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요?”
2006년 5·31지방선거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 한마디는 그를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시켰다. 선거를 11일 앞둔 5월 20일 오후, 당시 한나라당을 이끌던 박 전 대표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는 거리유세를 위해 단상에 오르다가 지충호(당시 50세) 씨로부터 피습을 당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얼굴을 크게 다쳐 3시간에 걸친 봉합수술을 마친 뒤 마취에서 깨어난 박 전 대표는 가장 먼저 대전시장 선거를 걱정했다.
박 전 대표의 이 발언이 전해지자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차이로 지고 있던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더니 결국 역전의 이변이 일어났다. 2004년 17대 총선과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40대 0 신화’를 쓰며 대중성을 과시하던 박 전 대표는 그해 지방선거 완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가 선거판을 멀리한 것은 2007년 대선이 끝나면서부터다. 2008년 18대 총선과 몇 차례 재·보궐선거 때 당 지도부와 출마자들로부터 지원유세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때마다 “선거는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는 지론을 내세웠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피습 후 꼭 4년이 흐른 2010년 5월 20일, 박 전 대표는 당과 후보들의 잇단 지원유세 부탁을 뒤로하고 지역구인 대구시 달성군으로 내려갔다. 6·2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박 전 대표는 선거 당일까지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이는 달성군수 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이석원 후보가 무소속 김문오 후보(전 대구MBC 보도국장)에게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외에 다른 곳은 가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설 때 일어날 ‘박풍(朴風)’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5월 23일)를 맞아 불고 있는 ‘노풍(盧風)’보다 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77.1%인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55.4%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정몽준 대표와 정병국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수차례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노풍’을 등에 업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경합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친이계 핵심에선 “전국의 후보들이 지원을 바라는데 응하지 않는다면 실망이 얼마나 크겠느냐. 후보들의 지원 요청을 외면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며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 친박계에선 이 발언을 선거에서 지면 지원유세를 거부한 박 전 대표의 책임을 묻겠다는 ‘협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노풍보다 더 센 朴風, 여전한 위력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그의 핵심 측근은 “‘선거는 지도부 책임’이라는 원칙도 있지만 세종시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전국을 돌며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다 최근 정운찬 총리가 “잘못된 약속을 지키려는 여자도 있다”고 박 전 대표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선거 불개입’에 쐐기가 박혔다는 말도 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은 “선거 지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선거 막바지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불리한 지역에 긴급 지원을 나갈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천안함 변수’ 때문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북측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조사단의 발표가 나왔는데도, 유시민 후보 등 일부 야당 후보가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지 않느냐”며 “박 전 대표가 이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판단하고 바로잡기 위해 대중 앞에 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게 당장의 지원유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한나라당은 곧바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6·30전당대회 국면에 들어간다. 또 그 시점에 대대적인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그 전에는 18대 후반기 국회직 선출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당·정·청 대개편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차기 대권구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이런 정치 일정 사이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유정복 의원은 “선거 결과를 비롯해 앞으로의 정치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박 전 대표도 그런 문제에는 일절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 내부에선 6·2지방선거 이후 박 전 대표의 역할론 논의가 한창이다. 전당대회의 경우 한때 친박계 내부에서 박 전 대표가 다시 당권에 도전하거나 ‘대리인’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금은 쑥 들어갔다. 친박계가 전체 소속 의원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승산이 낮은 데다 지금 시점에 무리해서 당권을 잡아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거 이후 박근혜 스탠스 관심 집중
따라서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만 하지 않는다면 정몽준 대표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 대표가 다시 출마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여권 주류에서 전당대회를 8월로 연기해 친이계의 ‘군기반장’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이 7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옛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출마해 여의도에 재입성한 뒤 당권에 도전하는 수순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주류 측이 어떤 시나리오를 짜든지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독자 후보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에 김무성 원내대표가 들어가 있으니 우리 의사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서 사실상 ‘파문(破門)’을 당한 김 원내대표가 친박계를 대변할 처지는 아니지만, 친이·친박 의원 모두와 ‘말이 통하는’ 인물이므로 그 정도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상황 변화의 가장 큰 모티프는 천안함 사태의 진전 방향과 세종시 처리 문제다. 현재 여권에서는 “천안함 사태의 여파로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전격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충청권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충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명분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접고 4대강 사업에 총력을 쏟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만일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할 경우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단행될 개각 때 보다 많은 친박계 의원을 참여시키는 등 국정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 광폭정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5·31지방선거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 한마디는 그를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시켰다. 선거를 11일 앞둔 5월 20일 오후, 당시 한나라당을 이끌던 박 전 대표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는 거리유세를 위해 단상에 오르다가 지충호(당시 50세) 씨로부터 피습을 당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얼굴을 크게 다쳐 3시간에 걸친 봉합수술을 마친 뒤 마취에서 깨어난 박 전 대표는 가장 먼저 대전시장 선거를 걱정했다.
박 전 대표의 이 발언이 전해지자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차이로 지고 있던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더니 결국 역전의 이변이 일어났다. 2004년 17대 총선과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40대 0 신화’를 쓰며 대중성을 과시하던 박 전 대표는 그해 지방선거 완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가 선거판을 멀리한 것은 2007년 대선이 끝나면서부터다. 2008년 18대 총선과 몇 차례 재·보궐선거 때 당 지도부와 출마자들로부터 지원유세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고사했다. 그때마다 “선거는 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는 지론을 내세웠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피습 후 꼭 4년이 흐른 2010년 5월 20일, 박 전 대표는 당과 후보들의 잇단 지원유세 부탁을 뒤로하고 지역구인 대구시 달성군으로 내려갔다. 6·2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박 전 대표는 선거 당일까지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이는 달성군수 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이석원 후보가 무소속 김문오 후보(전 대구MBC 보도국장)에게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외에 다른 곳은 가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설 때 일어날 ‘박풍(朴風)’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5월 23일)를 맞아 불고 있는 ‘노풍(盧風)’보다 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77.1%인 반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55.4%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정몽준 대표와 정병국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수차례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노풍’을 등에 업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경합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친이계 핵심에선 “전국의 후보들이 지원을 바라는데 응하지 않는다면 실망이 얼마나 크겠느냐. 후보들의 지원 요청을 외면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며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 친박계에선 이 발언을 선거에서 지면 지원유세를 거부한 박 전 대표의 책임을 묻겠다는 ‘협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노풍보다 더 센 朴風, 여전한 위력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그의 핵심 측근은 “‘선거는 지도부 책임’이라는 원칙도 있지만 세종시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전국을 돌며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기다 최근 정운찬 총리가 “잘못된 약속을 지키려는 여자도 있다”고 박 전 대표를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선거 불개입’에 쐐기가 박혔다는 말도 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은 “선거 지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선거 막바지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불리한 지역에 긴급 지원을 나갈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천안함 변수’ 때문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북측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조사단의 발표가 나왔는데도, 유시민 후보 등 일부 야당 후보가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지 않느냐”며 “박 전 대표가 이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판단하고 바로잡기 위해 대중 앞에 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게 당장의 지원유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한나라당은 곧바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6·30전당대회 국면에 들어간다. 또 그 시점에 대대적인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그 전에는 18대 후반기 국회직 선출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당·정·청 대개편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차기 대권구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이런 정치 일정 사이에서 박 전 대표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유정복 의원은 “선거 결과를 비롯해 앞으로의 정치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박 전 대표도 그런 문제에는 일절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 내부에선 6·2지방선거 이후 박 전 대표의 역할론 논의가 한창이다. 전당대회의 경우 한때 친박계 내부에서 박 전 대표가 다시 당권에 도전하거나 ‘대리인’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금은 쑥 들어갔다. 친박계가 전체 소속 의원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승산이 낮은 데다 지금 시점에 무리해서 당권을 잡아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거 이후 박근혜 스탠스 관심 집중
따라서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만 하지 않는다면 정몽준 대표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 대표가 다시 출마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여권 주류에서 전당대회를 8월로 연기해 친이계의 ‘군기반장’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이 7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옛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출마해 여의도에 재입성한 뒤 당권에 도전하는 수순이다.
친박계 한 의원은 “주류 측이 어떤 시나리오를 짜든지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가 독자 후보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에 김무성 원내대표가 들어가 있으니 우리 의사는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서 사실상 ‘파문(破門)’을 당한 김 원내대표가 친박계를 대변할 처지는 아니지만, 친이·친박 의원 모두와 ‘말이 통하는’ 인물이므로 그 정도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상황 변화의 가장 큰 모티프는 천안함 사태의 진전 방향과 세종시 처리 문제다. 현재 여권에서는 “천안함 사태의 여파로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전격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충청권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충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명분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접고 4대강 사업에 총력을 쏟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만일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할 경우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단행될 개각 때 보다 많은 친박계 의원을 참여시키는 등 국정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 광폭정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