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섭취와 관련된 문제는 어린이에게 매우 흔히 나타나는 탓에 부모들이 성장기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편식은 아동의 성장 및 인지발달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성장발육이 왕성한 유아기(만 2~6세)의 식사 습관은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져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으며 인지 및 사회성 발달, 정신발달지수(MDI)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를 내원한 편식 아동 중에는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편식에 대한 부모들의 인지 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좋아하는 음식과 섞거나 예쁜 모양으로 조리하는 등 단순히 요리법을 개선한다든가, 아이를 달래거나 윽박지르며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경기, 부산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298명의 소아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아동의 식사 거부 시 부모의 대응 유형으로 ‘쫓아다니면서 먹인다’(46.3%)와 ‘먹으라고 강요한다’(43.3%)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복수응답 허용).
부모의 이러한 강압적인 대처방식은 식습관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녀와 부모의 유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편 ‘아동의 식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모의 79.5%가 ‘그렇다’고 답변해 자녀 식습관 개선에 대한 바람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섭취 개선에서 과학적이고 체계화한 해결책을 적용하는 것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라 할 수 있다.
글로벌소아편식연구회는 최근 소아 섭취장애에 대한 일곱 가지 유형을 체계화하고 유형에 맞게 섭취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섭취장애의 유형은 △부모의 과잉기대에 따른 식욕부진(부모 오인형) △아동기 식욕부진(주의산만형) △돌보는 사람과의 상호작용 부족에 의한 섭취장애(상호작용 부족형) △예민한 감각으로 인한 음식거부(예민성 음식거부형·편식)

<B>양혜란</B>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하지만 가정에서 임의로 섭취장애 유형을 진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는 아이의 성장 환경, 기질, 부모 성향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섭취장애의 정확한 원인 판단과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경험 있는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