(62) 이장의 이야기다.
“부여보 주변에 토마토를 재배하는 하우스가 많다. 부여보 때문에 수면이 2m 이상 올라가면 안개가 자주 끼는데 하우스 농사에 치명적이다. 안개와 하우스는 상극이다.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지지도 않을 게 뻔하다. 퇴수계 증설과 중앙배수로를 정비해달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는데 돌아온 답이 농어촌공사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역 주민들이 찬성하겠는가. 4대강 사업에 다 반대다.”
사실 농사가 주업인 이 지역 주민들에게 부여보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오히려 농사짓는 데 피해만 줄 뿐이다. 윤 이장은 “지금이라도 부여보는 없애고 준설만 해준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환경단체와 종교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환경파괴 문제 등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중산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70대 후반 한 할머니의 허허로운 답이 인상적이다.
“나라에서 하는 일을 우리가 뭘 알겄어. 환경파괴니 뭐니 지금은 모르지. 뭐 조사하는갑지? 그냥 미결이라고 써놔. 완전히 다 해놓고 장마 한번 치러봐야 알겄지, 안 그려?”
(왼쪽)부여보 건설로 수면이 높아져 하우스(토마토 재배) 작물 피해 우려가 제기된 청양군 청남면 중산리 하우스 단지. (오른쪽)중산리 지역 주민들과 윤수학 이장(맨 오른쪽)은 보 건설에 따른 피해를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