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이하 LCC)인 제주항공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비행기의 안전성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LCC의 서울-제주 간 항공기에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점도 한몫했다. 조종 기초훈련기, 군수송기 등에 프로펠러기가 사용될 정도로 안전성이 뛰어남에도 사람들은 생소함에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다. 저가(低價)란 표현도 오해를 불렀다. 서비스비용과 인건비를 줄여 가격을 낮췄음에도 사람들은 안전에 덜 투자했으리라고 인식했던 것.
5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불안감은 사라지고 LCC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항공업계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제주항공 878억, 진에어 609억, 에어부산 7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LCC는 올해 매출목표를 1100억~1500억 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주변의 반신반의에도 LCC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차이 없는 안전성, 차이 나는 운임’에 있다.
‘LCC 효과’ 국내 항공시장 강타
LCC는 승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항공사와 똑같은 안전성을 갖추려고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제주항공은 LCC 중 최초로 독자 구축한 안전운항시스템에 대해 2009년 4월 전 세계 230개 항공사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 인증을 받았다.
IOSA 인증은 운항, 정비, 객실 등 8개 부문에 걸쳐 실시하는 까다로운 항공운송 표준평가로, 엄격한 국제기준 심사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항공사에게만 부여된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을 포함해 한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가 IOSA 인증을 받았다. 특히 LCC의 항공기가 사고 없이 5년간 운행되자 소비자 사이에서 ‘LCC 항공기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저렴한 운임도 LCC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다. 대형 항공사 대비 70~80%에 불과한 운임은 이용객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주말 기준 서울-제주 간 운임이 대형 항공사는 8만8400원인 데 비해 제주항공이나 진에어는 6만7600원 정도다. 저렴한 운임 덕에 2010년 1분기 서울-제주 간 LCC의 국내선 수송분담률은 47%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LCC를 이용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9%보다 1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제주 출신 김은정(30) 씨는 “제주도민은 LCC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저렴한 운임 덕에 관광객이 늘어 제주 관광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제주도민이 육지를 오가기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LCC의 성공으로 이른바 ‘LCC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LCC가 등장하기 전 국내선의 항공요금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나 지금은 수년째 동결상태다. 대형 항공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공급자 중심의 항공시장이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 중심의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대형 항공사도 잇따라 진에어, 에어부산을 설립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더욱 확대됐다.
여행업계도 두 손 들고 환영
그러나 대형 항공사 측은 LCC의 등장이 한정된 시장에서 과다 경쟁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비판한다. 좁은 항공시장을 두고 싸우는 ‘파이 나누기’라는 것. 하지만 국내선 중 가장 이용객이 많은 김포-제주 간 노선은 제주항공이 취항한 이후 오히려 매년 4~12% 안팎의 성장을 기록했다. LCC가 국내 항공시장을 개방과 경쟁의 장으로 만들어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이것이 오히려 항공시장의 파이를 키운 셈이다.
국내선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LCC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국제선에도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주항공은 LCC 중 국내 최초로 2008년 7월부터 일본과 동남아 노선에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국제선 운항 노하우를 쌓았다. 2009년 3월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일본 오사카와 기타큐슈, 태국 방콕 노선에 정식 취항함으로써 국제선 항공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LCC의 국제선 취항 초기만 해도 전망은 어두웠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신종플루 확산 등 외부 요인 때문에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LCC의 저렴한 운임과 다양한 상품개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해 85~90%대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LCC의 인천-일본 간 노선은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일본에선 높은 인건비와 유류세 탓에 LCC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오사카, 기타규슈 노선은 취항 초 3개월간 일본 관광객 비중이 10%를 밑돌았으나 현재 24%대로 늘었다.
올 10월에는 김포-도쿄 하네다 간 노선도 증편될 예정이다. 김포 기점 국제노선이 확대되는 것도 LCC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포 기점 국제선은 인천공항에 비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 매년 이용객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LCC의 합리적 운임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LCC의 국제선 확대는 지난해 혹한기를 겪은 여행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여행업계는 기존 대형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엇비슷한 운임 때문에 상품을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렴한 LCC의 국제선을 이용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 잠재고객 발굴도 용이하다. ‘저가 항공사의 성공스토리’ 저자인 제주항공 함대영 고문은 “비용 문제로 홍콩, 태국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던 우리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반대로 동남아 관광객이 저렴한 운임의 국내 LCC를 이용하면 관광 수입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CC의 역습에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휴양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으로 운항되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에 LCC가 속속 뛰어들면서 시장을 지키려는 대형 항공사와 이를 뚫으려는 LCC 간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5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불안감은 사라지고 LCC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항공업계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제주항공 878억, 진에어 609억, 에어부산 7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LCC는 올해 매출목표를 1100억~1500억 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주변의 반신반의에도 LCC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차이 없는 안전성, 차이 나는 운임’에 있다.
‘LCC 효과’ 국내 항공시장 강타
운항, 정비, 객실 등 8개 부문에서 IOSA 인증을 받은 제주항공.
IOSA 인증은 운항, 정비, 객실 등 8개 부문에 걸쳐 실시하는 까다로운 항공운송 표준평가로, 엄격한 국제기준 심사를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항공사에게만 부여된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을 포함해 한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가 IOSA 인증을 받았다. 특히 LCC의 항공기가 사고 없이 5년간 운행되자 소비자 사이에서 ‘LCC 항공기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저렴한 운임도 LCC 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다. 대형 항공사 대비 70~80%에 불과한 운임은 이용객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주말 기준 서울-제주 간 운임이 대형 항공사는 8만8400원인 데 비해 제주항공이나 진에어는 6만7600원 정도다. 저렴한 운임 덕에 2010년 1분기 서울-제주 간 LCC의 국내선 수송분담률은 47%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LCC를 이용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9%보다 1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제주 출신 김은정(30) 씨는 “제주도민은 LCC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저렴한 운임 덕에 관광객이 늘어 제주 관광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제주도민이 육지를 오가기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LCC의 성공으로 이른바 ‘LCC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LCC가 등장하기 전 국내선의 항공요금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나 지금은 수년째 동결상태다. 대형 항공사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공급자 중심의 항공시장이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 중심의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대형 항공사도 잇따라 진에어, 에어부산을 설립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더욱 확대됐다.
여행업계도 두 손 들고 환영
저비용항공사 승무원들은 때로는 즐거운 이벤트로 승객을 맞는다.
국내선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LCC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국제선에도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주항공은 LCC 중 국내 최초로 2008년 7월부터 일본과 동남아 노선에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국제선 운항 노하우를 쌓았다. 2009년 3월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일본 오사카와 기타큐슈, 태국 방콕 노선에 정식 취항함으로써 국제선 항공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LCC의 국제선 취항 초기만 해도 전망은 어두웠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신종플루 확산 등 외부 요인 때문에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LCC의 저렴한 운임과 다양한 상품개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해 85~90%대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LCC의 인천-일본 간 노선은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일본에선 높은 인건비와 유류세 탓에 LCC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오사카, 기타규슈 노선은 취항 초 3개월간 일본 관광객 비중이 10%를 밑돌았으나 현재 24%대로 늘었다.
올 10월에는 김포-도쿄 하네다 간 노선도 증편될 예정이다. 김포 기점 국제노선이 확대되는 것도 LCC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포 기점 국제선은 인천공항에 비해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 매년 이용객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LCC의 합리적 운임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경우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LCC의 국제선 확대는 지난해 혹한기를 겪은 여행업계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여행업계는 기존 대형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엇비슷한 운임 때문에 상품을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렴한 LCC의 국제선을 이용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 잠재고객 발굴도 용이하다. ‘저가 항공사의 성공스토리’ 저자인 제주항공 함대영 고문은 “비용 문제로 홍콩, 태국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던 우리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반대로 동남아 관광객이 저렴한 운임의 국내 LCC를 이용하면 관광 수입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CC의 역습에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휴양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으로 운항되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에 LCC가 속속 뛰어들면서 시장을 지키려는 대형 항공사와 이를 뚫으려는 LCC 간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