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지안시의 공장 매연. 앞으로 매연을 배출하려면 배출량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양사 대표로 백창기 대표와 마크 스튜어트 회장이 조인서에 서명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워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백 대표는 동양증권 필리핀 현지법인에 수년간 근무한 덕에 동남아 금융시장 동향에 밝다. 1997년 에코 시큐리티즈를 세운 스튜어트 회장은 탄소배출권 사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다.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환경을 살리자’는 취지의 교토의정서가 발표되자 창업했다. 이들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급성장할 이 분야에서 손잡고 사업을 벌여나가기로 의기투합했다.
“국제 원유시장보다 규모 커질 것”
이날 조인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탄소배출권, 탄소펀드,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등 생소한 용어들이 난무했다. 앞으로는 더욱 자주 쓰일 용어이기에 기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언젠가는 국제 원유시장보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의 거래실적은 2005년 100억 달러였으며 2010년 1500억 달러, 2012년 2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환경을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향후 30년간 45조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배출권은 매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국가별 할당량이다.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나라는 초과분을 다른 나라로부터 사야 한다. 친환경 기술로 탄소배출량을 줄인 기업은 감축분을 시장에 팔 수 있다. 탄소배출권은 이렇게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거래된다.
스튜어트 회장은 간담회에서 관련 사업에 대해 열정적인 어조로 설명했다. 온실가스 탓에 지구환경이 심각하게 위협받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지구환경을 살리는 사업이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초창기엔 작았지만 지난해엔 600억 달러로 급신장했다고 소개했다.
“탄소배출권은 원유나 금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됩니다. 제가 11년 전 창업할 때만 해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렇게 큰 사업이 될 줄은 몰랐죠. 제 집 안방에서 2명이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지금은 영국 옥스퍼드에 본사를, 세계 24개국에 지사와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 27개국에서 400여 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입니다. 우리 회사는 2005년 12월13일 영국 런던거래소 대안투자시장에 등록돼 8000만 유로를 모았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전문기술은 20가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양투신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인 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에 진출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사회책임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동양투신은 이르면 10월부터 개인투자자가 탄소배출권 거래에 투자할 수 있는 ‘탄소펀드’를 선보인다. 첫 공모펀드는 2000억원 규모이며, 시리즈별로 후속 펀드를 조성해 연내에 1조원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탄소펀드는 CDM 사업에 투자한 뒤 이를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동양그룹은 대규모 장치산업체인 동양시멘트를 모체로 하는 그룹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시멘트 제조업을 이끌다 보니 탄소배출이라는 개념에 익숙하다. 또한 동양그룹은 지난해 동양생명, 동양종합금융증권 등 금융 부문 매출액이 70%를 넘을 정도로 금융그룹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탄소배출권 사업은 제조업과 금융업의 복합체이므로, 동양투신은 이 분야에 나서기에 좋은 유전자(DNA)를 가진 셈이다.
동양투신은 탄소펀드 자금을 이용해 중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굴뚝 공장’에 탄소 저감장치를 설치해주고 줄어든 온실가스만큼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뒤 거래시장에 팔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로 수익을 올리기까지는 5년 정도 걸리는 만큼, 펀드도 5년간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으로 운용된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4월 초 t당 15.5유로에서 최근엔 20유로를 웃돌고 있어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게다가 교토의정서를 거부한 미국이 차기 정부에서는 협약을 따를 것으로 보여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투신 백 대표는 “한국은 연간 6억t의 탄소를 배출해 세계 6위지만 증가 속도로는 세계 1위라 한국에서도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인 에코 시큐리티즈와 동양투신이 손잡은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회 기후변화·에너지대책 연구회’가 출범했다. 지난해 말 채택된 ‘발리 로드맵’ 때문에 한국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를 국회 차원에서 준비하는 모임이다. 연구회는 먼저 정부가 입법 추진 중인 ‘기후변화대책기본법’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에 착수한다.
탄소배출권 사업 기자간담회에 나온 동양투자신탁운용 백창기 대표(맨 오른쪽)와 에코 시큐리티즈사의 마크 스튜어트 회장(맨 왼쪽).
이 연구회의 책임연구위원인 최경환 의원(한나라당)은 “탄소배출량 감소 방안을 논의하지만 궁극적으론 석유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할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세제 개편과정에서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이 되면 1995년 대비 5% 감축 의무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3억t을 줄여야 하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조원이다. 한국은 이 금액만큼의 탄소배출권을 외국에서 사와야 한다.
한편 최근 영국에서는 탄소배출량을 표시한 제품이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제과업체 워커스 크리습사는 지난해 4월부터 과자봉지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75g’이라고 표시된 라벨을 붙였다. 부츠사의 샴푸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148g’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영국의 이 같은 동향에 대해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시점에서 탄소 라벨은 기업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주요 지표 | |||
배출량 관련 지표 | 한국 | 순위 | 비고 |
배출량 | 5.9억t | 6위 | 1위 미국(70.7), 2위 일본(13.6) |
증가율(1990~2004) | 90.1% | 1위 | 2위 터키(72.6), 3위 스페인(49.0) |
1인당 배출량 12.28t/인 | 12.28t/인 | 14위 | 1위 룩셈부르크(28.02) |
증가율(1990~2004) | 69.5% | 1위 | 2위 터키(36.2), 3위 스페인(35.6) |
GDP당 배출량 | 0.59t/천$ | 8위 | 1위 호주(0.80), 7위 미국(0.61) |
증가율(1990~2004) | △32.9% | 5위 | 1위 터키(△13.4), 2위 포르투갈(△21.42) |
*자료 : 국무조정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2007년 12월),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