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파와 기습 폭설로 서민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도로 곳곳이 끊기고 산지를 오가는 물류가 마비되면서 시금치와 배추를 비롯한 주요 반찬거리의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 수년간 기습 폭우나 눈 폭탄 같은 기상 이변이 늘고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먹을거리의 가격 폭등 사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상 이변이 장기화할 경우 식량 부족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최근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도시에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방안이 농경학자와 건축가 사이에서 집중 논의되고 있다.
‘수직농경’은 지속 가능한 첨단농업
2009년 11월, 미국에서 발행하는 세계적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한 특집에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수직농경’을 지속 가능한 첨단 농업기술로 지목했다.
수직농경이란 30~40층의 초고층 빌딩에서 농사를 짓는 개념. 식물 성장에 영향을 주는 햇빛과 물, 온도 등 인공 조건을 건물 안에 갖추고 각층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방식이다. 농작물 외에 상황에 따라 인공목장을 만들어 소, 돼지를 기를 수도 있다. 인공연못을 만들어 민물고기는 물론, 바닷물고기를 양식하기도 한다. 새우나 해조류를 키울 수도 있다.
수직농경은 층수가 높을수록 농경지 면적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100m2의 밭에서 농사를 지었다면 그 위에 30층짜리 건물을 지으면 30배 넓은 3000m2의 농경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수직농경은 일반인에게 낯선 개념이지만 이미 국내에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2008년 서울의 한 포럼에 참석한 미국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딕슨 데포미에 교수가 미래의 식량위기와 환경파괴를 피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기술로 수직농경을 지목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데포미에 교수는 “이 새로운 농경모델이 미국 유럽 아시아의 대도시는 물론,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처럼 척박한 곳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농경의 개념은 1999년 처음 제시됐다. 현재 68억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는 2050년경이면 95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농사지을 땅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현재 전 세계 경작지의 면적은 남아메리카 전체 면적 정도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브라질 면적의 경작지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좁은 경작지에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조작농작물(GMO)이 연구되고 있지만 인구 증가율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무턱대고 숲의 나무를 베어 농경지로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당수의 숲은 여전히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중요한 허파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자들은 현재 지구온난화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이번 세기 안에 경작지를 지금보다 더 줄이고 그곳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고층 농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식물공장 건설 진행
최근 수직농경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지구촌에 몰아닥치는 태풍, 홍수, 폭설, 가뭄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건물 안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2005년 한반도를 강타한 ‘매미’ 같은 슈퍼 폭풍우가 와도 재배작물이 침수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다. 해충이나 농작물 전염병의 유입도 차단하기 쉽다. 도시 부근에 초고층 농장을 지을 경우 기상 이변으로 농작물의 공급이 끊기는 일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수직농경은 특히 친환경적이다. 미국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화석연료의 20%는 전통적인 농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초고층 농장에서는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에너지를 풍력과 태양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건물 바깥에 설치한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충분한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실내에서 키운 농산물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데포미에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농작물의 뿌리 근처에만 물방울을 떨어뜨려 키우는 관개농법, 분무기로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수기경재배법,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영양액만으로 농작물을 키우는 수경재배법이 이미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실만 봐도 실내 농작물의 품질은 문제 되지 않으리라 내다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요한 식량을 실내 농법을 활용해 확보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고층 빌딩에서 농사를 지을 경우 수확량은 어떨까.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 수직농경의 수확량이 야외농경지의 경우보다 10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포미에 교수는 “30층짜리 빌딩을 지으면 약 5만명에게 매일 1500kcal의 음식을 평생 공급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 정도 규모의 초고층 농장에서 잎이 발산하는 수증기를 모으면 하루에 62만ℓ, 서울시민 2175명이 하루에 사용할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고층 농장은 이미 정부와 기업 간 합동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카길, 몬산토, 아처 대니얼, IBM 같은 다국적 농업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럿거스대를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의 대학에서는 기초단계를 훨씬 벗어나 실용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사무소 SOA와 미국 시애틀의 미턴건축사무소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SOA는 이미 층마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초고층빌딩 모델을, 미턴건축사무소는 도심 곳곳에 지을 수 있는 5, 6층짜리 중소형 빌딩의 도시농장 모델을 선보였다.
실제로 땅값이 비싼 미국 뉴욕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30층짜리 초고층 농장을 짓는 프로젝트가 조심스레 추진되고 있다. 1972년 문을 닫은 해군기지 터를 포함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120개 지역이 현재 물망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를 포함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와 개념이 유사한 식물공장 건설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수직농경’은 지속 가능한 첨단농업
2009년 11월, 미국에서 발행하는 세계적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한 특집에서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수직농경’을 지속 가능한 첨단 농업기술로 지목했다.
수직농경이란 30~40층의 초고층 빌딩에서 농사를 짓는 개념. 식물 성장에 영향을 주는 햇빛과 물, 온도 등 인공 조건을 건물 안에 갖추고 각층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방식이다. 농작물 외에 상황에 따라 인공목장을 만들어 소, 돼지를 기를 수도 있다. 인공연못을 만들어 민물고기는 물론, 바닷물고기를 양식하기도 한다. 새우나 해조류를 키울 수도 있다.
수직농경은 층수가 높을수록 농경지 면적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100m2의 밭에서 농사를 지었다면 그 위에 30층짜리 건물을 지으면 30배 넓은 3000m2의 농경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수직농경은 일반인에게 낯선 개념이지만 이미 국내에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2008년 서울의 한 포럼에 참석한 미국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딕슨 데포미에 교수가 미래의 식량위기와 환경파괴를 피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기술로 수직농경을 지목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데포미에 교수는 “이 새로운 농경모델이 미국 유럽 아시아의 대도시는 물론,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처럼 척박한 곳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농경의 개념은 1999년 처음 제시됐다. 현재 68억명에 이르는 세계 인구는 2050년경이면 95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농사지을 땅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현재 전 세계 경작지의 면적은 남아메리카 전체 면적 정도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브라질 면적의 경작지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좁은 경작지에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조작농작물(GMO)이 연구되고 있지만 인구 증가율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무턱대고 숲의 나무를 베어 농경지로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당수의 숲은 여전히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중요한 허파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자들은 현재 지구온난화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이번 세기 안에 경작지를 지금보다 더 줄이고 그곳에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고층 농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학과가 설계한 수직농경 개념도
최근 수직농경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지구촌에 몰아닥치는 태풍, 홍수, 폭설, 가뭄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건물 안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2005년 한반도를 강타한 ‘매미’ 같은 슈퍼 폭풍우가 와도 재배작물이 침수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다. 해충이나 농작물 전염병의 유입도 차단하기 쉽다. 도시 부근에 초고층 농장을 지을 경우 기상 이변으로 농작물의 공급이 끊기는 일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수직농경은 특히 친환경적이다. 미국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화석연료의 20%는 전통적인 농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초고층 농장에서는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에너지를 풍력과 태양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건물 바깥에 설치한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가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충분한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실내에서 키운 농산물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데포미에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농작물의 뿌리 근처에만 물방울을 떨어뜨려 키우는 관개농법, 분무기로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수기경재배법,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영양액만으로 농작물을 키우는 수경재배법이 이미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실만 봐도 실내 농작물의 품질은 문제 되지 않으리라 내다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요한 식량을 실내 농법을 활용해 확보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고층 빌딩에서 농사를 지을 경우 수확량은 어떨까.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 수직농경의 수확량이 야외농경지의 경우보다 10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포미에 교수는 “30층짜리 빌딩을 지으면 약 5만명에게 매일 1500kcal의 음식을 평생 공급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 정도 규모의 초고층 농장에서 잎이 발산하는 수증기를 모으면 하루에 62만ℓ, 서울시민 2175명이 하루에 사용할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고층 농장은 이미 정부와 기업 간 합동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카길, 몬산토, 아처 대니얼, IBM 같은 다국적 농업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럿거스대를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의 대학에서는 기초단계를 훨씬 벗어나 실용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사무소 SOA와 미국 시애틀의 미턴건축사무소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SOA는 이미 층마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초고층빌딩 모델을, 미턴건축사무소는 도심 곳곳에 지을 수 있는 5, 6층짜리 중소형 빌딩의 도시농장 모델을 선보였다.
실제로 땅값이 비싼 미국 뉴욕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30층짜리 초고층 농장을 짓는 프로젝트가 조심스레 추진되고 있다. 1972년 문을 닫은 해군기지 터를 포함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120개 지역이 현재 물망에 올라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를 포함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와 개념이 유사한 식물공장 건설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