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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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논증 영역, 속도보다 정확성에 초점

  • 입력2008-08-20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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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남 조 선생의 마지막 당부

    “자, 이렇게 해서 모든 수업을 마쳤구먼. 용 과장, 자네 그동안 수고가 많았어. 남은 기간에 마무리 잘해서 꼭 로스쿨에 합격하길 바라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선생님 같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 부족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요. 반드시 합격해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난 자네가 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 다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듣고 명심해야 하네.”

    “네,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남 조 선생의 LEET 작전타임

    1교시 언어이해

    자네도 잘 알다시피 1교시엔 언어이해 영역 시험을 치르게 되지. 언어이해 영역과 관련해 다음의 사항을 명심하도록 하게.

    1) 시험 당일 아침에 어려운 책을 읽어둘 것

    아침부터 길고 어려운 글을 읽는다면 내용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게야. 하지만 당일 아침 시험장까지의 이동 시간 등을 활용해 다소 내용이 어려운 책을 읽어둔다면, 글 읽는 감각을 회복해 실제 시험에서 글을 읽기가 수월할 것이네. 그러니 잊지 말고 시험 전날 밤에 책을 한 권 챙겨두도록 하게. 그것이 평소 자신이 가장 어려워했던 학문 분야의 책이라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네.

    2) 제시문을 읽을 땐 문단별로 요약할 것

    제시문을 읽을 때 문단별 요지를 정리해둔다면 분석형 문제를 푸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그렇다면 추론형·비판형·창의형 문제를 풀 때 생각할 시간을 벌게 되어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맞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네. 그러니 시간이 부족할까봐 걱정하지 말고, 반드시 문단별로 내용을 요약해가며 제시문을 읽도록 하게. 정 시간이 부족하게 된 경우에라도 핵심 개념이나 중심 화제 정도는 정리해둬야 정답 찾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게.

    2교시 추리논증

    1교시가 끝나면 약간의 휴식시간을 거쳐 2교시 추리논증 영역 시험을 치르게 되네. 휴식시간엔 간단한 추리문제를 하나 정도 풀어보며 감각을 되찾는 것도 좋겠지. 그럼 추리논증 영역과 관련해 다음의 사항을 명심하도록 하게.

    1) 속도보다 정확성에 유의할 것

    추리논증 영역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정확성이네. 어설프게 40문제를 다 풀려고 하기보단 풀 수 있는 문제를 맞히는 게 고득점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게. 특히 추리 문제의 경우 문제를 읽고 나서 전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일단 넘기도록 하게. 하지만 전략이 서고 풀 수 있는 확신이 있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해선 안 되네. 풀 수 있는 문제는 반드시 다 맞히겠다는 각오로 임해야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네.

    2) 감각을 믿지 말 것

    언어추리 문제나 논증 문제는 절대 감으로 답을 골라선 안 되네. 문제를 풀다 보면 두 개의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감으로 찍지 말고 무엇이 더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지를 따져보아 답을 골라야 하네. 시간 부족을 걱정해 대충 찍고 넘어간다면 그런 문제마다 정답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결국 자네 인생에서 로스쿨도 피해가고 말 것이네.

    3교시 논술

    1, 2교시를 마치면 점심식사를 한 뒤 마지막으로 논술 영역의 시험을 치르게 되네. 점심식사 후엔 충분한 휴식을 취해 피로감을 떨치는 것이 좋네. 이때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괜찮겠지. 그럼 논술 영역과 관련해 다음의 사항을 명심하도록 하게.

    1) 시험에 사용할 펜을 미리 준비할 것

    평소에 펜을 사용하다 보면 어떤 펜으로 쓸 때 글씨가 예쁘게 써지고 잘 틀리지 않는데, 어떤 펜으로 쓸 때는 밉게 써지고 글씨를 자꾸 틀리기도 하지. 논술시험은 펜을 사용해 손으로 직접 쓰는 시험인 만큼 미리 자신의 손에 잘 맞고 글씨 쓸 때 기분이 좋은 펜을 골라 익숙해지는 것이 좋네. 펜 하나가 당일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작은 것에도 신경 쓰도록 하게.

    2) 다른 사람의 글 쓰는 소리에 신경 쓰지 말 것

    논술시험을 치르다 보면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열심히 답안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네. 그런 사람들에게 신경 쓰다 보면, 전략을 세우느라 아직까지 답안 작성을 하지 못한 것이 불안해지면서 페이스를 잃게 되고 말지. 그러니 절대 다른 사람의 펜 굴리는 소리에 관심 갖지 말게. LEET 논술의 각 문항에서 요구하는 분량은 그리 길지 않으므로, 충분히 전략을 세운 뒤 답안을 작성해도 늦지 않을 것이네.



    “자,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잘 이해할 수 있겠는가? 시험이란 운동경기와 같아서 당일 컨디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아무리 평소에 실력을 갈고닦았더라도 시험장에서 그것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 그러니 이제부턴 먹는 것 하나도 조심해 당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네.”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들 명심해서 시험 잘 치고 오겠습니다.”

    “그래, 잘하리라 믿네. 그럼 이만 수업을 마치도록 하지. 그동안 수고 많았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2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뭘 여기까지 나오시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요즘 날이 참 더운데 건강 조심하십시오.”

    “그래, 용 과장. 잘 들어가게.”

    바로 그때 건물 앞 주차장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부, 이제 끝나셨어요?”

    “어? 처제가 여긴 웬일이야?”

    “언니가 저 오는 길에 형부 좀 태워오라고 해서요.”

    “그래? 처제, 이리 와서 인사 드리지. 이분은 LEET 귀신으로 소문난 강남 조 선생님이셔.”

    “아, 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양정란이라고 합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강남 조’라고 합니다. 미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렇게 로스쿨을 향한 용 과장의 도전은 끝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어쩌면 이 시간은 힘든 사회생활에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던 용 과장에게 행복한 방학과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로스쿨을 향한 도전과 열정, 그리고 강남 조 선생과의 만남과 이별. 이 모든 일이 용 과장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강남 조 선생에게 만남과 이별은 또 한 번의 일상일 뿐이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은 모두 망각의 세월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언제나 그는 다시 혼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용 과장과의 이별을 앞둔 강남 조 선생에겐 왠지 모를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그의 눈앞에선 한 여인이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와 같은 예감을 하며…. (합격의 법학원 ‘논리와비판연구소’ 제공)

    척척박사 하 선생의 LEET 돋보기

    ◎ 논술의 근본 전략, 방어적 글쓰기


    LEET 출제 기관은 4월 ‘법학적성시험 이렇게 준비하세요’라는 문서를 통해 대강의 ‘LEET 준비 요령’을 알려주었어요. 제안된 ‘요령’에는 논술시험의 분석 능력과 구성 능력의 향상을 위한 공부 방법이 있어요. ‘이 텍스트의 결론(주장) 도출을 위해 필요한 전제(근거)는 무엇인가?’와 ‘나의 글은 비판 또는 평가를 중심으로 짜여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공부하라는 일반적인 조언이긴 하지만 논술 공부의 정도를 제시하니 꼭 확인해두세요. 이 글에서는 제시된 ‘요령’과 같은 취지지만 약간 다른 각도에서 논술, 즉 논리적 글쓰기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우리가 논증을 제시하는 목적은 단순히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거예요. 따라서 좋은 논증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상대방의 존재와 생각을 고려해야 해요. 그렇다면 논술은 상대방의 다양한 반응과 문제 제기를 미리 고려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글쓰기로 보아도 좋을 거예요. 이런 의미에서 ‘방어적 글쓰기’는 논술의 근본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방어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우선 논증의 설득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걸 말해요. 논술의 성공은 자신의 답변과 논거가 상대방이 보았을 때 얼마나 합당한지에 달려 있어요. 그런데 많은 수험생들은 이렇게 가장 근본적인 점보다 오히려 참신한 논거를 제시하는 데만 혹은 자신의 지식을 알리는 데만 관심을 가져요. 글을 쓰는 목적을 생각하세요. 주요 논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게 펼쳐야 해요. 그래야 좋은 논술문이 돼요.

    다음으로 방어적 글쓰기는 논증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를 충실히 한다는 걸 의미해요. 자신의 입장뿐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논증이 설득력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검토해보세요. 특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논증의 부족한 점, 의심할 만한 점, 제기될 만한 반론 등이 있는지 검토해보고, 이것들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보세요. 그런 다음 생각을 정리해 글로 옮긴다면 더욱 설득력 있는 논술문이 될 거예요.

    지난 호의 ‘강남 조 선생의 진짜 LEET’ 문제에 대해, 제시문 (나)에 의거해서 헤럴드의 ‘적극적 안락사’ 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논증적 글을 작성해보았죠? 반대하는 주요 논증은 ‘형을 죽인 헤럴드의 행동은 행복을 최대화하지 않아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는 것이었고요. (나)를 면밀하게 분석한 독자라면 또는 평가자라면, 이 논증에 대해 의문점이 생길 거예요. 예를 들어 (나)에서 ‘공리의 원칙’은 이익만 최대로 보장되는 경우라면 예외 사항을 인정하고 있는데, 헤럴드의 행동이야말로 그러한 예외가 될 만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점 말이에요.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해 다음과 같이 글로 옮겨보세요.

    하지만 (나)에 의하면, 헤럴드의 행동이 도덕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해서 그것이 꼭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살인을 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그러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을 준다면, (나)는 애초의 규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 규칙에 예외를 두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헤럴드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되는지, 즉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고통을 줄이고 즐거움을 늘리는지를 따져보아야만 한다.

    이제 새로운 문제점이 던져졌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나름대로 구상해보세요. 만약 설득력 있는 답변이 제시된다면 상대방의 공감을 더욱 얻게 될 거예요. 어쨌든 논술, 즉 논리적 글쓰기는 문자 그대로 문제에 대해 논리적인 사고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글쓰기예요.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그 해결책이 논증적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 특히 방어적인 글쓰기 전략이 전체 논증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상대방에게 공감을 얻어 설득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요컨대 논술은 주어진 논제에 대한 우리의 논증을 요구해요. 따라서 논제와 제시문을 면밀히 분석해 자신의 논증을 재구성하고 평가하는 작업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해요.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제시문과 자신의 논증을 비판적으로 음미하세요. 이때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선 안 돼요. 상대방의 무언의 반응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물음과 의문을 포착해 답변을 하세요. 그럼으로써 여러분은 논제에 대해 더욱 합당하고 설득력 있는 논증과 해결책을 얻게 되고 훌륭한 논술문을 쓸 수 있을 거예요.

    하상용 논리와비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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