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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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여성 프로스포츠 감독 조혜정

“변화 토스 띄워 흥겹게 스파이크해야죠”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4-26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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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 여성 프로스포츠 감독 조혜정
    프로스포츠 감독은 하늘이 점지한다. 한 해 은퇴하는 선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지도자 자리는 한정돼 있다. 오랜 코치 생활을 거쳐도 감독이 되기는 어렵다. 더욱이 외국인 감독의 등장으로 감독 자리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졌다. 또 어렵사리 감독이 돼도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명선수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보여주듯 리더십, 전술, 희생, 운의 4박자가 맞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프로스포츠팀 여성 감독은 전무했다. 국위선양은 여자 선수들이 해도 ‘여자는 덕이 부족하다, 리더십이 없다’ 등의 이유로 유리천장에 갇혀 있었던 것. 그런데 2010년 드디어 그 천장이 깨졌다. GS칼텍스 서울KIXX 배구단의 조혜정(57) 감독이 주인공이다. 2009~2010 프로배구 시상식이 열린 63빌딩에서 조 감독을 만났다.

    “감독 권유를 받고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이뤘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잘하지 못해 후배들 진로에 누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한편 사명감이 생기더군요. 침체한 여자 배구 발전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고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현역시절 조 감독은 ‘져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코트를 훨훨 난 배구계의 전설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나가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치열했던 연습과정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하루 11시간 운동을 했는데 하루하루, 한 점 한 점 최선을 다했어요. 매순간 14대 14 상황(당시는 서브권 포인트제)을 염두에 두고 운동했지요. ‘나는 작은 새’로 유명하지만 올림픽 전에는 별명이 굴뚝새였어요. 작고 부지런하다고 남들이 붙여준 거예요.(웃음)”

    배구 팬들은 전설의 귀환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여자 프로배구에 새바람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지도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지적에도 조 감독은 개의치 않는다.



    “저는 미래지향적인 성격입니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런 만큼 타성에 젖지 않아 변화와 개혁에 나설 수 있어요. 옛날에는 배구 팬들이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웠어요. 흥겹고 재미있는 배구를 펼쳐 배구장을 찾는 팬과 직접 배구하는 사람이 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런 조 감독을 받쳐주는 것은 농구의 이옥자 전 신용보증기금 감독, 탁구의 이애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등이다. 게다가 운동선수인 두 딸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여자 후배들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 감독은 일본에서 샹송화장품을 맡아 감독상까지 받았지만 한국에서 꿈을 펼치지 못해 아쉬워하던 차에 제가 감독을 시작하니 자기 일처럼 도와주죠. 이 촌장은 기자간담회 요령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설명해줍니다. 두 딸을 골프 선수로 키운 경험은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최고일 때 내려오고 싶어서 23세에 은퇴했는데 너무 아쉬워서 딸들에게는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는 골프를 권했어요. 사실 딸들이 배구를 하면 제 성에 안 찰 것 같았어요.(웃음)”

    조 감독의 어깨는 무겁다. 자신의 활약상이 앞으로 프로팀 여자 감독의 두 번째 탄생을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가 실수를 하더라도 실패로 보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자가 실수를 하면 실패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일로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기는 싫습니다. 그리고 혹시 우리 선수가 실수를 해도 비난하지 말아주세요. 최선을 다한 선수는 잘못이 없어요. 모두 부족한 감독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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