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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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발매소 확장, 편법? 편의?

마사회, 기존 건물 추가 매입·임차 … 올해만 620억 투자, 논란 가열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1-18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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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외발매소 확장, 편법? 편의?

    사행이냐, 레저냐. 경마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과천 경마장.

    11월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 영등포지점. 엘리베이터와 비상구 앞까지 신문지를 깔고 앉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외발매소는 모니터로 경마 중계를 보면서 마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화상 경마장. 이곳에서는 과천 경마장의 경주가 생중계된다. 경마장에서 이뤄지는 베팅(마권 구매)을 ‘본장(on track)’이라 하고, 장외발매소와 인터넷, 모바일 등 경마장 밖에서 이뤄지는 베팅을 ‘장외(off track)’라고 한다.

    경주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마권 창구는 몰려든 구매자들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좌석 한쪽에는 한 손에 마권, 다른 손에 경마정보지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쥐고 넋이 나간 듯 모니터를 주시하는 중독된 눈빛들이 가득하다.

    “아~!”

    가슴을 긁어내는 듯한 탄식 뒤로 곳곳에서 욕설이 터져나온다. 순식간에 경주가 끝나자 종이를 북북 찢는 사람, 다음 경주마의 기록을 열심히 확인하는 사람들로 분주해졌다.‘레저’는 온데간데없고, 건물 밖에는 수북한 담배꽁초와 깨진 소주병만 나뒹굴었다.

    점진적 축소 방침에도 면적 늘려



    장외발매소는 마사회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2004년 이후 사행산업의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장외발매소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장외발매소 매출액은 4조5330억원에서 2008년 5조1081억원으로 12.7% 증가했다. 전체 총매출에서 장외발매소의 비중도 2008년 기준 68.8%로, 70%에 육박한다.

    그동안 마사회는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허가를 받아 전국적으로 장외발매소 개장을 추진해왔다. 현재 마사회는 서울 25개, 지방 7개 등 총 32개소의 장외발매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각 장외발매소에 직원 3~4명을 파견해 직접 운영하는 형태다. 경마는 ‘꾼’들 사이에서는 ‘어떤 도박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장외발매소 확장, 편법? 편의?

    사행산업 매출이 주춤한 가운데도 장외발매소의 매출은 늘어나고 있다.

    스릴 넘치는 경주에 빠져 한 번에 1000만~2000만원씩 마권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탕진하는 건 일도 아니다.

    ‘레저스포츠 산업’이라는 마사회의 홍보에도 장외발매소가 사행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팅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강 의원에 따르면, 2007년 장외발매소 1인당 베팅금액은 26만4407원이지만 2008년에는 31만957원으로 늘었다.

    참여연대 민생팀 김동언 간사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사행산업에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 장외발매소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축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장외발매소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엄격한 규제로 장외발매소 신규 설치를 사실상 어렵게 만든 것.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본장 위주의 영업을 위해 장외발매소 신규 설치를 불허하고, 현재의 장외발매소도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2008년 11월부터 사행산업 총량을 설정했다. 이에 맞춰 마사회는 2013년까지 사행산업 매출액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8%로 축소해야 한다. 장외발매소 매출도 전체 매출의 50%가 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장외발매소를 신규 설치 또는 이전하려면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에 소홀했다가는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 2007년 3월 사업이 전면 철회된 강원도 원주의 장외발매소가 대표적인 경우. 당시 마사회는 레저스포츠 시설이라고 적극 홍보하면서 농식품부의 승인을 받아냈지만 시민단체, 시의회,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모두 반대하자 백기를 들었다.

    장외발매소 확장, 편법? 편의?

    올해 5개 층을 추가 매입한 영등포 장외발매소.

    일단 건물 확보 ‘알박기 의혹’까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사회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현재 32개 장외발매소 중 마사회가 소유한 건물은 8개. 먼저 내부 리모델링으로 2008년 32개 장외발매소의 총 건물면적을 2007년 대비 1만7816㎡ 늘리고, 좌석도 1658석 더 만들었다.

    또한 임차해서 쓰고 있는 24개 건물의 다른 층을 추가 임차하거나, 아예 해당 건물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설을 키웠다. 마사회는 올해 들어서만 619억5500만원을 들여 임차해 사용하던 기존 5개의 장외발매소 건물을 매입했다(표 참조). 기존 건물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임차할 때는 주민 동의나 농식품부의 승인이 없어도 된다.

    2009년 마사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알박기’ 논란도 이 대목에서 제기됐다. 당장 쓰지 않더라도 일단 건물을 확보하고 보자는 생각에 무리하게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예를 들어, 마사회는 A사 사옥의 지상 2~5층을 임대해 장외발매소로 써오다가 지난 6월 이를 매매하는 계약을 했다. 남은 지하 6층~지상 1층, 지상 6층~지상 13층에 대해서는 장외발매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 승인이 이뤄진 뒤 즉시 매매하기로 계약했다. 한 달여 만에 업무협약서를 맺고 매매계약서를 체결하는 등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문제는 사옥 매입 후 지상 7~12층을 일정 기간 A사에게 재임대하기로 한 특약 사항.

    장외발매소 확장, 편법? 편의?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마사회 국감에서 “5년간 장외발매소로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굳이 400억~500억원을 들여 성급하게 건물을 매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마사회는 “안정적 경마 시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마사회는 ‘2009년 장외개설추진 기본 계획(안)’에서 최소 20개 이상의 자체 소유 건물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경마 시행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마사회 장외운영팀 전치석 차장은 “지금의 좁은 공간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불편하다. 고객 편의를 위해 면적 확대는 불가피하다. 늘어난 공간을 복합 레저시설로 만들어 지역주민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장외발매소를 축소하려는 정부 방침에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한 경마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장외매출 비중을 50%에 맞추려다 보니 이런저런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다.

    장외매출 비중이 평균 90%인 외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 아니냐”고 반문했다. 과연 장외발매소가 사행성을 부추기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경마 전문가 김문영(‘경마문화신문’ 발행인) 씨는 “장외발매소가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똑같은 베팅을 장외에서 한다고 더 중독되는 것은 아니다. 담배를 실내에서 피우든, 야외에서 피우든 하루 흡연 양이 일정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장외발매소 확장 논란에 대해 정부는 다각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면적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장외발매소 공간이 늘어났다고 찾는 사람도 늘어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외발매소 편법 확장이냐, 안정된 경마 시행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냐. 결국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술책 아니냐’는 주위의 의구심을 마사회가 어떻게 해소해나가는지에 따라 장외발매소의 운명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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