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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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활동 앞장설 기업연합재단 만들 터”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4-14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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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활동은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돕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사회복지시설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봉사자는 좀 더 진지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3월 11일 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을 출범한 한미파슨스 김종훈(61) 회장의 말이다. 따뜻한 동행은 김 회장의 개인출연금 10억 원과 회사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11억 원 등 모두 21억 원의 기금으로 만들어졌다.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하는 여느 사회복지법인과는 다르다.

    앞으로 펼칠 주요 사업은 사회복지시설 개선, 장애인 자립 지원, 자원봉사 활성화, 소외계층 지원 및 긴급구호 등. 한미파슨스 임직원들은 1996년 창사 이후 지금까지 14년간 매월 전국 30여 개의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사회복지법인의 출범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웃을 돌보는 삶과 ‘따뜻한 동행’

    김 회장은 그동안 우리 기업문화의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왔다. 2007년 한미파슨스가 도입한 ‘안식휴가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임원은 5년, 직원은 10년마다 2개월씩 유급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한 것. 김 회장은 임직원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본인이 가장 먼저 휴가를 떠났다.



    따뜻한 동행은 김 회장이 우리 기업문화의 변화를 위해 던진 또 하나의 ‘화두’다. 그가 꿈꾸는 따뜻한 동행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바라본 우리의 기업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따뜻한 동행을 만들게 된 배경을 묻자 그는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300개 정도의 기업이 참여한 국내 최초의 기업연합재단을 만드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우리끼리 할 계획이었으면 오래전에 시작했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직원들이 월급의 1%씩 십시일반하면 회사가 2%를 부담해 자금을 모아 사회봉사활동을 해왔다. 한 해에 10억 원 정도 된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래서 여러 기업이 연합해 힘을 합쳐야 한다.”

    처음 생각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보는가.

    “어떻게 하면 기업연합재단을 만들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 문을 늘 열어놓고 활동할 생각이다. 그 어떤 기업이라도 힘을 합칠 의사만 있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기득권을 다 버릴 수 있다. 선진국의 기업참여 모델을 연구하고 공부하며 자문도 받아서 좀 더 좋은 형태의 민간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한미파슨스는 국내 최초의 건설사업관리(CM·Construction Management) 전문기업이다. CM은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사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선진 건설기법을 말한다. 한미파슨스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도곡동 타워팰리스, 광화문 교보빌딩 리모델링, 과천 국립과학관 등 국내는 물론, 1만 가구가 입주할 리비아 벵가지시 신주택단지 같은 해외 사업까지 포함해 700여 건의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덕에 2008년 미국 ‘ENR’지에서 세계 16위 CM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간 매출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은 ‘진정한 의미의 직장인 천국’을 만드는 것. 한미파슨스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훌륭한 일터상(GWP)’을 받았다. 한국자원봉사 대상, 기업혁신 대상, 디지털 지식경영 대상, 국가생산성 대상 국무총리상 등 각종 평가에서도 우수 기업으로 뽑혔다.

    “사회공헌활동 앞장설 기업연합재단 만들 터”

    3월 11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열린 ‘따뜻한 동행’ 설립식에는 서울대 이상목 교수, 홈플러스그룹 이승한 회장, 세계탐험협회 박영석 대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평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우리 회사를 최고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들고, 임직원과 그 가족들의 얼굴에 자주 웃음꽃이 피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여느 회사와는 무엇이 다를까.

    “우리 회사는 가족 친화적 제도를 갖추고 있다. 5~6년 전 우리나라에 인구감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이전까지는 2명의 자녀에게만 대학 학비를 지원하던 제도를 바꿔 자녀 수 제한을 없앴다. 올해부터는 입양 자녀에게도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직원 본인이나 가족 가운데 누가 사고를 당하거나 중병에 걸리면 회사 직원들이 전사적으로 도와준다. 폐 절개수술을 받고 복귀한 직원도 있고, 암을 이겨낸 직원도 있다. 직원들 사이에는 불행한 일을 당하면 서로 나서서 도와주리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다.”

    직원들 평가는 어떻게 하나.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냉철하다. 상하 간 신뢰와 믿음, 자긍심, 재미 등이 굉장히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다. 전 직원이 1명도 빠짐없이 매월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일부 반발하는 직원도 있는데 한두 번 봉사활동을 해보면 생각이 바뀐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끼리 자연스레 스킨십을 하게 되고, 그럼 관계도 좋아진다. 알찬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동안 건설사업관리 기업을 이끌면서 그가 느낀 한계도 적지 않을 터. 김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2008년 5월 발족한 국토해양부 산하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세계 기준과 동떨어진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고치고 비효율적인 산업시스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그런 그에게 국내 건설업계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역사적으로 건설업은 정부 주도로 커왔다. 그 과정에서 비리가 난무하고, 불합리한 요소가 많아졌다. 엄청나게 많은 규제와 법으로 묶였다. 시대에도 뒤떨어지고 세계 기준과도 괴리가 있다. 그러니 경쟁력이 없고 부패만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제도를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하면 이해 당사자들의 로비가 극심하다. 법과 제도를 과감히 통폐합해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들은 덕을 보고, 법을 제대로 지키는 기업들은 손해를 보는 법질서는 정말 큰 문제다.”

    최근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건설업체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택이나 개발성 사업이 50%를 넘는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거의 안 되는 구조로, 이는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결과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 건축이나 토목 분야에서는 중국 지역업체들에게도 밀린다. 요즘 해외 수주사업을 보면 저개발국에서 아직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플랜트 분야가 대부분이다. 입찰에서 여전히 싼 가격으로 따내고 있는 것이다. 원가 측면에서 이익이 남는지, 공사가 끝났을 때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한미파슨스의 올해 해외 수주 목표는 용역비 기준으로 1억 달러. LH공사와 진행하는 알제리 신도시사업, 삼성SDS와 함께 낙찰을 받은 쿠웨이트 유전개발사업, 리비아 신도시사업 등 대규모 해외 사업에 외국 대기업들과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까지 합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김 회장은 2015년까지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한미파슨스를 세계 10대 CM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기업경영의 목표고, 국내 최초의 기업연합재단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인생경영의 목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5년 남짓. 김 회장이 과연 이 두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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