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選) 장군’이지만 세력이 없는 그로서는 강적을 제압하고 지원병을 끌어들이려면 명분이 필요했을 터. 그가 선택한 진짜 보수론으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일기당천(一騎當千) 관운장을 꿈꾸는 남 의원을 6월 23일 만났다.
▼ 진짜 보수론을 들고 나왔는데.
“네티즌이나 시민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한나라당을 ‘쪽팔린 보수’라고 한다. 가짜 보수라는 거다. 맞는 말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지하벙커에 모인 사람(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자) 상당수가 군대 안 간 사람들이고,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간 계파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을 진짜 보수라 할 수도 없으니…. 봉사도 안 하면서 서민정당을 말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보수 가치를 논하고, 국민에겐 막말하면서 대통령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들은 가짜 보수 아닌가. 진짜 보수를 열받게 한다.”
▼ 진짜 보수는 뭔가.
“자유와 인권 수호, 평화, 공정한 시장경제, 표현의 자유, 법 앞에서의 평등…. 이것이 진짜 보수의 가치다. 진짜 보수는 국방 의무, 납세 의무도 다해야 한다. 아니, 더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보수 세력은 이런 것들을 지켜왔나. 기득권이나 누리고, 세금 덜 내려 하고, 군대 안 가고…. 이게 현재의 보수 이미지다. 20, 30대와 보수가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대에게 ‘아이폰’ 100만 대 사준다 한들 소통이 되겠나.”
▼ 표현의 자유?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보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자유 아닌가. 그런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회피연아’ 동영상 유포자를 고소했다. 촛불집회 참가자 무더기 무죄판결이나 김제동 씨의 방송 하차 등은 공권력 만능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보수는 인권과 표현의 자유 등에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사병들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 10만 원도 안 되는 사병급여를 평균 40만 원으로 올려 제대 후 대학 1년 학자금 정도는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계산해보니 1조5000억 원 정도 재정이 소요되는데, 이는 감세 기조 전환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한 방안이다.”
▼ 듣다 보니, 특정 인물이 떠오른다. ‘진짜 보수’ 논쟁은 당권 레이스에서의 네거티브 전략인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가짜 보수의 실명도 밝혀 반성을 촉구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반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망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2년 뒤(총선, 대선) 실패도 미리 봤다. 진짜 보수로 당을 바꾸지 않으면 2년 뒤에는 현실이 된다.”
▼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이었으니 선거 결과에 책임이 있지 않나. 지역구인 수원시장 선거도 야당에 졌다.
“책임을 통감한다. (잠시 침묵) 통감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거냐. 그건 아니다. 나의 책임을 당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로 삼겠다. 인재영입위원장이었지만 공천 권한이 당협위원장과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있어 내게는 권한이 많지 않았다. 다만 귀화한 몽골 여성 이라(33) 씨를 경기도의원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줄세우기’가 계속되면 ‘도로 한나라당’이 된다.”
▼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공천제도 개혁을 주장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공천 때문에 분통을 터뜨린 후보가 많지 않았나. 국민과 소통하는 집권여당이 되려면 당정청(黨政靑) 관계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특정인 줄서기를 할 때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게 공천인데, ‘국민참여형’ 공천제도(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줄서기 폐단과 고질적인 계파갈등은 혁파된다. 의원들은 위(청와대)가 아니라 아래(국민)를 보고 정치를 할 것이다.”
▼ 남 의원에게도 ‘지도부 액세서리’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보수적인 당 지도부가 필요한 소장파여서 종종 지도부 주변에 있었는데.
“인정한다. 변방에서만 부르짖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중심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거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액세서리도, 변방 (이미지)도 깬다. 두고 보라. ‘깜짝 놀랄’ 일이 생길 것이다.”
▼ ‘깜놀’? 자신감의 근거는 뭔가.
“이번 전대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는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영향을 준다. 10년 만에 되찾은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대의원이 신중히 표를 던질 것이다. 세대교체 가지고는 안 된다. 당의 간판과 메뉴 모두 바꿔야 한다. 집권 1, 2기 원내대표(안상수, 홍준표 의원을 지칭)가 당대표가 된다면 누가 한나라당 변화를 믿겠나.”
여기서 한나라당 전당대회(이하 전대) 방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대에서 뽑는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후보 중 최다득표자가 대표를 맡고, 대표는 2명의 최고위원을 지명한다. 전대는 여론조사 30%와 대의원 투표 70%로 이뤄지고, 대의원은 2표를 행사할 수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한 석은 여성후보가 맡는다. 대선 후보급 인사들이 출마를 고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전대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 대의원 1인 2표제라고 해도 영남 대의원 표는 이미 특정 후보의 고정표라는 분석이다. 남 의원은 수도권과 호남, 충청, 강원 등에 기대를 걸어야 할 듯한데.
“현실적으로 그런 거 같다. 대의원들은 한 표는 당협위원장(국회의원)이 미는 후보에게 줄 것이지만 다른 한 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신중히 투표할 거라고 본다. 몰표는 없을 것이다. 위기국면이어서 분명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으로 믿는다. 일반인 여론조사는 이미 앞서가고 있다.”
기자가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싶다고 하자 남 의원 측은 인터뷰 다음 날 ‘2010년 한나라당 전대 관련 2차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왔다. 이에 따르면 6월 21~22일 전국 106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당대표 적임자로는 안상수(17.5%), 남경필(16.5%), 홍준표(16.1%)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차 조사(6월 18~19일)에서도 안상수(18.8%), 남경필(15.9%), 홍준표(13.9%) 순이었다.
▼ 이미 출마 선언한 정두언 의원과의 전략적 연대 가능성은?
“음…. 두고 봐야지(웃음).”
▼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나.
“현재 국회의원들을 주로 ‘맨투맨’으로 만나고 있다. 앞으로도 대의원을 단체로 만나서 밥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한 테이블(4명) 정도 만나 진솔하게 대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