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어느 두부집 주인이 농수산물 유통공사에서 구입한 수입 콩. ②가마솥에 장작불을 쓰는 강원도 양구의 두부 전문점 ‘전주식당’의 부엌.
첫째, 국산 콩이어야 한다. 수입 콩도 똑같은 메주콩이지만 품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수입 콩은 농수산물유통공사(이하 유통공사)에서 국영무역 형태로 수입해 가공업체에 풀기 때문에 일반인은 보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유통공사에서 하는 일이므로 국산 콩과 거의 같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 수입 콩을 보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그냥 봐도 변색된 콩, 깨진 콩, 썩은 콩이 섞여 있다. 덜 익어 푸른색을 띠는 콩도 많다.
물론 유통공사가 질 나쁜 콩을 수입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미국 기준으로 1등급 콩을 수입한다. 그러나 유통공사 홈페이지에 적시된 수입 콩의 품질 규격을 보면 금세 그 이면을 파악할 수 있다. ‘파쇄립 : 10% 이내. 변질률 총계 : 2% 이내. 변질 중 뜬 것 : 0.2% 이내. 이물 : 1% 이내. 이종피색 : 1% 이내. 수분 : 13% 이내. 색택 : 황백색. 돌콩 : 2% 이내.’ 그 뒤에 기재해둔 용어 정리를 보면 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파쇄립 : 콩이 쪼개지거나 깨진 것, 충해립(콩껍질 포함)을 말함. 변질률 총계 : 부패, 변질, 변색 등의 총계를 말함. 변질 중 뜬 것(열손립) : 변질립 중 열에 의해 뜬 것. 이물 : 콩 이외의 것. 이종피색 : 황백색 콩 외의 다른 종피색의 콩. 돌콩 : 20~23℃의 물에 5시간 동안 수침해 불지 않는 콩.’
규격 자체가 이러니 수입된 콩 자루에는 멀쩡한 것과 썩고 깨지고 벌레 먹고 변질된 것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수치로만 보면 금방 와닿지 않겠지만 실상이 그렇다. ‘수입 콩 사진’만 봐도 품질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은 어느 두부집 종업원이 유통공사에서 받은 콩 자루에서 무작위로 한 움큼 쥐어 찍은 것이다.
집에서 콩물을 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썩은 콩 한두 알이 한 됫박의 콩물 맛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할머니들은 콩을 상에 펼쳐놓고 한 알 한 알 골랐다. 물론 두부집에서도 수입 콩을 사다가 그 정도의 정성을 들이면 되지만, 버리는 콩의 양과 인건비를 계산하면 이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두부의 조건 두 번째. 100℃ 이상의 수증기(스팀)로 콩물을 끓이지 말아야 한다. 콩물은 100℃ 이상의 온도와 닿으면 맛이 변할 뿐 아니라 콩 향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증기에 노출된 콩물은 자연히 ‘맛탱이’가 갈 수밖에 없다. 공장두부에서 옛날 두부 맛이 나지 않는 것도 이렇듯 수증기로 콩물을 끓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콩물을 가스불에 끓이다 보면 바닥에 눋기도 하고 수증기로 끓이는 것보다 시간이 5, 6배 더 걸려 수증기 방법을 고수하는 것이다. ‘손두부’ ‘즉석두부’라는 간판을 단 집들의 주방을 들여다보면 거의가 그렇다. 장작불에 가마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스불에 양동이 정도는 걸어두고 두부를 쒀야 비로소 손두부, 즉석두부라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밖에 두부 맛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이 두 가지에 비하면 부수적인 수준이다. 공장 식품이든 식당 음식이든, 소비자가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것을 ‘얻어’먹을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