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분야에서 지난해보다 90.2% 늘어난 약 5조2000억 원의 수출고를 올릴 수 있을 겁니다.”(정지택 신재생에너지협회장)
“올해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과 수출산업화의 원년이 되도록 총력 지원하겠습니다.”(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2월 3일 열린 지식경제부 장관과 신재생에너지협회의 신년 간담회에서는 이런 덕담이 오갔다. “해마다 20~30%씩 성장하는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조만간 반도체 수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낙관도 나왔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준말. 이산화탄소(CO2) 배출 없이 무한히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폐기물과 수력에너지까지 포함하나, 통상 재생가능에너지란 태양, 풍력, 수력, 해양, 지열, 바이오매스 에너지 등을 일컫는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산업적 잠재성도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는 ‘저탄소’와 ‘녹색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 중소기업, 대기업 간 ‘동상삼몽(同床三夢)’으로 가슴앓이 중이다.
# “기껏 해보라고 멍석 깔아주더니…”
3월 29일 과천 사무실에서 만난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장동일 부회장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지식경제부에 미운털이 박혔는지 협회 인가를 내주지 않아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가장 사업이 활발한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얼마 전 신재생에너지협회에서 독립했다. 풍력, 조력 등 에너지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에너지원과 관계없이 한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폐지에 대한 불만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투자 리스크가 크고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사업이에요. 정부 지원 없이 홀로 진입하기는 힘들죠. 최근 정부가 돌연 지원정책을 바꿔 시장 진입 준비를 마친 사업자들이 곤경을 겪고 있습니다.”
FIT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이다. 현재로선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없다. 화력, 수력 등 기존의 전기보다 월등히 비싸다. kW당 일반에너지원은 66~94원, 태양광발전에너지는 472~646원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차원에서 차액을 보전한다는 의미에서 ‘발전차액’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는 최근 FIT를 의무할당제(RPS) 제도로 바꾼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1년까지 점진적으로 발전차액을 줄인 뒤 2012년부터 RPS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RPS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발전사가 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정부가 발전사들의 차액을 보전하는 대신,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장인선 사무관은 제도 변경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가 차액을 지원하니 그간 사업자들이 기술개발에 소홀한 면이 있었어요. 인도, 중국 등의 저렴한 부품을 수입해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 거죠. 예산 관계상 언제까지나 차액을 지원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산업연구원의 결과도 장 사무관의 말을 뒷받침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설비업체 3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기술을 쓴다’는 기업은 74.3%, ‘자체적으로 최초 개발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은 0.9%였다.
하지만 사업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초기엔 선진국 기술에 의존하더라도 시장이 형성되면 자연히 기술개발이 뒤따를 것으로 본다. 한 사업자는 “저렴한 제품을 쓰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다. 우리보다 앞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선진국의 제품을 쓰지 말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말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본격화한 지 이제 3, 4년입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데 정부는 너무 조급해요. 자동차 부품도 초기엔 다 수입했잖습니까. 국내시장이 커지면서 우리도 기술력을 갖게 된 거고요. 또 차액을 지원받는다고 해서 발전 사업들이 수혜자는 아니에요. 리스크를 감수하고 선투자한 것을 정부가 나중에 보상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죠. 저탄소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업자도 많은데, 그렇게 몰아붙이면 서운합니다.”
#‘녹색성장’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FIT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원을 끊고 기업 자생력을 키울 것이냐, 초기 시장형성을 위해 지원기간을 늘릴 것이냐’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연구원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문제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나아갈 방향성에 달렸다는 것.
“그린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됩니다. 하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보급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수출을 견인할 산업 차원이죠. 현재 정책을 보면 보급 의지는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보급 사업에는 중소기업이 주로 참여하는데, FIT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원자력을 미는 모양새거든요.
초기 정부는 보급 사업에 적극적이었어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고요.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중소기업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거죠. 사실 대기업은 지원정책에 크게 영향받지 않아요. 신성장동력 차원에서 풍력, 2차 전지, 그린카 등의 아이템에 주력하며 시장의 흐름을 읽는 중입니다.”
정부의 보급의지가 줄어든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발전단지를 건설할 토양도 마땅치 않고 전기료도 지나치게 낮다.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조용성 교수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당연한 과제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설할 부지를 찾는 게 쉽지 않아요. 태양광 발전은 굉장히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풍력은 비탈을 깎아야 하죠. 그린을 위한 정책이 역설적으로 환경을 훼손하다 보니 인식도 나빠지고요. 또 전기요금이 현실화돼야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갖는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요금이 낮습니다. 정치적 부담으로 요금을 올리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고요. 2030년까지 11%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를 높게 잡았지만, 정부도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겁니다.”
MB정부는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언급한 뒤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분명하고 솔직한 정책방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의 무게중심이 녹색과 성장 중 어느 쪽에 있는지, 녹색의 범위에 원자력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자구책으로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 기미가 없는 국내시장 대신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기존 실적이 중요한데, RPS 도입이 예고되면서 시장이 좁아진 탓이다. 조용성 교수는 “장기적으로 한전 중심의 중앙집중식 구조를 지역별 분산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 진정한 ‘녹색성장’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과 수출산업화의 원년이 되도록 총력 지원하겠습니다.”(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2월 3일 열린 지식경제부 장관과 신재생에너지협회의 신년 간담회에서는 이런 덕담이 오갔다. “해마다 20~30%씩 성장하는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조만간 반도체 수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낙관도 나왔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준말. 이산화탄소(CO2) 배출 없이 무한히 재생할 수 있는 에너지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폐기물과 수력에너지까지 포함하나, 통상 재생가능에너지란 태양, 풍력, 수력, 해양, 지열, 바이오매스 에너지 등을 일컫는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산업적 잠재성도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는 ‘저탄소’와 ‘녹색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 중소기업, 대기업 간 ‘동상삼몽(同床三夢)’으로 가슴앓이 중이다.
# “기껏 해보라고 멍석 깔아주더니…”
3월 29일 과천 사무실에서 만난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장동일 부회장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지식경제부에 미운털이 박혔는지 협회 인가를 내주지 않아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가장 사업이 활발한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얼마 전 신재생에너지협회에서 독립했다. 풍력, 조력 등 에너지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에너지원과 관계없이 한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폐지에 대한 불만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투자 리스크가 크고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사업이에요. 정부 지원 없이 홀로 진입하기는 힘들죠. 최근 정부가 돌연 지원정책을 바꿔 시장 진입 준비를 마친 사업자들이 곤경을 겪고 있습니다.”
FIT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이다. 현재로선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없다. 화력, 수력 등 기존의 전기보다 월등히 비싸다. kW당 일반에너지원은 66~94원, 태양광발전에너지는 472~646원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차원에서 차액을 보전한다는 의미에서 ‘발전차액’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는 최근 FIT를 의무할당제(RPS) 제도로 바꾼다는 방침을 밝혔다. 2011년까지 점진적으로 발전차액을 줄인 뒤 2012년부터 RPS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RPS는 한국전력을 비롯한 발전사가 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정부가 발전사들의 차액을 보전하는 대신,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장인선 사무관은 제도 변경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가 차액을 지원하니 그간 사업자들이 기술개발에 소홀한 면이 있었어요. 인도, 중국 등의 저렴한 부품을 수입해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 거죠. 예산 관계상 언제까지나 차액을 지원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산업연구원의 결과도 장 사무관의 말을 뒷받침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설비업체 3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기술을 쓴다’는 기업은 74.3%, ‘자체적으로 최초 개발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은 0.9%였다.
하지만 사업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초기엔 선진국 기술에 의존하더라도 시장이 형성되면 자연히 기술개발이 뒤따를 것으로 본다. 한 사업자는 “저렴한 제품을 쓰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다. 우리보다 앞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선진국의 제품을 쓰지 말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말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본격화한 지 이제 3, 4년입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데 정부는 너무 조급해요. 자동차 부품도 초기엔 다 수입했잖습니까. 국내시장이 커지면서 우리도 기술력을 갖게 된 거고요. 또 차액을 지원받는다고 해서 발전 사업들이 수혜자는 아니에요. 리스크를 감수하고 선투자한 것을 정부가 나중에 보상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죠. 저탄소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업자도 많은데, 그렇게 몰아붙이면 서운합니다.”
#‘녹색성장’의 무게중심은 어디에?
FIT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원을 끊고 기업 자생력을 키울 것이냐, 초기 시장형성을 위해 지원기간을 늘릴 것이냐’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연구원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문제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나아갈 방향성에 달렸다는 것.
“그린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됩니다. 하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보급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수출을 견인할 산업 차원이죠. 현재 정책을 보면 보급 의지는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보급 사업에는 중소기업이 주로 참여하는데, FIT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원자력을 미는 모양새거든요.
초기 정부는 보급 사업에 적극적이었어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고요.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중소기업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거죠. 사실 대기업은 지원정책에 크게 영향받지 않아요. 신성장동력 차원에서 풍력, 2차 전지, 그린카 등의 아이템에 주력하며 시장의 흐름을 읽는 중입니다.”
정부의 보급의지가 줄어든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발전단지를 건설할 토양도 마땅치 않고 전기료도 지나치게 낮다.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조용성 교수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당연한 과제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설할 부지를 찾는 게 쉽지 않아요. 태양광 발전은 굉장히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풍력은 비탈을 깎아야 하죠. 그린을 위한 정책이 역설적으로 환경을 훼손하다 보니 인식도 나빠지고요. 또 전기요금이 현실화돼야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갖는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요금이 낮습니다. 정치적 부담으로 요금을 올리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고요. 2030년까지 11%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를 높게 잡았지만, 정부도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겁니다.”
MB정부는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언급한 뒤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분명하고 솔직한 정책방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의 무게중심이 녹색과 성장 중 어느 쪽에 있는지, 녹색의 범위에 원자력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자구책으로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 기미가 없는 국내시장 대신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기존 실적이 중요한데, RPS 도입이 예고되면서 시장이 좁아진 탓이다. 조용성 교수는 “장기적으로 한전 중심의 중앙집중식 구조를 지역별 분산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 진정한 ‘녹색성장’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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