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2

..

‘드라마 왕국’에 산다

국민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에서 ‘고수익 콘텐츠’로 변신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11-18 10: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드라마 왕국’에 산다
    웰메이드(well-made) 대작 드라마로 꼽히는 ‘선덕여왕’과 블록버스터 드라마 ‘아이리스’가 2009년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미실’의 죽음을 방영한 11월10일 ‘선덕여왕’ 50회 시청률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43.3%, TNS미디어코리아 44.4%를 기록하며 전체 프로그램 중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아이리스’ 역시 시청률 30%를 돌파했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의 인기는 유난히 거세다.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에서만 20여 편. 오전 8시에 시작되는 아침 드라마부터 오후 7~9시대의 일일드라마와 시트콤, 밤 10시대의 미니시리즈, 주말 8~11시까지 이어지는 주말드라마, 여기에 주말 오후를 ‘책임’지는 재방송 드라마와 온종일 드라마만 방영하는 케이블TV까지 합하면 사실상 언제 어느 채널에서나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왜 드라마를 좋아하는가. 또 한국의 방송은 왜 유독 드라마에 강한가. 이관희 프로덕션의 이관희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 민족이 워낙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이야기를 듣던 구술형 ‘스토리텔링’의 전통을 통해 온 국민이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일을 즐기게 됐으며, 이런 성향이 드라마의 인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TV가 등장하기 전엔 라디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았다.

    또 이 대표는 “한국인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한 만큼 이를 담은 드라마 역시 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인의 구미에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 대중예술평론가 이영미 씨는 한국의 방송이 계몽과 오락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과거 방송의 주요 목적은 ‘국민 계도’였는데, 이를 국민이 편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도록 드라마라는 당의정을 씌웠다”며 “시대가 변해 이제 드라마의 계도 목적은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드라마를 많이 만들고 시청자들이 이를 즐기는 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한국인 특유의 순발력을 꼽았다.



    대중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바로바로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키고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그것을 재미있는 내용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비록 비판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경쟁력도 될 수 있다는 것. 삼화네트웍스 박인택 부사장도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다량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만이 가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방송국이나 드라마 제작사 측 관계자들은 “드라마가 돈이 되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진다”고 귀띔한다. 드라마는 제작비 등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광고, OST 음원 판매, 수출 판권료 등으로 커다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고수익 콘텐츠라는 것. 한류(韓流)를 주도하는 문화 콘텐츠 역시 드라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해외에 판매되는 방송콘텐츠 중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현재 91.8%에 이른다.

    한류 열풍을 지핀 드라마 ‘겨울연가’(2002)는 올해 상반기에도 일본에서 2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8년 만들어진 ‘육남매’는 10년이 지난 올해 대만에 판권이 팔렸다. 국민의 ‘이야기꾼’에서 ‘고수익’ 콘텐츠가 된 드라마. ‘선덕여왕’과 ‘아이리스’ 돌풍으로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은 2009년 오늘, 한국의 드라마를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