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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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이해, 국어시험과 차이 있네

  • 입력2008-07-02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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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이해, 국어시험과 차이 있네
    1 강남 조 선생과의 다섯 번째 만남

    “이봐, 용 과장! 좀 서두르지!”

    함께 로스쿨 공부를 시작한 이후 ‘이봐, 용 과장!’ 하는 마 부장의 부름은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됐다. 용 과장은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있을 때도, 아내와 대화를 나눌 때도 귓가에 마 부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번엔 환청이 아니었다.

    “이봐, 용 과장! 뭐 해? 빨리 가자고. 늦겠어.”

    재촉하는 마 부장의 등쌀에 용 과장은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강남 조 선생이 있는 H학원으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한 H학원. 강남 조 선생은 여전한 미소로 그들을 맞아주었다.



    “용 과장, 자네 왔는가? 아, 오늘부턴 마 부장님도 함께 오셨군요. 어때요? 공부는 좀 하셨나요?”

    “하하하, 공부를 오랜만에 하는데 제가 어려서부터 명석해서 그런지 그리 어렵지는 않더군요. 저희 어머니께서도 항상 저를 보시면서 ‘우리 장춘이는 할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좋다’고 하셨는데, 제가 초등학교 때는….”

    “아, 네. 그럼 마 부장님은….”

    “아니, 제가 그래서 교장 선생님 앞에서 대표로 구구단을 외우는데 그때 전교생이….”

    “저기, 마 부장님? 우리 똑똑한 마 부장님은 우선 옆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시죠.”

    “예? 강 선생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시는 게 아니고요?”

    “강 선생이 아니라 강남 조 선생입니다. 진도가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어요. 일단 옆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세요.”

    “진도라니요? 이봐, 용 과장! 자네 얼마나 배운 거야? 이봐, 용 과장! 어?”

    2 글 이해하기

    “아이고, 저 양반. 정말 정신을 속 빼놓는구먼.”

    “죄송합니다.”

    “아닐세. 자네가 죄송할 게 무에 있나.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세. 자,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LEET의 추리논증 영역을 공부했네. 그럼 이 시간부턴 언어이해 영역을 공부해보도록 하지.”

    “언어이해라면 국어를 말하는 건가요? 어떤 시험인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 그럴 거야. 이 영역은 대학 교양 수준의 비교적 길고 어려운 지문을 읽고, 그와 관련한 문제를 3개 정도 푸는 형식으로 돼 있네. 말 그대로 주어진 글을 잘 ‘이해’했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이지. 그러니 어려서 학교에서 치던 국어시험과는 다소 차이가 있네.”

    “얼마나 길고 어려운 글을 읽는 건가요?”

    “이 사람아, 너무 걱정하지 말게. 대학공부 마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니까. 그럼 일단 짧은 글을 한 편 읽고 퀴즈를 풀어보겠나?”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게 퀴즈를 내주십시오!”

    강남 조 선생의 LEET 퀴즈

    자, 다음 글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식 중 하나인 경험 전략에 관해 설명한 글이네. 이 글을 잘 읽고, 주어진 물음에 ○나 ×로 답하고 그 이유를 말해보게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의 하나인 경험 전략은 기존의 압축 전력처럼 단지 기존의 과정을 압축해 가속화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속도를 빠르게 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 전략은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거나 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된다. 명확하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직관력을 키우고 유연한 선택 대안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불확실한 환경을 재빨리 학습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접근 방식은 확실성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고, 선형적이기보다는 반복적이고, 기획적이기보다는 경험적이다. 반복을 통해 신제품 개발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보아 시제품 제작을 통해 제품 설계를 가속화할 것을 주장한다.

    이 전략은 즉각적으로 결정하기, 실시간 교류와 경험, 유연성 등을 중요시한다. 또한 빈번한 이정표 관리, 강력한 리더 배치 등을 활용함으로써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정표 관리는 공식적인 평가이기는 하나 사전에 계획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수시로 현재 진행 상황을 재평가해 코스를 이탈하는 행동을 막고, 변화하는 시장이나 기술에 대한 대응을 점검해서 반복과 시험으로 인해 무질서해질 수 있는 개발 활동들을 조정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수없이 많은 반복과 시험 활동 때문에 팀 구성원들이 ‘큰 그림’을 잃는다면 개발 과정은 통제 밖으로 벗어날 우려가 크다. 강력한 리더는 그러한 사태를 방지해 개발 과정에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물음 1. ‘경험 전략’은 즉각적이고 유연한 판단으로 대안을 결정하는 전략이다.

    물음 2. 제품 개발 전략을 선택할 때, 진출하려는 시장의 상황과 기업이 보유한 인적 역량을 고려해야만 한다.


    ‘음, 10년 동안 책을 안 읽었더니 글이 눈에 들어오질 않네.’ 용 과장은 직장생활을 하며 매일 간결하게 작성된 서류들만 보아왔기에 생소한 분야의 글을 읽는 것이 꽤나 힘이 들었다.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둘 다 ○인 것 같은데요.”

    “아니, 이 사람아. ○면 ○지, ○인 것 같은 건 또 뭔가?”

    “아, 네. 둘 다 ○입니다.”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예, 물음 1은 주어진 글의 첫 번째 단락에서 ‘유연한 선택 대안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과 두 번째 단락에서 ‘즉각적으로 결정하기 등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통해 ○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좋아. 잘했네. 그렇게 잘하면서 왜 그리 자신이 없나? 그럼 물음 2는 왜 ○라고 생각했는가?”

    “글의 첫 번째 단락에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할 때 경험 전략이 선택된다는 내용을 보고 ○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 좀더 자세히 말해볼 수 있겠나?”

    “음, 그게….”

    “하하, 자네의 괴로움을 알겠네. 두 번째 물음은 글에 그러한 정보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글에 담긴 정보로부터 추론해야 했기에 자네가 좀 자신 없었을 거야. 물음 2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인적 역량을 고려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판단할 수 없으나, 불확실한 환경에 재빨리 대응할 필요성이나 강력한 리더의 배치를 활용한다는 등의 내용을 고려할 때, 인적 역량도 고려 대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네.”

    “네, 맞아요. 제가 생각한 것이 그거예요.”

    “그래, 잘했네. 하지만 절대 방심하지 말게. 실제의 LEET 문제처럼 긴 글을 읽는 경우에는 이처럼 쉽게 답을 알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자네는 방금 주어진 글에서 부분적인 정보들이 말하고 있거나 함축하는 것에 대해 묻는 문제를 풀었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분석’형 문제와 ‘추론’형 문제로 분류하기도 하지. 자네는 오늘 이러한 유형의 문제를 푸는 핵심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 잘 적용했어. 이와 관련한 자세한 얘기를 내 친구 하 선생에게 부탁해두겠네. 잘 배우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자네, 내가 만든 진짜 문제를 한번 풀어보겠나?”(합격의 법학원 ‘논리와 비판연구소’ 제공, 다음 호에 계속)

    합격의 법학원 이재열 원장의 로스쿨 현장 르포

    직장인 로스쿨 입학전략 - 첫 회에 올인하라


    ‘역시 첫 회가 기회다.’2009년 3월 개원하는 로스쿨 입학시장은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다. 6월17일 법학적성시험(LEET) 마감 결과 응시자 수는 예상을 크게 밑도는 1만960명에 그쳤다. 로스쿨 협의회나 수험가에서 전망한 2만~3만명에 턱없이 못 미친 숫자다. 로스쿨 모집정원이 2000명이니 전체 입학 경쟁률은 5.5대 1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만만치 않은 경쟁률이지만 현 사법시험(사시) 경쟁률이 20대 1을 넘는 것을 생각하면 수험생들의 표정이 밝아질 만하다.

    응시자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기존 사시 준비생들이 로스쿨 시장에 거의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원은 사시와 로스쿨 강좌를 함께 개설하고 있는데, 현재 사시를 포기하고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대부분의 로스쿨이 내부적으로 사시 유경험자 우대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시와 무관했던 직장인 수험생들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시 선발인원은 내년까지는 지금처럼 1000명을 유지하지만 2010년 800명, 2011년 700명(이후는 미정)으로 감소할 예정이어서 차츰 로스쿨로 전환하는 사시 수험생이 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LEET를 응시한 직장인들은 이번에 ‘올인’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로는 많은 직장인들이 첫해를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한다는 점이다. 로스쿨 제도 정비가 늦어지고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를 관망하다가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도전을 미룬 직장인들이 많다. 최근 준비를 시작한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므로 이들이 입학전쟁에 뛰어드는 내년보다는 올해가 좋은 기회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험가에서는 현재 법학 전공자가 로스쿨 입학 때 얼마나 유리하냐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결론적으로 법학 전공자가 매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신입생 선발 때 법학 전공자의 비율을 3분의 2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대학이 이 한도를 채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LEET 응시자 중 법학 전공자는 32%에 불과하므로 법학 전공자 간의 자체 경쟁률은 3대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몇몇 대학은 비법학 전공자 선발 시에도 법학 부전공자를 우대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수험생들은 지원 학교를 고려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대학들이 이처럼 사시 유경험자나 법학 전공자를 우대하는 이유는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에서 법학 전공자의 학업성적이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 로스쿨은 법학 전공자는 2년 과정, 법학 비전공자는 3년 과정의 ‘2원제’를 시행하는데, 그럼에도 수업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학 비전공자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로스쿨의 서열을 결정하고, 나아가 생존 여부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 대학으로서는 신입생 선발 때 향후 합격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선발한다는 로스쿨의 애초 취지와는 다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수험생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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